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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숙종의 새로운 매력, 드라마를 살리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 숙종의 새로운 매력, 드라마를 살리다

빛무리~ 2010. 4.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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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최동이의 식상함에 비해, 숙종(지진희)의 캐릭터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에서 그려진 숙종 임금의 모습은 여인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둥이 내지는 나약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았지요. 물론 역사를 조금만 아는 시청자라면 그것이 결코 숙종의 진면목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나, 주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던 그 시대 배경의 사극에서, 남주인공인 숙종은 진실과 상관없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이'에서는 무엇보다 숙종의 캐릭터에 정성을 기울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의, 서늘하고도 색다른 매력의 숙종을 탄생시켰군요. 현명하고 강한 군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통쾌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는 치열한 당파 싸움의 와중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바위같은 단단함으로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간신들이 잔머리를 굴려서 만들어낸 얄팍한 수는 일찌감치 그에게 파악당했으며, 임금은 한참 높은 곳에 앉아서 차분히 싸움의 구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강성해지는 쪽에는 철퇴를 내리고, 상대적으로 약해져 있는 쪽에 기운을 북돋워 줌으로써 균형을 조절합니다.

'동이'의 숙종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농담을 던지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말솜씨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궁궐 내에 운석이 떨어진 것을 보고 심상찮은 흉조라며 언론 플레이를 하는 서인의 영수를 향해 "그래서 이 모든 일이 궁인 장씨 때문이라 그건가?" 하고 웃으며 정곡을 찌를 때 어찌나 시원했는지 모릅니다. 도대체 그 당시에는 무슨 금기(禁忌)가 그토록 많았는지 운석이 떨어진 것도 흉조이고, 악공들이 연주하다가 불협화음이 좀 난 것을 가지고 "음(音)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둥 자기들 마음대로 갖다 붙이며 세력을 좌지우지하려는 자들이 많았는데, 임금이 현명하여 그런 미신에 동요하지 않으니 정말 믿음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따뜻한 감성을 잊지 않았습니다. 희대의 악녀이며 전설적인 독부(毒婦)로 명성을 날리는 장희빈이건만, 사실 숙종의 눈으로 볼 때는 거센 당파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희생양이 될 운명을 지닌, 가련한 여인이었을 뿐입니다. 심지어는 부군인 자신조차 그녀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겠지요.

이제 남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그녀에게 후궁의 첩지를 내리면, 그때부터는 더욱 폭풍이 거세어지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테니, 그 전에라도 옥정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악공들을 보내어 연가(戀歌)를 선물하겠다는 숙종 임금은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숙종보다는 임팩트가 약하지만 이소연의 장희빈 역시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서 보아 온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었습니다. 열정과 독기로 가득찼던 기존의 장희빈들과는 달리, '동이'의 장희빈은 아주 차분하고 심계가 깊은 인물로 그려지더군요.

어찌 보면 그녀는 알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자기가 당파 싸움에 이용당하고 있을 뿐임을 알지만, 피할 수 없기에 그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기왕 휘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차라리 그 속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할 수 있는 만큼 올라서 보리라, 하는 결연한 의지도 그 차분함 속에 비쳤습니다. 저는 오지랖 무수리 최동이보다 차라리 애잔한 그녀 장옥정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가장 살아나야 할 최동이 캐릭터는 상당히 아쉽게 되었지만, 그래도 숙종과 장희빈의 캐릭터가 신선하게 빛남으로써 드라마 '동이'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5회에서 보여준 숙종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무척 기대가 되는군요. 작가가 이 정도 능력을 갖추었으니, 앞으로 여주인공 최동이도 확실히 대장금과는 차별화되는 캐릭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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