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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시청률 부진의 몇 가지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나쁜 남자

'나쁜 남자' 시청률 부진의 몇 가지 이유

빛무리~ 2010. 7. 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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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있어도 현재로서는 성공이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1. 월드컵 중계로 인한 장기 결방 폭격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마도 모든 분들이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초반의 어수선함을 극복하고 이제 막 본격적인 스토리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S방송사의 월드컵 독점 중계로 인해 약 1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것은, 누가 보더라도 드라마에는 치명적이었습니다. 독점 중계가 아니었다면 굳이 우리나라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도 아닌데 모든 드라마를 결방하면서까지 축구 중계를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다른 채널에서는 월드컵 경기를 방송할 수 없으니 다른 분야에서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S방송사는 무조건 축구 중계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과연 월드컵 독점 중계로 인해 방송사가 얼마나 이득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특히 드라마 부분에서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받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월화드라마 '자이언트'는 차츰 시청률을 회복하여 16.8%라는 두자릿수로 껑충 뛰어 올랐는데,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는 현재까지 8.1%에서 머물고 있으니, 반드시 월드컵 중계 때문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대본의 부재(不在)


요즈음 많은 방송 관계자들은 "한국 드라마 시장이 1980~90년대 연출자, 2000년대 배우 시대를 거쳐 최근 작가의 시대로 급선회하고 있다. 스타나 PD의 작품보다 잘 짜여진 대본과 구성을 갖춘 드라마가 살아남는다"는 의견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요즈음의 드라마 추세는 확실히 그런 듯 합니다.

제가 '나쁜 남자' 시청률 부진의 원인 중 가장 중점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이 바로 대본의 부재(不在)입니다. 검색으로 찾아보니 3명의 작가가 공동집필을 하고 있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로 보아 신인 작가들인듯 한데, 경력의 부족인지, 3명 서로간의 의견 불일치인지, 스토리에 일관성이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등장인물들의 모든 행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뜨거운 열망', '치명적 사랑' 등의 단어들로만 설명이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이미지와 느낌과 감정으로만 이끌고 나가는 드라마라고 보여지는군요. 워낙 잘생기고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시청자가 "그래, 저 정도면 어떤 여자(남자)든지 한 눈에 반할 수밖에 없지!" 라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화보나 뮤비도 아니고 드라마인 이상, 그들이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 설득력 있게 표현된 사랑은 오직 홍태성(김재욱)이 문재인(한가인)에게 반하는 과정뿐입니다. 홍태성이라는 인물은 워낙 사랑에 굶주리고 심약한 녀석인데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충격 직후에, 잃어버린 연인 최선영의 이미지를 문재인에게서 보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빠져들어가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홍모네(정소민), 홍태라(오연수), 문재인 세 여자가 하나같이 심건욱(김남길)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냥 '치명적인 마성의 매력남이니까' 이것 외에는 없습니다. 특히 모네의 철없는 매달림과 태라의 무작정 일탈은, 사랑이라기보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부잣집 딸들의 투정쯤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심건욱과 문재인은 서로 닮았다고 느껴서 사랑한다는데 제가 보기엔 별로 닮은 구석이 없거든요. 심건욱은 복수의 화신이고 문재인은 야망의 화신입니다. 살아 온 과정이고 뭐고 하나도 비슷한 점이 없어요. 심지어 건욱은 현재 가난하지도 않기 때문에 재력 면에서도 공통점이 없습니다. 아, 둘 다 신화그룹의 홍씨네 일가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는 있겠군요. 그러나 이게 무슨 사랑에 빠질 이유가 되겠습니까?

매사에 "왜 그런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이런 식입니다. 대본의 부족(不足)이 아니라 부재(不在)라고까지 표현할 만큼, 저에게 이 드라마는 그렇게 보입니다.

3. 최고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들


이것은 사실 2번에서 언급한 '대본의 부재'와 연결된 사항입니다. 캐릭터들이 각각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받지 못하니, 초반에 그 외모의 아름다움과 연기력에 반해서 호감어린 시선을 보내다가도 점점 비호감으로 떨어지게 되었거든요. 주인공 김남길의 포스와 외모와 연기력이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수준이지만, 심건욱이라는 캐릭터는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파양당해서 거리로 내쫓겼을 때, 그를 밀쳐서 등에 유리가 박히게 하고 커다란 흉터를 남긴 사람은 홍씨네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니라 비서실장(?)이었습니다. 홍씨네 사람들은 아이가 그렇게 다친 줄도 몰랐어요. 그리고 어린 건욱을 데리러 오던 양부모가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사건 역시, 홍씨네 사람들 탓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억세게 운이 나빴을 뿐이지요. 어린애를 퍼붓는 빗속으로 내쫓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심건욱이 어른이 될 때까지 평생 이를 악물고 원한을 키울 만큼 죽을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일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에요.


