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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재미있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5회에서도 여전히 주인공 이강토(주원)에게 매력발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네요. 그는 아직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친구에 대한 우정과 일본 경찰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형의 치료비도 대고 싶은데, 이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이강토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가 선택한 방법은 명백히 잘못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오히려 그 가족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으니까요. 어머니(송옥숙)와 형 이강산(신현준)에게 있어 일본 앞잡이로 변신한 이강토의 존재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
원작이 있는 드라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각시탈'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원작에 나타난 주인공의 초반 캐릭터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그 장르의 특성상 책(만화 포함)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어느 시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현재 수목드라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책은 언제든 읽고 싶을 때에 집어들어 읽으면 되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싶으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버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본방사수하지 못한 드라마는 내용을 알 수가 없게 되고, 다음 번 수요일에는 자연스레 앞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다른 드라마 쪽으로 채널을 맞추게 되지요. 그러므로 ..
'유령'은 상당히 특이한 드라마입니다. 보통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1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2회부터는 슬슬 힘을 빼는 법이죠. 그래야 첫방송에서 시청자를 사로잡기가 수월하니까요. 최근 시작된 '추적자'와 '각시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숨막힐 듯 진행이 빠르고 역동적이던 1회에 비해, 2회는 현저히 늘어지고 약간은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그게 당연한 거니까요. 그런데 '유령' 만큼은 예외였습니다. 1회는 첫방송치고 임팩트가 부족하다 싶을 만큼 평이하고 잔잔하더니만, 오히려 2회가 상상초월 대박이군요. 저는 편안히 누워서 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벌떡 일어나 가슴을 졸이며 손에 땀을 쥐고 시청했습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이렇게까지 완벽 몰입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방영 전부터 이런저런 문제로 꽤나 시끄러웠던 드라마 '각시탈'의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보조출연자의 석연찮은 죽음과 그 배상문제를 둘러싼 잡음들, 그리고 지나치게 애국심을 내세우는 듯한 자극적인 홍보 마케팅 등으로 인해, 마음 속에는 얼마간의 꺼림칙함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저는 새로 시작된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결국 이 작품을 선택하고 말았네요. 물론 저의 성향상, 앞으로의 진행과정이 실망스러울 경우는 중간에 '유령'이나 '아이두아이두' 쪽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만, 일단은 '각시탈'의 분위기가 가장 끌리고 마음에 들더군요. 이 글의 초점에서는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각시탈' 1회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초반에 제가 그토록 애정하던 드라마 '적도의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