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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잃었던 후각을 되찾았습니다..*^^* 본문

나의 생각

제가 잃었던 후각을 되찾았습니다..*^^*

빛무리~ 2011. 2. 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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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블로그에 TV 관련 리뷰만 올리는 저이지만, 오늘은 모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남들에게야 별 것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도 신기한 체험(?)이어서 말이죠.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데도, 일단 기분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나 할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호흡기 알레르기가 매우 심한 편입니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어려서부터 평생토록 고생을 해 왔지요. 특히 환절기가 되면 더욱 심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그 알레르기가 목으로 내려가서 천식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불편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으니 뭐 이게 내 팔자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만날 목소리는 코먹은 소리에, 툭하면 캑캑대고 기침을 하니까, 제가 주위에서 늘상 듣는 말은 "감기 걸렸어?" 입니다. 그러면 저는 대답합니다. "아니, 감기가 아니고 알레르기야." 그런데 며칠 있다가 그 사람이 또 묻습니다. "감기 걸렸어?" 분명히 아니라고 말해 주었는데도 그게 상대방의 머릿속에는 제대로 입력이 안 된 것입니다. "아니, 알레르기야." 그러고 나면 며칠 후에 또 묻습니다. "넌 왜 그렇게 감기가 안 나아?" .... -_-;;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제 입장에서야 속터질 일이지만, 코 막히고 기침하면 무조건 '감기'라고 밖에는 생각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일일이 설명하기도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꿋꿋이 감기가 아니라고 알려주는 이유는, 전염되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는 어차피 완치가 안 된다고 하길래,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받아다 먹으며 임시처방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전혀 소용이 없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코 막힘은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는 후각이 마비되었는지 아무런 냄새도 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전혀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무슨 맛인지도 몰랐습니다. 쓰레기장 옆을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지내 온 세월이 대략 6개월 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좀 이러다 말겠거니 하고 지냈습니다.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은 괜찮은데, 잠잘 때조차 코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코로는 전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지경이라 저절로 입을 벌리게 되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혓바닥에서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로 입 안이 말라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목구멍 안쪽까지 건조해져서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목숨에 위협이 있을지도(-_-;;)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병원 공포증이 있어서 익숙한 동네 병원 말고는, 특히 종합병원 가기는 무진장 싫어하고 무서워하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습니다. 국내 이비인후과의 권위자가 어느 대학병원에 계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그 교수님은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제가 앓고 있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특히 전문으로 다루는 분이시라고 했습니다.

무슨 검사비가 그렇게 비싼지 동네 병원에 스무번은 다니고도 남았을 검사비를 내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에야 그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진단 결과는 예상보다 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염증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피고름 등이 뭉쳐서 콧속 깊은 안쪽에 커다란 물혹이 생겨 있다는 거였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도 수차례나 제 콧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발견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그것은 수술로써만 제거할 수 있으며,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4박 5일 동안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체질상 알레르기가 무척 심한 편이고 해당되는 가짓수도 많아서, 꾸준히 주사요법을 통해 면역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코가 막혀도 이렇게까지 막힐 수 있나 싶었는데, 그게 물혹 때문이었나봅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요즘 방학 때라서 수술이 많이 밀려 있다네요. 그래서 3월 초에 수술 받기로 하고 일단은 면역주사 치료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 끝나야 하는 거지만, 일단 수술 전까지의 호흡을 좀 편하게 해주시겠다며 한 달간의 약 처방을 내려 주시더군요. 코에 직접 뿌리는 스프레이가 2가지고, 먹는 약이 3가지입니다. 한달치를 받아 왔더니 약이 완전히 한 보따리입니다..;;

그 약을 받아 온 것이 그저께 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약을 사용한지 채 이틀이 안 되었지요. 그런데 놀랍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요즘은 제 방의 작은 휴지통이 하루만 지나면 절반이나 코 푼 휴지로 가득 채워지곤 했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휴지통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숨 쉬기가 이렇게 편할 수도 있을까? 남들에겐 당연한 거겠지만, 저에게는 신기한 일입니다. 게다가 더욱 신기한 일은 6개월만에 세상의 온갖 냄새가 다시 제 콧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아침, 냄새도 못 맡으면서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던 터라 별 생각 없이 커피잔에 끓는 물을 부었는데, 갑자기 뜨거운 김과 함께 커피의 익숙한 향기가 모락모락 올라왔습니다. 그 느낌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 느낌? 원래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 냄새가 이렇게나 짜릿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거의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냄새를 못 맡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후각을 되찾고 나니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심각한 결핍을 견디고 살았는지 새삼 알겠더군요.

며칠 전까지는 우유를 마셔봤자 일반 물보다 점성이 짙다는 것 외에는 느낄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고소한' 맛을 충분히 만끽할 수가 있습니다. 오렌지쥬스를 마셔도 혀에서 느껴지는 신맛 외에는 몰랐는데, 오늘 마셔보니 상큼한 과일의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느껴지는 비누와 샴푸의 냄새가 이렇게 좋은 줄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건... 별천지입니다. 저는 지금 신세계를 체험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무리 병원 공포증이 있더라도 저처럼 미련하게 버티지 마시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즉시 치료를 받으세요 ㅎㅎ 작은 병원에서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말이지요.

어쨌든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평소에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것도, 잃어버렸다가 되찾으면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습기조절을 위해 방에 널어놓은 수건들이 있는데, 일주일째 계속 적셨다가 말리기만 하고 세제를 이용해 빨지 않았더니 퀴퀴한 냄새가 나는군요. 어제까지는 그것도 전혀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퀴퀴한 냄새조차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한 가지씩 다른 냄새가 코에서 느껴질 때마다 흥분되는 심정을 자제할 수가 없네요. ㅎㅎ

이틀 정도 약을 사용했을 뿐인데 효과가 이 정도라면, 수술을 마치고 치료까지 끝내면 저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더 이상 "감기 걸렸어?" 라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듣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범한 삶을 말이죠. 알레르기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기에 그냥 평생 견디며 살 수 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새로운 치료 요법이 개발되어 100%는 아니더라도 거의 완치에 가깝게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무렵이 되어 오는 지금까지, 되돌아온 후각을 만끽하며 룰루랄라 하고 있는 빛무리였습니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사진 출처 : 다음카페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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