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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엄태웅의 시크한 매력, 심상치 않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닥터 챔프

'닥터 챔프' 엄태웅의 시크한 매력, 심상치 않다

빛무리~ 2010. 10. 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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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김소연)과 박지헌(정겨운)의 캐릭터가 초반부터 워낙 아름답게 다가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늦게 등장한 이도욱(엄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연우와 지헌이 벌써 너무 예쁘고 행복한 커플의 분위기를 모락모락 풍기고 있는 상황인데, 또 하나의 꼭지점으로 등장하여 삼각관계를 조성할 듯한 이도욱의 등장은 약간 염려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면 시크함의 화신이라고나 해야 할 듯한 그 표정과 말투에서, 연우를 향한 지헌의 사랑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을 이미 예감했던 듯 싶습니다.

엄태웅의 연기력은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작품에서 인증된 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선덕여왕'에서는 유일하게 빛을 못 본 케이스였습니다.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김유신의 캐릭터는 좀처럼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부진했기에, 그 인물에 몰입해야 하는 엄태웅의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답답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도 대본상으로 이미 정해져 있는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오히려 남주인공의 부진을 틈타 김유신을 제외한 다른 남성 캐릭터들이 엄청난 약진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담 김남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지요.


그러나 만약 '닥터 챔프'의 시청률이 어느 정도만 나와 준다면, 엄태웅은 이도욱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비담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도욱의 매력은 3회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심상치 않아요.

이도욱은 14년 전,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선수촌에 들어왔으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였습니다. 그러나 시합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하지마비 판정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지요. 하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했고, 의사로 변신합니다. 그는 풍부한 경험 및 선수들에 대한 애정으로 최고의 재활의학과 닥터가 되었으며, 그의 손길을 거쳐 재활에 성공하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수가 벌써 여러 명 있습니다. 이제 그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과 명성을 지니고, 선수로서 떠났던 태릉선수촌에 의무실장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무뚝뚝함, 당당함, 쿨함, 시니컬함... 이 모든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 듯한 이도욱이지만, 절뚝거리는 한쪽 다리는 그의 아픔을 짐작하게 합니다. 사고는 한 순간에 그의 꿈과 사랑을 모두 앗아갔고, 절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크기는 오직 그만이 알겠지요. 과도한 시크함은 어쩌면 끔찍한 고통의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어린 선수들을 대할 때면, 갈라진 얼음 사이로 노오란 꽃봉오리가 비치는 것처럼 그의 부드러운 내면이 살짝 드러납니다.

한국의료원과의 MOU 체결을 위해 서교수(조민기)를 만나러 왔던 이도욱은 김연우와 마주치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그녀가 한국의료원에서 쫓겨난 경위를 알게 됩니다. '내부고발자' ... 김연우는 다만 자기의 소신에 따라 정의로운 행동을 했을 뿐인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명예롭지 못한 호칭과 연인의 배신과 그녀를 차갑게 밀어내는 사회적 시선 뿐이었습니다. 이도욱은 마치 그 사회적 시선에 한 자락을 보태는 것처럼 말합니다.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당신 같은내부고발자를 받아 줄 사람은 아무 곳에도 없을 거야."

하지만 태릉선수촌 의무실에 지원한 수많은 의사들 중, 단 1명의 합격자로 그녀를 지목한 사람은 바로 이도욱이었습니다. 연우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대답합니다. "머리에 총 맞은 사람인가보지, 내가"


이도욱은 서교수를 만나 MOU 협상을 하는 자리에 일부러 김연우를 동반하고 나갑니다. 서교수는 이도욱 앞에서 김연우를 가리켜 재앙을 불러오는 인재라고 표현하며 대놓고 깎아내리는군요. 그리고 MOU를 위한 계약서 문항에 요구조건 하나를 추가하겠으니, 김연우를 해고할 것을 이도욱에게 요구합니다. 거부할 경우는 당장 내일로 닥쳐 온 MOU를 다시 생각해 보겠다면서 말이지요. 의료사고를 저질러 한 소녀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면서, 그 사실을 묵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배 의사의 앞길을 집요하게 막으려는 서교수의 악랄함과 치졸함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김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교수의 얼굴에 시원스레 물을 끼얹고 돌아섭니다. "저는 교수님이 적어도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도욱이 "거기 서!" 라고 외치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그녀의 빠른 걸음을 쫓아 옵니다. "빨리 화해를 해야지, 저쪽은 아주 힘이 막강한데! ...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어? MOU 체결할 병원을 다시 구하는 것보다는 의사를 다시 뽑는 편이 훨씬 간단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마치 권력에 영합하는 사람처럼 시치미도 잘 뗍니다.


