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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생부의 임종을 놓친 딸의 애끓는 눈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생부의 임종을 놓친 딸의 애끓는 눈물

빛무리~ 2010. 9.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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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민재(김해숙)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수십년 전에 헤어진 전남편이 죽음을 앞두고 딸을 찾는다는데, 민재는 딸 양지혜(우희진)가 임신중인데 충격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지혜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자기 혼자 전남편을 만나 지혜의 사진만 전해주고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 장례를 치렀다며 마지막 소식을 알리는 문자가 민재의 휴대폰에 도착했고, 하필이면 주방에서 엄마와 함께 일하고 있던 지혜가 그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혜의 상실감과 분노는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생부였지만, 그리고 34년 동안 단 한 번도 자기를 찾은 적 없는 매정한 생부였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는 평생 그리운 아빠였던 것입니다. 지혜는 혼자서 얼마나 여러 번 아빠를 만나는 상상을 했는지, 밤이면 얼마나 여러 번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며... 그런데 이제는 마지막 길까지 놓쳐 버렸다며, 자기 인생에 중요한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엄마를 용서하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유부남에 아들까지 두고 있었던 자기 아빠에게 속아 사기 결혼을 당하고, 나중에는 그의 본처와 가족들에게 극심한 모욕까지 당하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사정을 들었을 때, 지혜로서도 차마 더 이상 엄마를 탓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십년간 피붙이인 딸을 한 번도 찾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 죽음을 앞둔 처참한 몰골을 보여줌으로써 임신한 딸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는 괘씸함 또한 엄마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지혜의 생부(한진희)는 집안끼리의 약속에 의해 일찍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두었으나, 민재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꼈고, 그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이중결혼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크나큰 상처와 비극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민재는 삽시간에 남의 남편을 꼬여낸 파렴치한 여자가 되었고, 수시로 찾아와 행패를 부려대는 시누이들의 행태까지 감당해야 했지만 그래도 사랑했기에, 본처 쪽을 정리하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요. 하지만 어느 날, 어린 아들과 함께 찾아 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남편의 본처를 보고는 마음을 접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 지혜를 임신한지 불과 5개월만의 일이었습니다.


지혜의 생부는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서, 한시도 딸을 잊지 못했으나 찾지도 못하고 지내왔던 것입니다. 지혜의 막내 고모(임예진)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가족들의 모임에서도 한 자리에 있지 않고 혼자 떨어져서 책을 읽는 등, 평생 마음을 닫고 살아왔다 합니다. 투병생활을 시작한지 5년이 넘어가던 어느 날, 불현듯 애간장이 끊어지게 울면서 지혜를 한 번만 보고 싶다며, 처음으로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간절한 부탁을 거절한 민재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로서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녀가 전해 준 딸의 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영원한 길을 떠나갔던 것입니다.

지혜는 막내 고모에게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가 마지막 남긴 편지를 읽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주도의 집에 도착해서도 고모가 전해 준 아버지 생전의 사진을 손에 꼭 쥐고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지혜의 모습은, 원망이나 미움보다 사랑이 더욱 컸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비록 민재는 딸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으나, 지혜로서는 가슴에 품고 갈 회한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너에게 그토록 가슴아린 존재인 줄 몰랐다는, 지금의 아버지가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는 민재의 말은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습니다.


더불어 경수(이상우)의 아버지가 아들의 남다른 인생을 드디어 인정하고 받아들여 준 사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아들을 괴물 취급했던 것은 어머니(김영란)의 고집이었고, 심약한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살아왔던 것인데, 그는 이제 두 번의 수술을 거치며 건강이 악화되자 인생에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아내의 무리한 욕심과 고집을 억제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사는 거라고, 더 이상 아들의 인생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 하지 말라고, 인정할 수 없으면 차라리 포기하라고 말하는 경수 아버지의 얼굴은 매우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온 경수도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딸이 죽어가는 생부를 만나지 못하게 한 지혜의 엄마도, 아들이 동성애자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던 경수의 엄마도, 각자 최선이라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식을 사랑한 것이었습니다. 경수 엄마의 경우는 그 중 자기의 욕심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경수의 인생이 잘못되기를 바랬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기 뜻대로 자식의 인생을 움직이려 했던 그 어머니들의 선택은 행복이 아니라 눈물과 아픔을 가져왔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 다른 삶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지 않으면 평화와 행복은 존재할 수 없음을... 아무리 힘겹더라도 조금씩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만이 모두 함께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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