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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못난이 주의보'를 계기로 취미 없던 일일연속극에 맛을 들여놨더니, 요즘은 볼만한 작품이 없는데도 그 시간이 좀 허전해서 일일연속극 하나쯤 골라 시청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장서희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기에 나름대로는 '뻐꾸기 둥지'에 기대가 컸다. 황순영 작가의 전작들 중 맘에 끌리는 작품이 없어서 좀 염려스럽긴 했지만, 장서희의 안목을 믿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장서희가 다시 복수극으로 컴백했다는데, 궁금증 때문에라도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복수의 칼자루는 뜻밖에도 장서희가 아니라 내공 부족한 여배우 이채영에게 넘어갔다. 이전 리뷰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백연희(..
'뻐꾸기 둥지'는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것처럼 속도감이 끝내주는 드라마이다. 일일연속극이니 최소 100부작은 넘게 달려야 할텐데, 이제 겨우 8회만에 주요 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물론 지금은 빨라서 재미있고 좋은데, 이렇게 해서는 결코 방대한 분량을 채울 수 없을테니 나중에 얼마나 늘어지게 될지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초반의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에는 성공한 듯 싶다. 엄밀히 말해서 이 드라마는 '복수극'의 계열에 포함시킬 수 없다. 우선 죄 지은 자가 있고 그 다음에 복수하는 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에는 복수를 당해야 할 만큼 '죄 지은 자'가 없기 때문이다. 죽은 오빠 이동현(정민진)의 복수를 한답시고 대리모를 자처한 이화영(이채영)..
장서희의 처연한 모습으로 흰빛 화면을 가득 채웠던 '뻐꾸기 둥지' 예고편은 많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가 다시 복수극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일말의 설렘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서희는 복수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이다. 복수를 하는 쪽이 아니라 당하는 쪽인 것이다. 독한 연기를 할 때조차 여리고 상처받은 이미지로 가슴 저리게 하는 배우인데 설상가상 억울하게 처절한 복수를 당하는 비련의 여인이라니, 이제 '뻐꾸기 둥지'는 안방극장에 넘치는 눈물을 예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복수의 타당성이다. 타당한 복수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고, 시청자는 복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 장서희를 복수극의 여신으로 만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