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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촬영 장소 문제로 '갑질'을 했다는 기사가 큼직하게 떴을 때, 나는 그 내용을 보고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촬영 장소에서 일반인에게 피해를 끼쳤다든가 혹은 장소를 심하게 훼손했다든가 하는 문제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답사차 방문했던 장소에서 촬영 불가 결정이 내려져 취소했기 때문이라니, 이 정도로 '갑질'이라기엔 너무 미약하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심지어 강봉규 PD의 해명글을 읽고 나니, 그만한 일로 정색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체험관 측의 요구가 심히 오만하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일단 강봉규 PD의 해명부터 살펴보면 "지난 21일 오후 1시, 해당 업체에 장소 헌팅을 갔었다. 하지만 회의를 거쳐 오후 6시에 최종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이 내려졌기에 업체에..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하도 없어서 그냥 무심히 틀어놓고 있었을 뿐, 초반에는 그닥 흥미롭게 느끼지 못했던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들소')가 최근 엄청나게 재미있어졌다. 갓 스무 살의 여주인공 서봄(고아성)의 캐릭터가 무섭도록 급격히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쫄깃한 긴장감 속에서 '풍들소' 14회를 숨죽이고 시청한 후,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씁쓸한 감정과 묘한 두려움이었다. 서봄은 가난한 서민 가정의 둘째딸이며, 청소년 미혼모 출신의 중졸 여성이다. 19세가 되던 해 봄, 불장난같은 첫사랑으로 덜컥 임신을 한 후 고등학교에서는 자퇴를 해 버렸다. 그러나 만삭이 되어가던 어느 날, 기적과도 같은 ..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능적 설정이든 실제 상황이든 상관없이, 시청자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려던 '1박2일'의 시도는 실패한 셈이다. KBS 기자 6명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기자 특집'으로 꾸며진 '1박2일'의 다음 주 방송은 나름 독특하고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타깝게도 초반부터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단히 불편하게 출발했다. 만약 '땅콩 회항' 이전의 시대였다면, 선후배간에 이 정도의 '갑을 상황극'쯤은 가벼운 웃음거리로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 이후로 사회 각층에서 '경비원 자살'이라든가 '백화점 모녀' 사건 등이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며,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갑질'에 민감해졌다. 자칫 역효과가 우려될 만..
가수 바비킴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며 여승무원을 상대로 성희롱까지 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비킴을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바비킴 측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오히려 대한항공 측의 부당한 처사를 비난하는 쪽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이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옛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로서, 조현아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는 철저한 '을'이었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갑질'을 했다는 비난조차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바비킴은 유명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처했으니, 그보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훨씬 더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항변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바비킴은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