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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기본 설정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신의 선물 14일'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다. 그런데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회는 전체적으로 매우 산만하여 집중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템포가 느려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모든 시청자들은 어린 샛별이(김유빈)가 유괴 살해될 것임을 미리 알고 보는 중인데,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인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혼잡하게 쏟아져 나오며 한 시간 내내 기초 공사에만 분주했다. 이를테면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콘서트 구경을 갔는데 객석에 앉아 무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것은 수십여 명의 스태프들이 들락거리며 앰프를 설치하고 무대장치를 하는 모습이었을..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
로커 김경호가 섭외만 들어오면 언제든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의사가 있노라고 밝힌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바로 '위대한 탄생' 시즌1의 파이널 무대에서였지요. 백청강의 롤모델로서 그 자리에 참가했던 김경호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솔직히 김경호 덕분에 그 자리에 모였던 모든 참가자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절절히 실감하며 주저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섬세한 감성의 전달을 중요시하는 발라드 장르보다,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댄스 장르보다, 그들이 선택한 록 장르에서는 폭발적인 성량과 가창력 위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 차이가 더욱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타고난 목소리와 매력 외에 가창력 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기 어려웠던 셰..
요즘 보기 드문 정통 정치드라마로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프레지던트'가 종영했습니다.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회를 시청하며 제가 주목한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 아버지의 희생 조태호 회장의 악행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는 명백한 살인교사자이며 비리 기업인입니다. 게다가 그가 선택한 자살의 방법 또한 최악이었습니다. 살인병기 등으로 수족처럼 부리던 황팀장에게 약을 먹이고 운전을 시켰으니 자기 목숨 외에 한 목숨을 더 죽였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가 났다면 무고한 다른 사람마저 희생시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방법이었습니다. 핸들을 놓고 정신을 잃은 황팀장, 방향을 잃고 무섭게 돌진하는 자동차, 그 뒷좌석에서 모든..
'프레지던트' 7~8회에서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장일준(최수종)의 모습이 드러나며 커다란 파문이 일었습니다. 현직 대통령 이수명(정한용)이 노골적으로 김경모(홍요섭)를 지지하며 자신에게 물러날 것을 종용하자, 장일준은 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그 막강한 연합에 대항하려고 마음먹게 되지요. 마침 그의 캠프에는 최근 합류한 천재적 두뇌의 젊은 참모 기수찬(김흥수)이 있어 장일준의 무기가 되어 줍니다. 대통령이 직접 김경모에게 필승의 공약을 건네주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장일준은 어떻게 해서든 그 공약을 빼내어 오려고 마음먹는데, 그의 아내 조소희(하희라)가 선택한 방법은 영부인(양희경)을 통해 직접 자료를 건네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기 아내가 장일준과 한편이라는 사실을 꿰뚫고 일부러 ..
'프레지던트' 5~6회의 핵심 내용은 장일준(최수종)이 어떤 방식으로 여당 대표인 고상렬(변희봉)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고상렬은 이미 김경모(홍요섭)를 지지하는 조건으로 국무총리의 직함과 더불어 개헌의 약속까지 받아낸 데다가, 15년 전의 악연으로 인해 장일준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으니 사실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장일준은 조소희(하희라)가 친정에 부탁해서 가져 온 돈가방을 든 채 고상렬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고상렬을 만난 자리에서 돈가방을 내놓으며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하고 말했지요. 그 순간 고상렬은 탁자의 벨을 눌렀고, 그가 미리 대기시켜 두었던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해야겠다면서 말이지..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4회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적 구도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함이 대략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의 소개도 거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살피며 궁금증을 억누르고 시청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전체적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2회까지 밋밋한 존재감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정우성은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80% 이상 회복했지요. 대통령의 딸 조수영(이보영)이 납치되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정우(정우성)이 보여 준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김기수(김민종)과 더불어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우니,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리 접한 후, '대물'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약간의 멜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표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1회의 중요성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1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1회는 엔딩보다도 훨씬 중요하지요. '대물'은 그렇게 중요한 1회에서 멜로가 아닌 시사적인 면을 확연히 앞으로 내세웠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