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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장일이 김선우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벼랑에서 밀어 바다로 떨어뜨리던 그 충격적인 명장면은, 두 명품 아역들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지요. 임시완의 눈빛이 갑자기 정신나간 것처럼 변해서 몽둥이를 들고 이현우의 뒤를 바짝 쫓아갈 때만 해도 "설마... 설마..." 했는데,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선우의 머리를 몽둥이로 있는 힘껏 내리치는 장일의 모습이 너무도 뜻밖이었던 이유는, 첫 회의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선우와 장일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장일(이준혁)은 마치 절대악을 응징하려는 정의로운 검사처럼 진노식(김영철) 회장을 찾아가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진노식은 이미 김선우(엄태웅)..
좀 더 푹 빠져들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드라마라서 그저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김선우(엄태웅)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때는 그가 언제쯤에나 시력을 회복해서 속시원한 복수를 시작해 줄까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건만, 정작 그 때가 되었는데도 통쾌함의 카타르시스를 기다리며 설레기보다는 온통 마음속 한가득 물음표 투성이입니다. 세간의 칭찬이 자자했던 9회의 마지막 부분도 제가 보기에는 참 의문스럽고 이상했는데, 10회를 보고 나니 더욱 황당하다는 생각뿐입니다. 13년이라는 기나긴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김선우의 모든 언행은 엄청난 무게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말 한 마디부터 행동 하나까지 모두 치밀한 계산하에, 아주 의미심장하게 진행되어야..
첫방송의 느낌은 예상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저는 원작만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선입견 없이 감상에 임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긴장감과 몰입도가 상당하고, 주인공 이윤성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아직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던 17세 소년 시절의 티없는 싱그러움도 잘 나타냈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냉혹한 킬러로 훈련받아 변신한 24세 청년의 어두운 카리스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다중적인 면이 있어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듯 싶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3년에 일어났던 실화, 아웅산 테러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으나..
'마이더스'는 참으로 복잡한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쪽저쪽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고 굵직한 비밀들이 밝혀지며 섬뜩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제발 이 복잡한 내용들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한 갈래로 합쳐지며 개연성 있는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벌여놓은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수습을 못하고 용두사미가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현재 겉으로 드러나 있는 중심적 갈등 구조는 김도현(장혁)과 유인혜(김희애)의 팽팽한 줄다리기입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이 둘의 긴장감 넘치는 엎치락 뒤치락만 해도 꽤나 볼만하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중심추는 벌써 김도현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이 우리 시청자의 눈에는 보입니다. 비록 모두가 염려하는 무리수 몇 가지를 던지고 있지만,..
요즈음 '황금물고기'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바로 문현진(소유진)입니다. 꽤나 흥미진진한 복수극인가 싶더니 가면 갈수록 뭘 어쩌자는 것인지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와중에, 서브 캐릭터에 불과했던 문현진이 섬뜩한 악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중심으로 나서면서 조금씩 긴박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차피 이 드라마 속에서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현명하고 정상적인 캐릭터였는데, 바로 그녀가 눈을 뒤집으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니 제 마음은 더욱 어지러워집니다. 문현진은 완전히 사랑 때문에 미쳤습니다.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남편 이태영(이태곤)의 모든 범죄를 용서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한지민(조윤희..
'구미호 여우누이뎐' 10회에서는 구미호(한은정)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퍽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군요. 이것은 공포 드라마가 아니라 일종의 심리 드라마, 또는 추리 드라마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공포물보다 추리물을 훨씬 더 무서워하는 독특한 경향이 있거든요. '전설의 고향'의 귀신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고, '스크림' 류의 영화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도 끔찍하기는 하지만 크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아가사 크리스티 극장' 류의 추리물은 너무나 무서웠어요. 평범한 일상 가운데에 뾰족한 칼날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서늘한 냉기는 끊임없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차츰 소리없는 공포는 깊어져 갑니다..
이강모(이범수)가 드디어 만보건설의 황태섭(이덕화) 회장이 조필연(정보석)과 함께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믿고 의지하며 진심으로 모셔 온 황태섭이 원수였다는 사실은 이강모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원래 이성모(박상민)는 동생을 복수극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지만, 동생이 결혼해서 함께 도망치려는 여자가 바로 황태섭의 딸 황정연(박진희)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잔인한 비밀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강모는 살인 누명을 쓰고 밀항을 하려다가 조민우(주상욱)의 도청장치로 인해 발각되어 경찰에 붙잡히고, 그 과정에서 형이 의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합니다. 이성모는 어떻게든 동생의 체포를 막으려 했지만, 이강모는 오히..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