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못난이 주의보 (18)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달콤한 사랑 이야기만 계속되던 '못난이 주의보'에 드디어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하긴 어느 덧 84회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시간 끌기를 멈추고 다시 본격적인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에 몰아칠 폭풍은 드라마 전체의 핵심 갈등을 다시 불러 일으키며 주인공들이 넘어서야 할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공준수(임주환)가 죽을 때까지 혼자 간직하려던 비밀... 사랑하는 나도희(강소라)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었던 비밀은 과연 이 거센 폭풍 속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전조가 심상치 않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 속에 불어오는 바람이 벌써부터 소름끼치도록 차갑다. 10년 전의 살인 사건,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실수였고 불운이었다. 혈기왕성한 10대 소년들이 서..
"신주영씨는... 저기요, 라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공현석(최태준)의 말을 언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기요'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던 공상만(안내상)은 공현석과 공진주(강별)의 새아버지였고 공준수(임주환)의 친아버지였다. '저기요'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못난이 주의보'라는 드라마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 다시 떠올랐다. 아역들이 열연하던 그 무렵의 '못난이 주의보'는 이 시대에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명품 힐링 드라마로서 내 마음에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10년의 복역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 공준수가 운명처럼 나도희(강소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죽어도 이룰 수 없을 듯한 사랑에 절망하며 아파할 때까지도 감동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나도희가..
한동안 갈등이 없어서 지루했던 '못난이 주의보'에 갈등 요소가 살아나면서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에게 닥친 위기는 상당한 수준인데요. 과거에 공준수가 나도희의 새엄마 유정연(윤손하)과 연인 사이였음이 밝혀지면서 불어닥친 풍파가 예상보다 훨씬 크군요. 저는 단지 공준수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유정연이 반대하고 나설 거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김비서(임성민)가 나서서 극심한 불화를 조장하고 거기에 현혹된 도희 아버지 나일평(천호진) 사장이 유정연과 공준수의 현재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습니다. 의심의 내용인즉 10년이 넘도록 유정연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공준수가 의도적으로 나도희에게 접근했고, 옥탑방에 들어와 살게 된 것 ..
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
아마도 나는 벌을 받고 있나 봅니다. 내가 밀어내지 않으면 당신이 먼저 나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한 사랑에 하늘이 벌을 주시나 봐요. 걸핏하면 어린 사슴 같은 눈망울로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며 "저를 자르실 건가요?" 라고 묻던 처음의 그 모습만 뇌리에 박혀,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설마 착한 당신이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할 줄이야 어찌 알았을까요? 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후회합니다. 쿨한 척하면서 당신을 보내주는 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울 줄 알았더라면, 울며 불며 떼를 써서라도 붙잡아야 했습니다. 난 왜 그토록 쉽게 당신의 손을 놓아 주었을까요? 당신의 순한 두 눈에 떠오른 결심의 빛이 너무 단단해서, 나는 애원해도 소용없을 것..
우리의 못난이 공준수(임주환)가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14살 어린 나이부터 6년이나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노동과 희생을 한 것도 모자라,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기꺼이 덮어쓰고 감옥에서 10년이나 살더니, 이제 간신히 햇빛 보며 산지가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여동생 공진주(강별)가 혼전임신한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겠다며 외항선이라도 탈 기세군요. 공진주가 과연 예비 시어머니 방정자(송옥숙)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고 아기 아빠인 강철수(현우)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낙태를 결심했던 진주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으니 준수는 명백히 한 생명을 살려낸 셈입니다. 방정자가 얼마나 속물적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던 공진주는 그런 시어머니를 감당할 자신이 ..
막장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 중에서도 대중들로부터 가장 심하게 욕을 먹는 작가는 단연 임성한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저는 이제껏 임성한 작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비난들이 별로 타당하다 여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녀의 작품을 재미있게 즐겨 보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 '오로라 공주'를 보면서 제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사실 2007년 이후의 작품은 예전만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좀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못마땅합니다. 초반에 비호감 여주인공을 내세우기에 어쩌려고 이러나 했더니, 요즘은 아니나 다를까 예전처럼 노골적인 여주인공 감싸기 모드에 접어들었군요. 아마도 작가는 "이런 여자가 탄산..
원래는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을 보느라 놓쳤었는데, 워낙 평판이 좋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버린 드라마입니다. 1회부터 20회까지 한꺼번에 정주행한 후, 21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고 있죠. 주중 일일드라마인데다 방송 시간대가 이른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 시청한 후의 만족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정지우 작가의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집필 중인 '못난이 주의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여겨지는군요. 솔직히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와 닿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런 못난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