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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3회, 너무 쉽게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 3회, 너무 쉽게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빛무리~ 2010. 3.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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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1~2회에서 너무 힘을 뺀 것 같습니다. 초반에 시선을 끌기 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너무 빠른 전개로 풀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3회에서는 현저히 주춤하는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벌여놓은 수많은 일들을 얼른 수습하고, 주인공의 아역시절을 지나 성인 연기자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까요? 벌써부터 캐릭터는 널을 뛰기 시작하고, 구성의 허술함이 적잖이 엿보입니다. 헌데 그러면서도 전개가 살짝 지루할 만큼 늘어지는 것은 어찌된 셈인지 모르겠네요. 

1. 이해하기 어려운 최효원의 침묵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서용기(정진영)의 오해는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용기는 최효원(천호진)과 단둘이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아주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몇 마디 차가운 질책이나 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서용기는 최효원에게서 정말 듣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내 아버님을... 자네가 죽였나?"

그러나 최효원은 끝내 침묵합니다. 그의 방백으로 드러난 침묵의 이유는, 자기로 인하여 더 이상 서용기가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쉽게 수긍이 가질 않습니다. 첫째는 최효원이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보다 인정하는 경우에 서용기는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단지 서용기의 마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검계 조직에 씌워진 엄청난 누명을 벗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묵인해 버리는 행동이 과연 검계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로써 최효원은 참으로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못난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범행을 부인했다 해도 서용기가 믿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명백히 부인했던 것과, 아무 말 없이 묵인하고 넘어간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의 묵인으로 인해 서용기의 오해는 더욱 깊어지고, 믿었던 친구가 자기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엄청난 배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며, 검계는 앞으로 오랫동안 악랄한 살인조직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습니다.

2. 앞뒤가 맞지 않는 차천수의 행동


차천수(배수빈)은 살아남은 검계 조직원들과 재회하여 붙잡힌 수장과 동료들의 구출 작전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감옥에 침투하여 최동주(정성윤)을 만납니다. 하지만 최동주는 고개를 저으며 수장 최효원의 마지막 명령을 전달합니다. "우리는 모두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검계의 맥이 끊어지도록 할 수는 없다. 너희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

"구출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너무도 희박하다. 우리를 구하려다가는 괜히 너희들까지 붙잡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검계는 맥이 끊어지게 된다. 그러니 우리를 구출할 생각은 버리고, 너희들은 꼭 살아남아서 검계를 재건하거라." 제가 해석한 최효원의 뜻은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차천수도 일단은 알아들은 것 같더군요.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동료들에게 수장의 뜻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몇몇 동료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반발하지만 오히려 차천수가 소리 높여, 수장님의 명령대로 우리는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에 차천수가 취한 행동은 원래의 계획대로 구출 작전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죄수 호송 행렬에 폭약을 터뜨려 관군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든 후, 최효원과 동료들의 포박을 끊고 냅다 뛰어서 도주하더군요.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해 모두 다 관군의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맙니다.

이럴 거면 뭣하러 동료들 앞에서 살아남을 것을 주장했단 말입니까? 앞뒤가 맞지 않는 차천수의 행동은 무척 이상했습니다. 결국 작전은 실패하고 최효원과 최동주는 죽었으며, 차천수 본인도 상처를 입고 절벽 아래 강물로 떨어졌으니 생사가 불분명하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당연히 살아 있겠지만, 스스로 꼭 살아남겠다던 굳은 결심은 무색해져 버린 셈이지요.

3. 장황했던 전초전에 비해 너무도 허무한 죽음


사실 저는 최효원의 죽음이 매우 장렬한 그림으로, 감동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스포를 어디선가 일찌감치 접했기에, 꽤나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천호진의 연기력이라면 충분히 그 비장미를 잘 살려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허무하고 시시하더군요.

