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닥터 챔프' 키스신에 대처하는 김소연의 자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닥터 챔프

'닥터 챔프' 키스신에 대처하는 김소연의 자세

빛무리~ 2010. 11. 9. 12:40
반응형






'닥터 챔프'는 참 묘한 드라마입니다. 지난 주에는 당황스런 베드신으로 실망을 주더니만, 이번 주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최고의 키스신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군요. 언뜻 보면 별로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키스신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순간의 섬세한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린 김소연의 연기력은 13회의 엔딩 장면을 부인할 수 없는 명장면으로 끌어올려 주었지요. 저와 같은 '닥터 챔프' 매니아들의 머릿속에 정겨운과 김소연의 첫 키스신은 전설처럼 새겨질 것입니다.


비견될만한 장면을 꼽는다면 '검사 프린세스'에서 나왔던 서변 박시후와 마검 김소연의 첫 키스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김소연의 작품이군요. 오랜 공백기 동안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물이 오를대로 오른 김소연은 '아이리스'의 불꽃같은 여전사 역할로 화려하게 부활하더니, 이젠 바야흐로 연기 인생의 전성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고도 속속들이 감정이 배어 있는 그녀의 연기는 어떤 드라마든 명품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군요. '검프'에서는 격정적이면서도 가슴 저린 애절함을 표현하여 눈물범벅이 되게 만들더니만, 이번에는 서른의 나이에도 첫사랑을 연상시키는 풋풋함으로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합니다.

박지헌(정겨운)의 얼굴이 다가올 때, 김연우(김소연)는 살짝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눈을 질끈 감고 어깨를 움츠립니다. 그러나 팔을 가만히 늘어뜨린 채 부동자세로 있는 모습은 거부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냅니다. 꽤 오랫동안 다른 쪽을 쳐다보고 있던 그녀가 드디어 변함없는 진실함으로 다가서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차근차근히 준비 과정을 거쳐서 연출된 키스신이었기에 몰입도는 최고였습니다. 이도욱(엄태웅)을 향해 있던 김연우의 마음은 어느 사이엔가 이성에 대한 짝사랑에서 벗어나 훨씬 넓은 의미의 인간적인 사랑으로 변모하고 있음이 보였거든요.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5년간 강희영(차예련)이라는 한 여자에 대해 품어 왔던 그 남자의 사랑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들은 스스로 헤어졌다고 말하지만, 오랜 사랑이 쉽게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김연우는 여전히 그들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도욱은 죽음보다 더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했으며, 나아가서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들을 돕고자 의사 중에서도 최고의 인의(仁醫)로 거듭난 사람입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누구라도 그 놀라운 실력과 올곧은 심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지요. 처음부터 계속 까칠하게 굴던 선수촌의 사무장(?)도 결국은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김연우는 이도욱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지켜보았으니, 어쩌면 일시적으로 그에게 반해 사랑하게 된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랑을 잃고 떠나려는 그를 어떻게든 곁에 붙잡아 두려는 김연우의 마음은 더 이상 연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경스런 선배에 대한 경의이며, 그가 오랫동안 꾸어 온 꿈(태릉선수촌으로 돌아오겠다는)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가장 좋은 의사로서 가장 그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런 그녀의 마음은 두 개의 씬에서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김연우는 강희영을 만나 이도욱을 붙잡아 달라고 합니다. 그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데 자기는 힘이 없어서 붙잡을 수가 없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강희영은 "나 때문에 다쳐서 그 사람 인생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나는 그의 곁에 있을 수 없다."며 거절하지요. 강희영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김연우는 그 이야기를 이도욱에게 전합니다. "그녀가 당신을 떠난 것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죄책감 때문이었다."고 전하는 김연우의 마음은, 이도욱이 강희영과의 사랑을 이루고 태릉선수촌에 남아 있기를 바래서였을 것입니다. 


이도욱과 강희영의 관계는 일단 마무리된 듯도 싶지만 여전히 애매합니다. 죄책감으로 깨져버린 그릇이기에 사랑을 담을 수 없다고,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없는 우리는 서로에게 아픈 기억일 뿐이라고, 이제 당신에게 웃음을 주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라고 말하며 강희영은 다시 이별을 고했지만, 글쎄 이도욱의 마음은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김연우와의 러브라인은 끝났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지금 와서 이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아무리 잘 표현한다 해도 막장스러워질 게 뻔하거든요.

김연우가 이도욱에 대한 마음을 접었음이 나타난 두번째 씬은 병원 앞에서였습니다. 일단 그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도욱과 김연우는 유상봉(정석원)이 재활을 결심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박지헌을 만나 셋이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지요. 친구를 절망의 늪에서 끌어올리는 데에 이도욱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음을 아는 박지헌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도욱 역시 자기와 닮은꼴이 되어버린 유상봉의 재기 결심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그 감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군요. 그런데 사랑 앞에서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버리는 박지헌은 "그래도 남자로서는 별로예요!" 라고 입술을 삐죽거리며 질투심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도욱은 귀여운 아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듯 재미있어하며, 김연우에게 차를 몰아 박지헌을 데려다 주라고 합니다. 대놓고 두 사람에게 데이트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지요.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박지헌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오히려 좋은 소식을 듣고 그간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배탈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길가에 앉아 캄캄한 하늘의 별을 찾아 보며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데, 그 때 김연우에게 급한 연락이 옵니다. 어제 의무실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던 선수가 갑작스레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이었지요. 김연우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는데, 아이처럼 그녀를 붙잡던 박지헌은 무조건 다시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소리칩니다.

다행히 선수는 급한 고비를 넘겼고, 이도욱과 김연우는 호흡곤란의 원인이 송진 알레르기였다는 것까지 알아냈습니다. 얼마 전에 다른 제품으로 송진 왁스를 바꿨는데 그게 문제였던 거죠. 아무 잘못도 없는 이도욱을 마구 몰아붙이던 코치는, 원인이 밝혀졌는데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군요. 그에 김연우가 억울해하자 이도욱은, 유명한 산악인들을 안내하여 수없이 정상에 올라도 누구 한 사람 그 업적을 인정해 주지 않는 셀파들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도 그와 같은 존재들이라고 말이지요. 새삼스레 멋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도욱의 대사는 진정한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이도욱이 기분 좋은 김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제안해도 김연우는 망설입니다. 자기를 기다리겠다던 박지헌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죠. 예전 같으면 '집에 갔겠지, 뭐' 라고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이도욱과의 술자리에 따라갔을 그녀이건만, 참 많이 변했습니다. 박지헌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배터리가 방전되어버린 박지헌의 전화는 바로 끊겨 버렸네요. 그러자 김연우는 이도욱을 향해 "술은 내일 마셔도 되죠?" 라고 양해를 구하며 급히 박지헌에게 달려갑니다. 이미 그녀의 마음이 박지헌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음을 말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시 그를 만난 그녀는, 가을 저녁의 찬바람에 떨며 꽁꽁 얼어붙은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왜 아직까지 기다렸느냐?"고 묻지요. 이에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라고 대답하고는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입을 맞춥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닥터 챔프' 최고의 키스신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을 너무도 리얼하게 표현하던 김소연의 표정과 몸짓 연기는 정말 대단했어요. 살짝 찡그리듯 눈을 감고 어깨를 움츠리는 그녀의 수줍은 반응이 어찌나 맑고 예쁘던지, 이렇게 날이 환히 밝았는데도 자꾸만 생각이 나는군요. 연우와 지헌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이도욱과 강희영도 지난날의 상처에 얽매여 있지 말고 그들의 사랑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