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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는 이유

빛무리~ 2010. 2. 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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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배우들의 신종플루로 인하여 모처럼 얻었던 일주일의 휴식기간을 나는 불만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있었을 그들이 휴식을 취하고 나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휴식을 취한 후 '지붕킥'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재의 '지붕킥'은 김빠진 맥주처럼 닝닝하다.

1. 반복 설정과 반복 눈물로 지겨워지는 러브라인


휴식을 취하고 온 제작진은 현재 '지붕킥' 흐름의 핵심인 러브라인에 과감히 '반복' 설정을 집어넣었다. 지훈과 정음의 데이트 장면을 세경은 모두 세 번이나 목격했다. 미술관에서 처음 보던 날 세경은 울었고, 두번째로 준혁의 '내게 오는 길'을 듣고 돌아오던 길에도 우연히 그들을 목격하고는 또 울었다. 세번째 보던 날은 와인바에서 정음과 대화하면서 이미 한 차례 울었던 탓인지, 정작 그들이 만나는 장면에서 울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세경은 지정커플의 사랑을 보고 우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세 번이나 들킨 셈이다.


노래방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음과 세경이 처음 노래방에 들어가 세경은 '인형의 꿈'을 부르고 정음은 '천생연분'을 불렀던 날은 참으로 신선했다. 세경의 노래솜씨도 뽐낼 수 있었고, 지훈과 관련된 그녀들의 현재 상황을 교묘히 노래 가사로 표현할 수 있었으니 그 발상 자체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두번째도 나쁘지는 않았다. 첫번째 에피와는 시간도 많이 떨어져 있었고, 세호가 준혁을 위해 일부러 마련한 자리였으므로 자연스러웠다. 더구나 윤시윤의 감미로운 세레나데는 우리 시청자들에게도 엄청난 선물이었다.

그러나 세번째는 실패였다. 우선 두번째 에피가 지나간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노래방 씬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난 괜찮아' 라는 노래를 통해 세경의 마음을 전달하려 하는 것도 이제는 속보인다 할만큼 식상했다. 더구나 와인으로 낯술을 마셔 얼굴이 발그레해진 세경이 술을 깨고 집에 들어가려 한 것이라면, 준혁과 더불어 바람부는 공원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굳이 또 노래방에 찾아가 펄펄 뛰면서 열나게 노래를 부르는 게 어울리는 설정이었을까?

드라마의 공식 중 "두 번은 모든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한 인물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두 번 보여주었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를 만지는 습관이 있다" 고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건만 하물며 드라마보다 훨씬 빠른 호흡의 장르인 시트콤에서 비슷한 장면을 세 번이나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수였다.


반복되는 눈물 설정 때문에, 한동안 청순글래머의 표상으로 찬양의 중심에 서 있었던 신세경은 삽시간에 지겨운 청승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지만, 사실 당연한 결과다.

2. 정보석 -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캐릭터

보사마 정보석의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들의 무리와 청춘남녀들의 무리를 제외하고, 어른들의 무리 중에서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비록 끊임없이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만, 전혀 악의가 없고 의도적인 것이 아니기에 지탄을 받기 보다는 오히려 동정과 호감을 받아 왔다. 극중에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그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벅찬 일들을 강요받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꾹 참고 버티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며 짠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정보석이 한때는 세경을 구박함으로써 위기를 맞이했었다. 무능한 캐릭터가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선량해야 하는데, 약자를 구박함으로써 그의 선량함에 금이 갔던 것이다. 무능하면서 못된 캐릭터가 사실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다행히도 세경과 곧 화해함으로써 그 위기는 넘어가나 싶었다.


그런데 김병욱 피디는 정보석의 캐릭터를 멋지게 유지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날이 갈수록 정보석은 장점을 잃고 단점만 부각되며 찌질남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 장모님인 김자옥 여사에게 술주정을 하며 치댄다든가, 몹시 앓고 있는 세경의 귀에 하루종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속삭여대는 그의 모습은 다분히 이기적이고 비호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103회에서 (비록 무의식중에 저지른 일이지만) 파렴치한 성추행범이 됨으로써 그는 비호감의 정점을 찍었다. 더 이상 우리의 보사마는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여비서 미스백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혐의를 극구 부인할 때, 우리는 그를 믿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바로는 정보석이 그럴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들이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더구나 아내인 현경이 남편이 저지른 짓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은 참으로 의외였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속고 있었다. 그의 아내 현경의 직감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보석이 술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생뚱맞게 등장한 성당 고해소 씬도 정말 가관이었다. 반전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걸까? 천주교 신자도 아닌 것 같은데, 정보석은 대뜸 고해소 안으로 들어가 자기가 저지른 짓을 줄줄이 자기 입으로 고백한다. 술김에 아내 현경의 엉덩이인 줄 알고 미스백의 엉덩이를 만졌는데, 인정할 엄두가 안나서 잡아뗐다는 것이다. 약간 놀랍긴 했지만 긴장감은 제로였다.

인정할 엄두가 안나는 두려움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잡아떼면서 오히려 미스백을 무고죄로 몰다니 참으로 양심도 없고 한심한 보사마였다. 심약하면서도 선량한 캐릭터를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솔직히 인정한 후 사과를 했어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보사마는 찌질한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

캐릭터가 매력을 잃으면 작품 자체의 재미가 떨어진다. 주인공은 물론이요 조역도 단역도 매력있어야 작품이 재미있다. 물론 획일적인 매력이면 안되고 각각 다채로운 매력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다. 쉽지는 않지만, 어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던가?


그런데 청춘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세경은 눈물의 반복으로 인해 지겨운 청승녀로 자리매김했으며, 미중년 정보석은 유일한 장점이던 선량함을 잃어버리고, 무능하면서도 얍삽하고 치사스러운 찌질남으로 낙인 찍혔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정웅인과 같이 비중있는 까메오를 등장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까메오를 끼워넣기 위해 굳이 불필요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냄으로써 아까운 한 회분의 방송만 날렸을 뿐이다.

김병욱 피디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일부러 이렇게 이끌어가고 있는 거라면, 나중에 폭발적인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실망을 충분히 보상해줄 테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가 무슨 다른 이유 때문에 맥이 빠져버린 거라면 정말 큰일이다.


휴식을 취한 후,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체력적인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예술가는 언제나 만들어내는 작품 자체에만 혼신의 힘을 집중하고 싶어하는데, 그 외적인 문제들이 자꾸 괴롭히면 기운을 잃을 수 있다. 혹시 그런 상황일까봐 적잖이 걱정되지만, 아무쪼록 나의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나는 아직도 '지붕뚫고 하이킥'에 큰 애정을 갖고 있으며, 내가 사랑하던 캐릭터 보석과 세경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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