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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심건욱(김남길)이 모네에게 전하는 말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나쁜 남자

'나쁜 남자' 심건욱(김남길)이 모네에게 전하는 말

빛무리~ 2010. 5. 28. 08:16


모네야, 나는 나쁜 남자다. 이미 나에게 빠져버린 너의 순진한 눈빛을 보면서도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 안에는 양심도 사랑도 온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 자신조차 섬뜩해질 만큼, 나는 그렇게 차가운, 나쁜 남자다.


오래 전, 내가 너희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나던 날, 오후가 되면서 비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쫓겨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던 나는 사정없이 밀쳐져 넘어졌고, 뒷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걷잡을 수 없이 피가 흘러 내렸지만,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 혈육이 아니라고 밝혀진 순간, 이미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길바닥의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끊임없이 내 몸을 거쳐서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은 선명한 붉은 색이었다.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 이미 상처에는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몸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괜찮았다. 나를 사랑하는 진짜 부모님이,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달려오고 계셨으니까... 나의 호주머니에는 소리를 듣지 못하시는 우리 아빠에게 꼭 선물해 드리려 했던 보청기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강아지 돌돌이와 함께 비를 맞으며 부모님을 기다렸다. 몸은 추웠지만, 다시 만날 희망으로 가슴은 부풀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와 함께 나의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어쩌면 내가 원망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나의 친부모였는지 모른다. 그들이 나를 고아원 문앞에 버리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이런 비극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 일만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가난하지만 따뜻하기 이를데 없는 나의 양부모님과 더불어 사람답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해신그룹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손아귀가 뻗어 와 나를 양부모님의 품에서 낚아채어 가는 순간, 우리 가정의 작은 행복은 산산이 부서졌다.


모네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내가 그런 것도 아니고, 내 부모님이 그러신 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막무가내로 빼앗아 갔던 너희 집안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며 몰아붙였다.


그렇게 비가 퍼붓던 날,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가족도 사랑도 희망도... 그리고 내 안에 흐르던 따뜻한 피와 눈물도... 모두 한꺼번에 비에 씻겨 내려갔다. 그 날 이후 나의 피는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사람들을 나는 지금 보고 있다. 두 늙은이의 노회한 눈빛은 여전히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저 사진 속에 해맑은 소녀의 모습으로 서 있는 태라 누나도 이제는 세상을 아는 어두운 눈빛으로 변해 버렸구나. 그런데 홍모네, 오직 너만은 유모차에 누워 있던 어린 아기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너에게 다가선다. 나쁜 남자인 나에게, 해사하게 웃으며 말랑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네 모습은, 견고한 보호막 속에서 한 번도 상처받아 본 적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천진난만함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나는, 그런 네가 미워진다.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일수록 상처받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내 앞에서,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웃고만 있는 네가 미워진다.


이제 나는 너를 둘러싸고 있는 그 보호막을 깨뜨리고, 네가 전부라 여기며 살아왔던 그 세계를 사정없이 휘저어 놓을 것이다. 너는 상처받고 나를 원망하겠지. 너의 행복은 부서지고, 티없이 맑던 네 눈에도 어둠이 깃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잃어버린 나에겐 너의 순수함조차 가소로움일 뿐이니, 모네야, 나는 미안하지 않다. 어차피 순수함이란 더럽혀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견고한 위선의 장벽을 깨뜨리고, 그들에게 아픔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 나는 한 점의 얼룩도 없는 순백의 너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그래, 모네야, 나는 나쁜 남자다. 그래서 나는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


* 이 리뷰는 퍼온 글이 아니라 저의 개인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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