그의 연기에 속아넘어간 연우는 결국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다시 해고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억울함에 눈물을 글썽입니다. "다들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저를 몰아세우기만 했는데, 어딘가에는 제가 한 일이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랬어요. 그 사람이 실장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아주 잠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를 거라고 믿고 싶었는데, 결국 제 착각이었네요."

혼자 가버리는 그녀를 붙잡지도 않고 생각에 잠긴 이도욱의 표정은 과연 그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 날, 하직 인사를 드리겠다고 찾아 온 연우를 보고도, 당장 의무실에 일손이 부족하니 오전 근무까지만 하고 그만두라며 눙치는군요. 그리고 오후에는 MOU 체결식장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중요한 서류를 두고 왔으니 빨리 갖고 오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김연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서교수는 이도욱이 자기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였다 여기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서류봉투를 들고 나타난 김연우를 보고는 굳어 버립니다. 그리고 이도욱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청천벽력같은 발언이 나오는군요. 그는 서교수의 옆에 있는 한국의료원 원장에게 말합니다. "계약서 문항에 요구조건 하나를 추가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서교수님을 해임해 주시지요." 서교수는 자기가 지닌 권력의 힘을 믿고 김연우를 압박했으나, 이도욱은 김연우가 지닌 진실의 힘을 이용하여 대신 서교수를 후려친 것입니다.

이제 다음 회에 자세히 나오겠지만, 의료사고의 피해자인 소녀 조민지의 가족이 고소를 취하한 이유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재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증거와 증인이 있으니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음에도, 막강한 권력을 지닌 병원측은 힘없는 환자 가족에게 겁을 주며 소량의 합의금으로 고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도욱은 직접 그들을 만나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고 말하니, 명백히 죄 지은 입장에서는 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다 해도 제발이 저릴 수밖에 없겠지요.


이번 사건에서 이도욱은 '심판'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언젠가 김연우는 "정말 열심히 준비한 시합인데, 상대 선수가 나보다 너무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면 어떻게 상대하겠냐"고 박지헌에게 물은 적이 있었지요. 그에 박지헌은 "죽어라 더 노력해서 그놈만큼 세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정당한 방법으로는 못 이기는게 아니냐고 연우가 반문하니, 지헌은 단호히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심판이 있으니까! 반칙하면 심판에게 다 걸리거든요." 그 말을 들은 연우는 서글프게 중얼거렸지요. "나한테는 심판이 없는데..."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심판이 등장했군요. 이도욱 심판은 반칙을 범한 서교수의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박지헌이 해맑은 소년이라면, 이도욱은 키다리아저씨입니다. 순박한 소년은 울고 있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위로해 주고, 시크한 키다리아저씨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끌어 올려 줍니다. 양쪽에서 그녀를 지키는 두 남자가 어찌나 매력적인지, 아무리 드라마 속의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김연우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김연우가 누구와 연결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저의 예상으로는 이도욱 쪽에 약간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지헌과 연결된다 해도 물론 좋습니다만, 최소한 이도욱이 예전의 연인에게로 돌아가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재 수영코치로 있는 강희영(차예련)은 도욱의 사고 이후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는데, 지금은 자존심 때문에 잘 살고 있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이혼녀입니다. 멋지게 성공해서 다시 돌아온 첫사랑을 보며 그녀의 마음이 설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둘이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나 구질구질해요.

이도욱은 차가움 속에 따뜻함을 지닌 남자이고, 권력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남자이며, 놓치기 쉬운 진실을 발견하고 그 진실의 힘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현명한 남자입니다. 이러한 남자를 강희영과 같은 속물적 근성의 여자와 맺어지게 하는 것은 범죄에 가깝습니다..ㅎㅎ


이번 작품을 통해 시크한 매력남으로 거듭난 엄태웅의 연기 변신이 앞으로도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가 중간에 망가지지 않고 끝까지 멋지게 완성된다면, 그에게 '엄포스'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드라마 '부활' 이후로 엄태웅의 연기 인생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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