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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에도 만재도의 세끼집은 따뜻했다. 참바다 유해진의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차줌마 차승원의 손끝에서 기적처럼 만들어지던 맛깔스런 음식들은 모진 추위에 웅크렸던 마음들을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절은 겨울이 아니지만 당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퍽퍽한 세상살이에 여전히 마음들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여름이다. 화사한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는 만재도의 바다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한가득 헤엄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지 차승원과 유해진이 도착하던 날은 격한 환영 인사처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다음 날부터는 언제..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방송중인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의 경우는 낯선 외국을 여행하는 내용이라 자체적으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던 반면, 고정된 한 장소에서 세 끼 밥을 차려먹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삼시세끼'는 그 단조로움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마법이 작용했는지 '삼시세끼'의 시청률은 '꽃보다' 시리즈를 넘어 공중파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삼시세끼'가 무난히 볼만한 예능이라고 생각될 뿐 꿀재미는 느끼지 못하는 터라 이토록 뜨거운 열풍이 좀 의아하지만, 대략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일종의 향수를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하긴 바쁘고 삭막한 생활 속에서 매끼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워가는 ..
김C와 MC몽이 빠진 이후 5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1박2일'을 보면, 요즈음 새로이 등장한 패턴이 눈에 띕니다. 예전처럼 3:3 복불복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김종민은 여전히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은 고생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개고생을 하다 와도 정작 방송이 재미없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냉정히 등을 돌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만재도' 편에서부터 시작된 '책임할당제'는 이제 암암리에 고정적 패턴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이 한 몸 바쳐서 그 날의 방송을 책임지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꼭 1명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때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영웅이 되는 이 패턴은, ..
'남자의 자격 - 디지털의 습격' 편은 조용하게 시작되었으나, 후반에 가서는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막힌 재미를 선사해 주었군요. 제가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두 마디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서투름의 미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아저씨들이 뭔가를 능숙하게 척척 해내면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맞이하는 모든 미션마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것들인데, 그 낯설음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의 습격' 편은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으로 구성된 YB팀이 ('1박2일'의 아류처럼 OB팀과 YB팀으로 나눈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워낙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모든 미션 수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