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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와 '남격', '나가수'를 디스(diss)한 것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도'와 '남격', '나가수'를 디스(diss)한 것일까?

빛무리~ 2011. 7.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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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diss) 또는 디스 곡은 respect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주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일컫는다. 음악적인 풍자와 공격이 항상 존재하는 동안, 디스는 점차 힙합이란 장르에 마치 치열한 경쟁을 하는 듯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친한 사이임에도 장난스레 디스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감정을 표하는 경우까지 수위가 다양하다." - 출처 '네이버 위키백과'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정말 좋은 방송'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흥겨움을 선사해 주었고, '남자의 자격'에서 기획한 '청춘합창단'은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릴 만큼 진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이 두 프로그램의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순수함'이라 하겠습니다. 그 중에도 '청춘합창단'의 어르신들이 전해주신 진한 감동은 거의 순도 100%에 가까운 것이었으며, '무한도전'에 참가한 열정적인 뮤지션들 역시 그에 버금가는 순도 높은 즐거움을 선사하여, 매일 꾸밈과 거짓에 더럽혀져 가는 우리의 피를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렇게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며 시청자로서 고마운 선물을 만끽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여기저기서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이 '나는 가수다'를 디스(diss)했다는 식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매우 그럴 듯하여 수긍이 가기도 했습니다.

우선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순위를 정하지 않고 모든 참가팀에게 대상을 주었다는 의미에서 '나가수'와 차별화되었습니다. 그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서바이벌이 넘쳐나는 현재의 방송가에 경종을 울렸으며,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를 풍자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더군요. 네, 충분히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사들을 읽고 나자 왠지 한없이 가볍고 즐겁기만 하던 제 마음이 약간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작년과 재작년에 있었던 '무한도전 가요제'를 안 봤기 때문에, 올해의 세번째 가요제가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순위를 매겼는데 이번에만 모두에게 공동 대상을 주었다면, 3주마다 피터지는 순위 경쟁으로 가수들의 심신을 쥐어짜는(?) '나가수'를 디스(diss)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안될까요? "당신들은 그렇게 하는군요. 그럼 우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것은 굳이 상대방의 방식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차별화를 위한 컨셉이었음을 뜻합니다. 사실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에서 남들과 '비슷하거나 똑같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더욱 더 그러합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합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나가수'가 없었기 때문에 별 부담없이 순위를 매겼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면 너무 지나치게 컨셉이 겹칠 것 같아서 순위를 포기하고 모든 팀에게 공동 대상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것을 '공격'하기 위한 거였다고 해석한다면... 글쎄요, 저는 마음이 좀 불편하더군요. 인지도가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는 '스윗소로우'와 '10센치' 같은 젊은 뮤지션들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한없이 들뜨고 기뻐하며, 어떻게든 자신들의 소중한 음악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은 순수함 그 자체였는데... 방송을 통해 그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기에 우리는 고스란히 즐길 수 있었는데... 정작 그 프로그램의 의도가 속된 말로 남을 '까기' 위한 거였다면 감동이 확 줄어들지 않는가요? 저는 그렇던데요.

'남격 - 청춘합창단'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99%는 참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경험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고령의 참가자들이 전해준 감동은 그만큼 순도 높고 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의 의미를 또한 디스(diss)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나가수'에서 지나치게 화려한 기교와 폭풍 가창력을 강조하는 서바이벌로 자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반면, '청춘합창단'에서는 아무런 꾸밈도 기교도 없는 아마추어들의 진실한 노래로 감동을 주었다는 면에서 '나가수'를 디스(diss)한 거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남자의 자격'은 '무한도전'과 입장이 다르죠. 타방송사에서 같은 시간대에 전파를 타는 명실상부한 경쟁 프로그램이니까요. 어떻게든 상대방을 '깔 수만 있으면 까려고' 호시탐탐 벼르는 입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방송가의 차가운 현실이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디스'가 아니라 '단순한 차별화'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결 고운 진심이 남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싫거든요.

작년 여름에 '남격합창단' 프로젝트가 대박을 치면서 벌써 '2탄'을 기획한다는 말은 끝없이 나돌기 시작했으며, 그 구체적 컨셉이 잡힌지도 꽤나 오래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청춘합창단'은 아마도 '나가수'가 출범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잡혀있던 프로젝트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나가수'가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피터지는 경쟁인 반면, '청춘합창단'은 노래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의 모임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단순한 사실뿐입니다. 

프로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계속 보다가 지쳤을 때는, 순위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노래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겠지요. 하지만 계속 잔잔한 감동만 접하다 보면 또 질리지 않겠습니까? 그 때는 또 프로들의 치열한 경쟁이 그리워질 테니 그쪽으로 눈길이 돌아가겠지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기쁨입니다. 이쪽 저쪽을 번갈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서 굳이 디스(diss)라고 표현한다면, 그 또한 현재 질리도록 넘쳐나는 서바이벌 구도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셈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설령 지금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디스(diss)하려는 의도가 제작진에게 다소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냥 "아, 이들은 좀 다르구나" 이 정도로만 생각하면 안될까요? '다르다'는 것 자체를 '공격'으로 인식하는 이 풍토가 저는 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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