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강오혁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00회 콘서트를 앞두고 나는 말했다. "아빠... 인생이라는 게 말야, 참 재미있는 것 같아." 아빠는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녀석, 네가 인생을 알아?" 아니, 나는 인생을 모른다.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다. 베일에 가리워진 미래... 그 어슴프레한 막을 걷어내면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도 내 마음은 설레며 그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상상한다. 이제 내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지금의 아빠보다 더 나이가 든다 해도 언제까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8년 전에 내가 꾸던 꿈은, 줄리어드에 진학하여 조수미와 같은 세계적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못된 어른들로 인해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기린예고의 꿈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윤백희(함은정)를 구하기 위해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진국(택연)은 잠시 나락에 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와의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희의 말처럼, 자신의 것을 남기지 않고 모두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이슨(장우영)과 김필숙(아이유)의 러브라인은 가장 예쁘고 상큼하게 진행중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서 애태우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눈만 마주쳐도 행복감에 짜릿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한편 고혜미(수지)는 송삼동(김수현)과 진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기의 마음이 ..
나는 이제 그룹K의 스타다. 내가 춤을 추면, 내 몸짓 하나에 소녀팬들은 열광한다. 얼마 전까지는 이것이 내 꿈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갈채를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춤을 실컷 추는 것... 그러니 나는 지금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던 꿈은 이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내 가슴속에 처음으로 피어오르던 간절한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멀어져버린 듯한 꿈...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나에게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나를 고아원에 버리고 떠나갔다. 그때 나는 여섯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리 울면서 애타게 불러도 끝내 뒤돌아보지 않던 엄마의 뒷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
박신양 주연의 '싸인'이 야심차게 출범한지도 2주가 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빠른 템포와 치밀한 전개로 흥미를 끌며 호평을 받았으나,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청률은 이상하게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군요. 물론 경쟁작 '마이 프린세스'가 김태희의 열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싸인' 자체내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전체적인 얼개를 보면 '싸인'은 나름대로 탄탄하게 잘 짜여진 구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듯 하면서도 앞뒤가 잘 맞고, 일어나는 사건마다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재미는 있어요. 그런데 등장인물을 하나씩 살펴 보면, 수많은 캐릭터 중 그 누구에게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저 사람은 겉으로는 못되게 굴지만 속마음은..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까맣게 잊고 살아온 세월이 언제부터였을까?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녀를 만나던 순간부터, 내 삶은 온통 그녀에 대한 기억만으로 채워졌다. 오직 그녀만이 나의 꿈이었기에, 그 이전에 꾸던 꿈은 까맣게 잊은 채 나는 아주 깊고도 오랜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그보다 훨씬 더 먼 기억의 저편으로부터 누군가가 현실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나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정하명... 그 녀석의 하얀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23년 전, 나는 아직 14살의 소년이었고, 공부는 잘 못했지만 씩씩한 장난꾸러기였고,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반이었던 정하명은 조용한 우등생이었다. 존재감이 희박할 정도로 말이 없었으나, 아무도 ..
처음부터 아이돌 연기 실습의 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드림하이'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과연 1~2회를 본 소감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드라마는 온통 황당한 스토리와 어색한 연기의 향연으로 뒤덮였고, 그나마 볼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조차 모두 립싱크로 처리하는 바람에 쓴웃음만 나왔습니다. 본업이 가수가 아닌 배우들도 연기를 위해 불철주야 노래 연습을 해서 라이브를 선보이는 시대인데, 실제 가수들이 주인공을 맡고서도 노래는 립싱크로 처리하다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수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엄청난 악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기를 못하는 수준이면 짜증이 날텐데, 수준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보여주니 저는 오히려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