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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 스페셜' 정성모, 내가 한승재를 사랑한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김탁구 스페셜' 정성모, 내가 한승재를 사랑한 이유

빛무리~ 2010.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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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제빵왕 김탁구 스페셜'은 드라마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막강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방송은 아주 잘 만들어져서, 정식 예능 프로그램에 맞먹는 수준의 웃음과 재미를 보장해 주더군요. 특히 서경석, 이지애와 더불어 MC로 변신한 이한위의 맛갈스런 진행 능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예능의 게스트로 출연할 때마다 빵빵 터뜨리는 입담은 벌써 알고 있었으나, MC로서의 능력은 또 다른 것인데 이한위는 놀랍게도 아주 멋지게 수행해 주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와 달리 너무도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는 연기자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흐뭇하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품은 드라마이긴 했으나, 돌이켜 보면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본 시간은 아주 짧았거든요.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들은 슬퍼하고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었지요. 특히 서인숙과 한승재의 얼굴에서 해맑은 웃음을 찾아본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스페셜 방송에서는 얼마든지 만끽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린 탁구 오재무 군의 멋진 춤사위도 좋았고, 윤시윤과 주원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감상하는 발라드도 좋았지요. 역시 요즘의 젊은 스타들은 거의 만능이더군요. 연기자인데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에 만만치 않은 예능감마저 겸비한 그들을 보며, 저는 "잘났어, 정말~!" 하고 혼자 중얼거렸지요. 왜 갑자기 고두심의 오래된 유행어가 떠올랐을까요? ^^

그러나 가장 제 눈길을 끄는 사람들은 최강의 악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전인화와 정성모였습니다. 사실 그들과 같은 중견 연기자를 예능이나 토크쇼에서 접할 기회는 거의 없지요.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은 거의 항상 캐릭터의 옷을 입고 있었을 뿐 연기자 본연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서인숙과 한승재가 아닌 전인화와 정성모의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났다는 자체가 일단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인화의 카리스마와 아름다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드라마에서도 비록 악역이긴 했지만 등장하는 장면마다 저절로 도도한 기품을 뿜어내곤 했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그녀가 차기작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는 억척스런 역할을 한 번쯤 맡아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전인화는 선역이든 악역이든 외형적으로 너무 고상하고 화려한 캐릭터만을 해 왔는데, 만약 시장에서 국밥을 파는 욕쟁이 아줌마(?) 같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연기 변신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에 비해 정성모는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 경력을 지닌 배우입니다. '모래시계'에서 최고의 악역을 너무도 실감나게 수행했기 때문인지 그 이후로는 주로 악역을 맡아 왔지만, 악역 못지 않게 선역도 많이 했으며 인물의 계층이나 유형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지금도 제 머릿속에 더욱 생생히 남아 있는 작품은 바로 최인호 원작의 드라마 '겨울나그네'군요. 영화에서 안성기가 맡았던 '현태' 역할을 드라마에서는 정성모가 맡았는데, 그 때까지 정성모라는 연기자를 모르고 있던 저는 갑작스레 낯선 그의 팬이 되고 말았었지요. 다혜(김희애)를 바라보던 그 자상한 눈빛은 민우 역의 손창민보다 훨씬 돋보였습니다. 

저는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승재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천인공노할 죄악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나 그를 동정했고, 사랑했습니다. 사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에는 제가 한승재한테 그렇게까지 빠져 있는 줄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 알겠더군요. 구일중이 그토록 미웠던 것도, 마지막회에서 생부를 매몰차게 외면하는 구마준에게 분노했던 것도, 사실은 한승재에게 너무 감정 몰입이 되어서 그랬던 것입니다. 물론 그게 전부 다는 아니지만, 확실히 영향은 있었어요.


MC가 전인화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현실이라면 구일중과 한승재 중에서 어떤 남자를 택하겠냐고 말이지요. 그러자 전인화는 망설이지도 않고 한승재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언제나 곁을 지키며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남자 한승재를, 따스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구일중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요. 드라마의 서인숙은 생각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아주 비현실적인 여자였습니다.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에게서 기적처럼 아들을 얻었고, 평생 그 두 사람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왔으나, 단 한 번도 그 두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추락해 버린 슬픈 캐릭터가 한승재입니다. 그의 비뚤어진 사랑이 깊어갈수록, 그가 악의 구렁텅이로 깊이 빠져들어갈수록 제 마음은 안타깝기만 했지요.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승재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비극적이기도 했지만, 완벽한 감정 표현으로 그 캐릭터를 형상화시킨 정성모의 연기력이 절반 이상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의 연기를 보면 왠지 실제로도 완벽하고 냉철한 인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김탁구 스페셜' 방송을 보니 가장 의외성을 지닌 인물이 바로 정성모였더군요. 그는 밤샘 촬영으로 피로에 지친 동료 연기자들과 스탭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재롱(?)을 떨며 춤을 추기도 하고, 발가락 양말을 신고 다니며 진지한 연기 중에도 가끔 발가락을 쫙 펴고 장난을 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쾌한 남자였습니다.

이리하여 놀랍게도 중견배우 정성모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뽑는 투표에서 후배들의 몰표를 받았습니다. 힘든 사랑을 하던 한승재는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바짝 경직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그를 연기하던 정성모는 촬영장에서 가장 느슨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내공'이겠지요?


정성모의 연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정성모의 표정과 눈빛을 보면 어느 사이엔가 그 캐릭터의 감정을 저절로 이해하게 되더군요. 일단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면 그 캐릭터는 선악의 구분 없이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정성모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악역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가 지니고 있던 능력이었습니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오랫동안 좋아하던 배우의 정다운 실체(?)를 알 수 있었기에 저로서는 무척이나 즐겁고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는 저에게, 정성모와 같이 훌륭한 중견 배우는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거든요. 저는 앞으로도 그의 연기에 푹 빠져 지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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