최효원의 명령을 어기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차천수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차천수가 구출 작전을 감행하지 않고, 그들이 참수당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며 주먹을 피가 나도록 움켜쥐었더라면, 차라리 최효원과 최동주의 죽음이 훨씬 무게감 있게 다가왔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한때나마 벗이었던 그를 배웅하고자 가까이 다가온 서용기에게 최효원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저는 나리의 아버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나리를 속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나, 아버님을 죽인 것은 제가 아닙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라고 진실을 밝히고 떠났더라면 훨씬 감동적이지 않았을까요?


이 드라마에서는 검계가 상당히 의로운 조직으로 표현되고 있으니, 좋은 일을 하려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참수당하는 최효원의 모습에서 가장 처절한 비극미가 뿜어져나왔을 것 같습니다.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명령을 어기고 차천수가 감행한 어설픈 구출작전 덕분에, 최효원은 몇 걸음 허둥지둥 도망가다가 등에 화살을 맞고 사망했으니, 제가 예상했던 최후에 비해서는 굉장히 모양 빠지는 죽음이었습니다. 자기를 안고 오열하는 차천수를 향해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라고 식상하기 이를데 없는 한 마디의 유언을 남겼지만, 솔직히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비극적으로 잘 살릴 수 있었는데 이토록 허무하게 처리되었으니 매우 아쉽군요.

4. 김환의 존재감을 지나치게 부각시킴


드라마를 너무 쉽게 끌고 가려 한다는 느낌은 무엇보다도 김환이라는 존재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점에 있었습니다. 관상을 볼 줄 알고 앞날을 예언하는, 당대의 혜안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좋으나, 그런 인물을 너무 자주 써먹으면 극의 긴장감은 떨어지고, 주요 캐릭터들은 꼭두각시 놀음을 하게 됩니다.


지난 회에 길에서 우연히 동이와 마주쳤던 김환이 그녀에게서 천을귀인의 상을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동이의 인생에 너무 깊이 개입하는군요. 끌려가는 아버지와 오라비를 마구 따라가려던 동이를 붙잡아서 자기 집에 데려다가 보호해주고, 그러다가 차천수와도 인연을 맺고 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그 인물이 필요 이상으로 자주 나온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캐릭터는 가끔씩, 스치듯 나와줘야 효과만점이거든요.


게다가 이 인물은 악의 축 오태석(정동환)과도 연줄이 닿아 있습니다. 그의 집에 초대되어 훗날 장희빈이 될 궁녀 장옥정(이소연)까지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어김없이 장옥정에게도 운명을 예언해 줍니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말입니다. "항아님과 같은 운명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항아님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그 사람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무사히 목숨을 부지한다면, 오히려 항아님이 그 아이의 그림자가 될 것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인물이 드라마 한복판에 등장하여, 천기누설이 두렵지도 않은지, 여기에 가서 미주알고주알, 저기에 가서 재잘재잘, 이런식으로 떠들고 다니면 정작 주인공들은 그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인형들 밖에 더 되겠습니까?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고 규정해 버리니, 인물들은 그 틀 속에 갇혀 버립니다. 김환과 같은 사람을 이용하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술술 다 해버리면, 참 편하기는 하지요. 그러나 너무 안일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끌고 가면 생동감과 긴장감이 떨어져서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 딱딱한 드라마가 되어 버립니다.


오늘 김환 때문에 무척 손해를 본 캐릭터는 바로 처음 등장한 장옥정입니다. 남인의 지도자 오태석을 뒷배경으로 업고 야심차게 궁중으로 들어가 신분상승을 노리는 여인... 그 만만찮은 기세를 연기자 이소연이 직접 표출해야 했건만, 그녀가 표현해야 할 모든 역할을 김환이라는 변방의 인물이 조잘조잘 말로써 때워버린 것입니다. 장옥정이 한 일이라야 김환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몇 마디 반문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밖에요. 주요 인물인 장옥정의 첫 등장을 충분히 더 인상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었는데 참 아쉬운 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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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동이' 3회는 적잖은 실망감과 우려심을 안겨 주었습니다. 저는 '이산'을 보면서 김이영 작가가 좀 뒷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초반부터 힘이 딸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군요. 부디 기운을 내서 좋은 작품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현재 월화드라마 중에서는 여전히 '동이'에 가장 끌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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