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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나쁜 아버지 논란에 대하여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나쁜 아버지 논란에 대하여

빛무리~ 2010. 8. 2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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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중이 과연 나쁜 아버지일까 좋은 아버지일까에 대한 논란은 아무래도 저에게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구일중 캐릭터를 독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그 글들이 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으니까요. 저는 제 글의 내용에 찬성하시는 분들과 반대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며,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특별히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명백히 규명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래서 만약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겠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상의 한 캐릭터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일 뿐입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 본인의 생각에는 그 글이 억지인 것처럼 느껴지고, 자기 생각에 대한 과신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남의 글이 왜곡으로 느껴지겠지요. 그러나 그 모든 평가도 어디까지나 자의적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토론의 기본입니다. "나의 생각은 이런 면에서 당신과 다르다" 고 말해야 하는 것이지 "이런 글을 쓰는 걸 보니 당신은 어떤 사람이구나" 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속으로야 남을 어떻게 판단하든 상관이 없으나, 일단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순간 벌써 진정한 소통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안의 옳고 그름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불쾌감과 공격의지가 우선시되는 순간이니까요. 남의 글을 읽고 반대 논리를 펴는 데에 있어 "캐릭터에 자극적인 옷 입히기를 잘한다"는 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의적 판단의 말을 불쑥 끼워넣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구일중을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드라마상으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구일중이 20여년간 아들로써 키워 온 구마준에 대해 속으로는 애정을 품고 있었을 거라 믿으시는 듯 합니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할 뿐이고, 딸들인 자경과 자림에게도 역시 살가운 아버지는 아니었다는 등의 예를 들 수 있겠군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번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마준을 대하는 구일중의 태도와 눈빛, 미묘한 대사 등에서 그가 결코 마준에 대해 아버지로서의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두 번 다시 내 회사에 발을 들이지 마라" 는 대사 중에 소유권을 의미하는 '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부분에서 저는 구일중이 명백하게 마준과의 사이에 금을 그어 버리는 것을 느꼈지요. 제가 보기엔 혐오감이 뚝뚝 떨어지는 어조였는데, 단순히 잘못한 아들을 아버지로서 꾸짖는 말이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듯 합니다. 물론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요. 뭐가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마준에게만이 아니라 서인숙에게까지도 구일중이 약간의 애정과 배려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그토록 많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혼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ㅎㅎ 저는 지금도 구일중이 서인숙과 마준에게 일말의 애정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럴 바에야 억지로 허울좋은 가정을 지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헤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 사이에 날마다 냉기가 흐르는 집안에서 자라나는 것은 마준에게만이 아니라 자경과 자림에게도 좋지 않았을 거예요.


애정이 없더라도 최우선적으로 테두리나마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분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이유에서든 함께 살기로 결심했으면 진정한 용서와 애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못하고 수십년 동안 곁에 둔 채 냉정히 마음을 닫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헤어짐보다 더 큰 죄악이라고 변함없이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생관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해야겠네요.

마준이가 비뚤어진 책임을 모조리 구일중에게 지울 수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구마준은 이미 컴플렉스 덩어리가 되었으니, 정성을 다해 키웠다 해도 바로잡아 주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아무래도 마준이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 구일중이, 애정을 주려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며,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그럴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자경과 자림에게도 살가운 아버지는 아니었으나, 오히려 저는 드라마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부분에서 구일중이 마준을 더욱 더 차갑게 외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사람마다 이토록 정반대의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네요.

그러잖아도 핏줄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오들오들 떨고 있던 아이인데, 날마다 자기를 차갑게 대하는 아버지를 보며 마준이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악몽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제 비밀이 들통나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모르고 계실까, 그런 의문 또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끝없이 맴돌며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고통 속에 점점 더 비뚤어져 갔겠지요. 차라리 어릴 적에 폭탄이 터져 버렸더라면 훨씬 나았을텐데, 헤어지지 않고 곁에 둔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구일중이 마준이를 차갑게 대하는 것은 마준이가 워낙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열 손가락 모두 깨물면 아프다지만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자식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자식이 있겠지요. 자기가 원하는 자식이 되어주지 않으면 못마땅한 것도 당연할 테구요. 그리고 저 역시 이제는 더 이상 구마준의 캐릭터를 옹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가 너무 망가뜨렸거든요.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태도를 문제삼았던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자식이 아무리 천인공노할 죄를 지었다고 해도 부모라면, 안타깝고 속상하긴 하겠지만 결국은 자식을 감싸안을 것입니다. 자식이 잘못했다고 해서 진짜로 미워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부모가 아니지요. 그러나 제 눈에 비친 구일중의 태도는 기본적인 애정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구일중을 나쁜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며, 저와 생각을 달리 하시는 분들은 구일중의 속마음에 드러나지 않은 애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시는 것이 이유일 것입니다.

어차피 캐릭터는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진실이 밝혀질지, 그 과정에서 캐릭터는 어떤 방향으로 완성되어 나아갈지 미지수입니다. 제 판단에 작가는 구일중을 이미 선역으로 규정지어 놓은 것 같으니, 결말에 가서는 갑자기 온화하고 따뜻한 아버지로 변신하여 마준이를 받아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구일중의 캐릭터가 정말 '좋은 아버지' 였음이 증명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작가의 손을 떠나, 제작진의 손을 거쳐, 우리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마다 캐릭터는 재탄생됩니다. 결말이 어떻게 되든간에 지금까지 제 마음에 전달되었던 구일중의 캐릭터는 명백한 '나쁜 아버지'였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마음마다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제각기 다르게 창조되는 인물이 바로 드라마 속의 캐릭터이며, 그것은 바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재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이번에도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현실에서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본 적 없기 때문에 혹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저와 다른 세대이신 어른들의 생각도 알고 싶었거든요. "엄마, 마준이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구일중이 알고 있는 것 같나요, 모르고 있는 것 같나요?" 그러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알고 있는 것 같더라!" 하고 대답하시더군요. "그럼, 어쨌든 지금까지 26년을 아들로 키워 왔는데, 마준이한테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것 같나요, 없는 것 같나요?" 이번에도 어머니는 즉시 "애정 없는 것 같아!" 라고 대답하시더군요..ㅎㅎ

물론 제 어머니의 생각이 대다수 어른들의 생각이라는 식으로 일반화시킬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제가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혹은 아직 연륜이 미천해서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군요. 그저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지녔기에 발생하는 의견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드라마 리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캐릭터에 자기가 생각하는 빛깔의 옷을 입힙니다. 그 또한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언제나 소신껏 글을 쓸 것이며, 저와 생각이 다르신 분들, 그래서 제가 캐릭터에 입힌 옷의 빛깔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께는 부디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실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생각의 차이일 뿐, 감정이 상해야 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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