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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마도 나는 벌을 받고 있나 봅니다. 내가 밀어내지 않으면 당신이 먼저 나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한 사랑에 하늘이 벌을 주시나 봐요. 걸핏하면 어린 사슴 같은 눈망울로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며 "저를 자르실 건가요?" 라고 묻던 처음의 그 모습만 뇌리에 박혀,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설마 착한 당신이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할 줄이야 어찌 알았을까요? 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후회합니다. 쿨한 척하면서 당신을 보내주는 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울 줄 알았더라면, 울며 불며 떼를 써서라도 붙잡아야 했습니다. 난 왜 그토록 쉽게 당신의 손을 놓아 주었을까요? 당신의 순한 두 눈에 떠오른 결심의 빛이 너무 단단해서, 나는 애원해도 소용없을 것..
우리의 못난이 공준수(임주환)가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14살 어린 나이부터 6년이나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노동과 희생을 한 것도 모자라,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기꺼이 덮어쓰고 감옥에서 10년이나 살더니, 이제 간신히 햇빛 보며 산지가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여동생 공진주(강별)가 혼전임신한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겠다며 외항선이라도 탈 기세군요. 공진주가 과연 예비 시어머니 방정자(송옥숙)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고 아기 아빠인 강철수(현우)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낙태를 결심했던 진주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으니 준수는 명백히 한 생명을 살려낸 셈입니다. 방정자가 얼마나 속물적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던 공진주는 그런 시어머니를 감당할 자신이 ..
원래는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을 보느라 놓쳤었는데, 워낙 평판이 좋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버린 드라마입니다. 1회부터 20회까지 한꺼번에 정주행한 후, 21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고 있죠. 주중 일일드라마인데다 방송 시간대가 이른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 시청한 후의 만족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정지우 작가의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집필 중인 '못난이 주의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여겨지는군요. 솔직히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와 닿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런 못난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