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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성균관 스캔들'에서 서효림이 연기하고 있는 하효은 낭자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병조판서 하우규(이재용)의 딸이며 성균관 장의 하인수(전태수)의 여동생이지요. 아버지도 오라비도 진지한 악역을 수행중인데 그녀만 등장하면 삽시간에 이 사극은 오갈 데 없는 시트콤이 되고 맙니다. 처음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하던 효은은, 엄연한 사대부가의 규수가 자기 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외간남자인 이선준(박유천)과 맞닥뜨리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인 유혹의 시선을 던졌습니다. 과연 성균관의 신입을 골탕먹이겠답시고 "자기 여동생과 하룻밤을 지내고 오라"는 미션을 던져주는 그 오라비의 누이답게 가볍고 천박한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선준은 나중에 미션 수행 실패의 책임을 묻는 선배에게 "부..
'성균관 스캔들'은 고요한 밤중에 갑작스런 우뢰 소리처럼, 내 마음을 강렬하게 두드렸네. 이곳에는 치렁치렁한 도포자락에 감싸였을 망정 어린 나무처럼 싱싱한 젊음들이 가득한데, 마음껏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실의 벽은 지금보다 더욱 높았다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젊음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무기가 아니던가! 아직 연륜이 일천하기에 가진 힘은 없지만, 이들은 당차게 기성세대와 맞서며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네. 1. 김윤희 (박민영) 몰락한 양반가의 장녀이며 당돌한 소녀가장이로세. 아비 김승헌이 노론의 모함을 받아 억울한 누명을 쓰고 비명횡사한 후, 가냘픈 몸으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이 처자가 홀로 부양해 왔네. 아무리 가난해도 반가의 규수로서 그 차림 그대로 돈을 벌..
요즘 사극은 코믹이 대세일까요? '추노'가 기본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으면서도 곳곳에 적지 않은 코믹 요소를 심어 놓았더니만, '동이'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드라마 자체의 컨셉을 코믹으로 잡고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1. 숙종 (지진희) 놀랍게도 코믹의 중심에는 임금 숙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이와 함께 음변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다가 발각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근엄하게 "내가 이 나라의 왕이니라!" 하고 소리치다가 안 먹히자, 눈을 감고 에잇 에잇 마구 칼을 휘둘러대던 모습은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오는 허당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연예인처럼 궁녀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다니더만, 임금이 이렇게 코믹하니 전체적 분위기도 코믹할 수밖에 없겠네요. 2. 오태풍(이계인) 음변 사건으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