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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그 곁의 '약한 남자' 홍태성이 눈에 들어온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나쁜 남자

'나쁜 남자' 그 곁의 '약한 남자' 홍태성이 눈에 들어온다

빛무리~ 2010. 6. 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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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5회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일본의 꿈 같은 설경 속에서 각기 다른 색채를 가진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조화는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김남길과 한가인, 그리고 김재욱 세 사람 모두 흠잡을 곳 없이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더군요.

신비한 어둠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심건욱과 앙큼한 척 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여자 문재인은 어느 새 편안한 친구가 되어 자연스레 어울리는데,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외면하지도 못한 채, 딱하게 겉돌고 있는 또 다른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금세 부서져 내릴 것처럼 약해 보여서, 심건욱의 매서운 눈빛 앞에 세워두는 것조차 안스러웠던, 해신그룹의 상처투성이 후계자 홍태성이었습니다.


홀로 세상의 비바람을 맞으며 살아 온 심건욱은 강한 남자로 성장했는데, 해신그룹이라는 강력한 배경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아 온 홍태성은 어이없이 약한 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면 심건욱과는 다른 의미에서 강한 남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그를 둘러싼 보호막은 창살 없는 감옥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가슴 속 상처는 개방하지 않고 꼭꼭 덮어둔 탓에 깊숙이 곪아 터졌고, 그렇게 속병이 들어버린 태성은 바닷물을 들이키듯 끊임없이 헛된 애정을 갈구하며 살아왔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면 금방 속내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이 남자는 치밀하지 못하고 순진합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 허전한 속을 채워 줄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의 돈을 보고 달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상처를 후벼파고 갈증을 더해 줄 뿐이었지요. 그의 진심을 알아보고 사랑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 선영은 이제 떠나고 없습니다. 자기가 죽은 선영에게 주었던 상처가, 이제는 고스란히 돌아와 그의 가슴을 찌릅니다.


비록 문재인이 등을 떠밀긴 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까봐 구해주려고 따라서 뛰어들 만큼 그의 내면은 선량합니다. 차라리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할 수 있었다면 그의 상처에도 점차 딱지가 앉았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니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무디어지지 않는 마음은 그를 숨쉬기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물 속에서 누군가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태성은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다가, 문득 재인에게 걸려 온 신여사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오랫동안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였던 사람, 그러나 한 번도 진짜 어머니였던 적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공포에서 간신히 벗어나 추위에 떨던 태성은 엄마한테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저 아파요." 라고 하소연해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 그럼 병원에 가 봐라." 하고 냉정하게 전화를 끊으려는 신여사를 향해 울먹이면서 "잠깐만요!" 하고 붙잡기까지 하는 그는, 차마 가엾어서 볼 수 없는 약한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신여사한테 의지하려고 했을 만큼, 홍태성은 이 세상에 마음 둘 곳 하나가 없습니다. 그런 그의 흐릿한 눈앞에, 죽은 선영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영이 아니라 재인입니다. 그러나 재인은 적어도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물에 빠진 것 같다고 미안해 하면서, 그의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의무실 병상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켜 주었던 것입니다. 한 가닥 끈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던 태성에게 문재인의 존재는 갑자기 커다랗게 다가왔습니다.

겉으로는 '유리가면'의 구입을 방해하여 신여사를 약올리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재인과 계속 엮이고 싶어하는 태성의 마음은 누가 보더라도 훤히 드러납니다. 그는 위장에 능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사실은 별로 속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홍태성... 내 이름 궁금하다면서요? 홍태성이라구요." 이렇게 불쑥 말을 건넬 때, 어쩌면 그녀가 자기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겉으로만 앙큼한 척 할 뿐 사실은 눈치코치 없이 둔하고 심하게 어설픈 그녀 문재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가짜 홍태성인 심건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빨래 청소까지 해주던 그녀가, 진짜 홍태성을 앞에 두고는 구박하며 틱틱거리기만 하는군요.


이렇게 속도 몰라주는 그녀 때문에 한창 마음 복잡한데, 지금 홍태성의 곁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험이 찾아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나쁜 남자의 계획이 실현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홍태성은 자기를 집어삼키려는 그 남자 심건욱에게 너무나 쉽게 말려들어 버렸습니다. 한 순간 잠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가 싶더니 금세 경계심을 늦추고 긴장을 풀어 버립니다. 자기가 궁금했던 모든 일들을 심건욱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하며 속 편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심건욱의 강렬한 매력과는 아주 다른 색채로, 이 '약한 남자' 홍태성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기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맥없이 흔들리는 그를 보니, 살며시 어깨를 감싸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요. 심건욱은 멀리서 바라보기엔 더없이 멋있지만 가까이 다가서기에는 두려운 캐릭터인데, 홍태성은 비교적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방 울고 금방 웃고 아프면 엄마 찾고... 어린아이 같아요. 5회에서 보여준 홍태성은 상당히 모성을 자극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이제 생전 처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면서, 그가 점차로 어떻게 강해질지 궁금합니다. '나쁜 남자' 심건욱에게도 여전히 애정을 주겠지만, '약한 남자' 홍태성도 결코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아름다운 얼굴 만큼이나 그 내면도 신비로운 남성 캐릭터들 덕분에 시청이 감미로운 드라마 '나쁜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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