친누나처럼 여기던 최선영이 연인 홍태성에게서 버림받고 자살을 했기 때문에, 심건욱의 복수심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는 것도 글쎄, 그게 뭐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습니다. 임신시켜 놓고 버린 것도 아닌 듯하고, 돈을 뜯어간 것도 물론 아닐 테고, 별로 최선영에게 위해를 가한 것도 없는데, 사귀다가 헤어졌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해야만 하나요? 죽음은 최선영이 스스로 선택한 것일 뿐, 홍태성 때문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심건욱이 홍씨네 일가를 향해서 그렇게 눈에 핏발을 세우고 복수해야 할 만큼 타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홍회장 부부라면 몰라도 현재 심건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홍태라, 홍태성, 홍모네는 아무 죄가 없으니, 그들에게 마수를 뻗치는 심건욱의 캐릭터가 솔직히 호감형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속으로는 문재인을 사랑하면서도 태라와 모네에게서 손을 떼지 않는 심건욱을 보면 "너 대체 왜 그러니?" 하고 묻고 싶어질 만큼 답답합니다. 이 캐릭터는 김남길이라는 걸출한 연기자에게 기대어, 없는 명분을 있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이 여자... 홍태성의 정체를 몰랐을 때는 별 관심도 없다가 해신그룹의 둘째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본격적으로 유혹에 들어간 이 여자가 사랑스러운가요? 남의 집안에서 옷에 쥬스가 쏟아졌으면, 만약에 저라면 대충 수건으로 닦아서 그대로 입은 채 마르도록 놔두겠습니다..ㅎㅎ 무슨 똥이 묻은 것도 아닌데 꼭 벗어서 빨아야만 했는지, 태성의 와이셔츠만 입고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하는 상태로 그 남자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행동이 천박해 보이지 않나요? '부잣집 아들에게 몸으로 들이대는 오갈데 없는 된장녀' 뭐 이런 말 외에 다른 말이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문재인의 캐릭터는 사실 제가 보기엔 처음부터 비호감이었습니다. 한가인이 워낙 예쁘고 청순하게 생겨서 그나마 참고 봐줄만 했을 뿐이에요. 심건욱을 홍태성으로 오해해서 유혹하던 모습들도 굉장히 '값싸게 구는 여자'로 보였습니다. 어느 기사에서 봤더니 문재인의 캐릭터를 가리켜 '강한 신념과 당찬 내면을 가진 현대 여성'이라고 표현했던데, 사람마다 보는 눈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요? 대체 뭐가 강한 신념이고 당찬 내면이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잣집에 시집가서 신분 상승을 해보겠다는 게 강한 신념이고, 부잣집 아들 앞에서도 기죽어서 바닥을 기지 않고 때로는 건방지게 대들기도 하니까 그게 당찬 내면인가요?


그리고 홍태라, 어려서부터 감미로운 사랑을 꿈꾸었지만 이제껏 한 번도 진실한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그녀의 공허한 내면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동생 모네의 애인이라는 것을 알면서 대책없이 그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던져 버리는 그녀의 행동은, 역시 '값싸게' 보입니다. 왜 하필 동생의 애인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역시 "그 남자의 마성적인 매력 때문에" 라는 답 외에는 돌아올 것이 없습니다. 김남길과 오연수의 매혹적인 투샷과 농익은 연기 때문에 마치 술에 취한 듯 그 장면에 빠져들어가서 일시적으로 공감할 수는 있겠으나, 내면을 파악하려 하면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습니다.

내면이 꽉 들어찬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것은 역시 대본의 힘입니다. 인물들이 이렇게 속이 비고 얄팍한 느낌을 주는 것은 결코 연기자를 탓할 일이 아니지요. 그들의 열연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4. 스타성에 지나치게 의존함


제가 보기에 '나쁜 남자'는 처음부터 김남길의 스타성에 너무 많이 의지하고 시작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예상 외의 큰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는 '제빵왕 김탁구'는 제작진 측에서 밝히기를 "처음부터 스타성에 기대기보다 스토리와 대사의 힘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더군요. 그 계책은 적중했습니다. 초반에는 막장스런 설정으로 비판도 많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탄탄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대본의 힘이었습니다. 게다가 월드컵 특수효과를 톡톡이 누리며 독야청청(?) 홀로 방송을 이어간 덕분에 충성스런 시청자들까지 확보할 수 있었지요.

이형민 PD의 전작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 당시만 해도 대스타가 아니었던 소지섭과 임수정을 캐스팅했으나 이경희 작가의 저력있는 대본과 이형민 PD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덩달아 두 청춘스타의 연기력을 빛나게 해주었고 그들을 거물급 스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덕여왕'의 종영 이후 가장 핫(hot)한 스타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요즘 대세'라고 할만한, 게다가 벼락치기 반짝 스타가 아니라 오랫동안 연기 경력을 쌓아 오다가 대기만성형으로 빛나기 시작했기에, 얼마든지 그에게 의지해도 될 만큼의 충분한 능력을 갖춘 김남길이 캐스팅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에 너무 신경을 안 쓴 게 아닐까 싶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연배우 한 사람에게 의지해서 지탱하기에는, 다른 쪽의 구멍이 너무 컸습니다.

김남길 정도의 스타를 확보하지 못한 '자이언트'가 오히려 두 배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월드컵 결방 타격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임을 어찌하겠습니까? '자이언트'는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작은 구멍이 보이기는 하지만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예요. 그에 비해 '나쁜 남자'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기반 자체가 너무 취약하기에, 뭘 어떻게 고쳐 보라고 제안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리뷰를 쓸 때, 특정 연예인에 대한 팬심을 적용시키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선덕여왕' 이후 비담 김남길을 누구 못지않게 사랑했지만, 아무리 그가 출연한 작품이라도 정말 아닌 것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군요. 입소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찍은 작품인데, 훌륭한 드라마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그런 작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타깝지만, 이제 2년 후 한층 더 성숙해져서 돌아올 그의 차기작을 기다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에 '나쁜 남자'가 김남길에게는 그리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군요. 만약 그가 없었다면 완전히 애국가 시청률로 주저앉았을 텐데, 그래도 '김남길'의 힘으로 이 정도의 명맥을 유지했으니 말입니다. 그의 이름이 결코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 되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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