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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생뚱맞은 베드신, 드라마를 망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닥터 챔프

'닥터 챔프' 생뚱맞은 베드신, 드라마를 망치다

빛무리~ 2010. 11. 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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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11회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엄태웅과 차예련의 베드신은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두 사람 다 현재 싱글이고, 오래 전에 사랑했던 감정이 아직도 마음 속에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굳이 흠잡을 일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드라마의 순조로운 진행을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없는 것만 못한 장면, 말하자면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유도 챔피언 유상봉(정석원) 선수의 부상은 모든 사람에게 지독한 아픔과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필 자기와의 시합 중에 친구가 부상을 당해서 반신불수가 되어 버렸으니, 그 착한 박지헌(정겨운)이 받았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한편 오래 전의 자기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유상봉 선수 때문에, 의무실장 이도욱(엄태웅)은 끔찍한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잘못된 대처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류하느라, 그들 앞에서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은 자기 체험담을 늘어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김연우(김소연)의 입장에서도 너무나 고통스런 현실이었지요.

김연우가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은 가족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평생 아들만 싸고 돌면서, 그 아들이 저지르고 다닌 뒷수습을 딸에게 시켰으니 별로 좋은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속인 바람에 김연우는 몇 년간 등골이 휘게 번 돈으로 밑창 뚫린 오빠의 빚을 갚아주면서도 그 돈이 알뜰히 저금되고 있다 생각했지요. 그렇게 철없는 어머니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고 찾아온 딸에게는 포근한 휴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도욱이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위로한답시고 숙소에 찾아왔던 옛 애인 강희영(차예련)을 붙잡고는 "오늘 너 안 보내" 그러더니, 잠시 후에 이어지는 장면이 공중파 드라마로서는 결코 낮지 않은 수위의 베드신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매우 당혹스럽게 느껴졌던 첫번째 이유는, 이제껏 드라마의 전개를 보았을 때 이도욱과 강희영의 러브라인은 다시 이어질 것 같지도 않았고,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그 장면을 보는 순간의 느낌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영 코치와 의무실장으로 직책은 다르지만 그들은 태릉선수촌이라는 직장을 공유한 동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상처받은 자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룻밤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말이지요. 그게 뭐 현실적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도 없으니까요.

물론 그 일이 있은 후 이도욱은 강희영에게 정식으로 데이트를 신청했고, 그녀와의 만찬을 위해 일부러 여러 군데의 와인샵을 뒤져서 최고급의 와인을 준비하기까지 했습니다. 무려 14년간이나 그녀를 잊지 못했던 이유가, 원망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사랑보다 원망이 더 큰 것도 같고, 사랑이 변해서 원망이 된 것도 같았는데, 오늘 보니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더군요. 그리고 이도욱의 데이트 신청을 받고 설레며 예쁘게 꽃단장을 하는 강희영을 보니 그녀 또한 그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하나의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좋아하는 싱글남녀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김연우를 사이에 두고 박지헌과 이도욱이 결성해 온 팽팽한 삼각형은 무너지게 됩니다.


다시 시작될 것 같던 이도욱과 강희영의 러브라인은, 오래 전 그의 사고가 사실은 자기 때문에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강희영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허무하게 끝나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도욱이 지금부터 김연우에게 마음을 연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진행하려면 저 베드신은 없었어야 합니다.

이도욱이 출중한 능력과 시크한 매력을 갖춘 연상남의 이미지라면, 박지헌은 소년과도 같은 연하남의 이미지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순수의 결정체인 박지헌은 보면 볼수록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지요. 속에 다른 마음을 숨긴 것 없이 곧이 곧대로인 그의 성품은 김연우와도 매우 잘 어울립니다. 김연우가 그에게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두 사람은 최고로 예쁜 커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박지헌에겐 친구의 부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지만요.


만약 강희영과의 베드신이 없었다면, 이도욱은 그런 박지헌에게 아주 강력한 라이벌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실력과 더불어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가슴까지 지닌 의사입니다. 정밀 검사에 필요한 기계가 없어도 촉진만으로 부상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고, 통증의 원인이 마음에 있다면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줄 줄도 아는 의사입니다. 이런 사람은 남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최고의 매력이 있지요. 더구나 여주인공 김연우가 그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박지헌보다 우위에 놓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닙니다. 십수년이 흘렀는데도 옛 애인 강희영에 대한 마음을 최근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박지헌에게 밀릴 수밖에 없어요. 첫사랑에 너무 집착하는 남자는 지금 곁에 있는 여자를 외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더군요. 왠지 그 말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나요? ;; 그런 면에서 이도욱은, 김연우의 남자로서는 점수를 엄청 깎이게 된 겁니다.


게다가 만약에 김연우가 이도욱과 연결된다면, 결코 수위가 낮지 않았던 저 베드신이 자꾸만 떠올라서 좀 짜증이 날 것 같습니다. '닥터 챔프'가 일종의 막장드라마였다면, 저까짓 것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닥터 챔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은 드라마였습니다. 적어도 10회까지는요.

그런데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하기 어려운 두 남녀의 애증으로 범벅된 하룻밤은 삽시간에 드라마의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버렸군요. 비록 결혼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어졌던 남녀가 다시 만나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복잡하게 얽히는 모습은 마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닥터 챔프'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맞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쩌겠습니까? 이제라도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도욱과 강희영을 이루어지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와서는 이도욱이 김연우에게 다가온다 해도 전혀 반가울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봐야 점점 더 막장드라마에 가까워질 뿐입니다. 차라리 지난 시절의 모든 원망을 털어 버리고 평생 그리워하던 첫사랑과 행복해지는 스토리로 나가는 편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김연우의 남자는 박지헌이 되겠군요.


지금껏 공들여서 만들어 왔던 예쁜 삼각형이, 그리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창출해 낼 수 있었던 좋은 삼각형이, 저 생뚱맞은 베드신 한 방으로 무너져 버렸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제가 유난히 아끼는 드라마 '닥터 챔프'이기에 끝까지 실족하는 일 없기를 바랬는데... 엄태웅의 출세작 '부활'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오래 기억될 명작으로 탄생하기를 바랬는데, 왜 쓸데없이 저런 오점을 남겼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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