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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최종회, 가장 슬픈 히로인 덕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최종회, 가장 슬픈 히로인 덕만

빛무리~ 2009. 12.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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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이 드디어 6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예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허전함이 밀려드네요. 지난 7월, 처음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선덕여왕'은 항상 단짝 친구처럼 제 곁에 있었습니다. 이제껏 다른 드라마를 시청할 때에는 이토록 깊이, 적극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마다에게 몰입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선덕여왕'은 그토록 특별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애정이 쌓여 갔고, 주인공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조차도 모두 친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중 한 캐릭터는 이제껏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인물이었는데, 최종회에서야 비로소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언제나 소중함은 떠난 이후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왠지 또 슬퍼지려고 합니다.

1. 산탁  (강성필)


예전에 한 번, 아주 조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그 때도 제가 주목한 것은 산탁이 아니라 석품(홍경인)이었습니다. 끝까지 미실에게 충성을 바치다가, 칠숙과 더불어 반란의 수괴로 모든 죄를 덮어쓰고 비참하게 떠나버린 석품의 그림자가, 산탁을 통해 애잔하게 되살아났었지요. 

화사당(죽은 화랑들의 위패를 모신 곳)에 몰래 잠입하여 석품의 위패를 올려놓으려던 산탁은 죽방(이문식)에게 딱 걸리고 맙니다. 사정없이 추포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죽방 앞에서, 산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외칩니다. "그래도... 우리 석품랑이... 화랑인 것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는데! ... 죽어서 화사당에 놓여지는 게 꿈이셨던 분이란 말야!"


마음 약한 죽방과 동료들은 산탁을 그냥 풀어주었으나, 만약 무자비한 인물들에게 걸렸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산탁이 자기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석품의 위패를 들고 화사당에 들어갔던 것은, 오직 세상을 떠난 주인에 대한 충성과 더불어 인간적인 연민이었습니다.

그 이후 사량부에 들어가 비담(김남길)에게 충성하던 산탁은 새로운 주인을 위해 결국 목숨을 바치고 맙니다. 정말로 '우직한' 사람이란 바로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비담이 특별히 그를 아껴주었던 것도 아닌데, 그는 차마 비담을 혼자 두고 가려 하지 않았으며, "저와 함께 가시지요." 하고 그를 붙잡습니다. 그러나 비담은 멀리 떠나서 농사를 짓고 살라 하며 그의 손에 금붙이를 쥐어 주고 떠나 보냅니다. 자기는 "전해야 할 말이 있는데,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비담의 뒷모습에 절을 하며 작별을 고하고 돌아서는 순간, 산탁은 추격군의 화살에 가슴을 맞습니다. 그는 즉시 돌아서서 비담을 향해 "상대등, 피하십시오!" 하고 소리쳤으며, 이어서 그의 등에 다시 두 대의 화살이 꽂힙니다... 그렇게 그는 외로운 비담의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친구가 되어 주었고, 비담을 위해서 죽어갔습니다.

그가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저에게 있어 산탁은 '선덕여왕' 최종회에서 덕만, 비담과 더불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습니다.


2. 선덕여왕 덕만 (이요원)


지금껏 많은 드라마의 비극적인 히로인을 수없이 보았으나, 이제는 감히 '선덕여왕'의 여주인공 '김덕만'을 모든 히로인 중 가장 슬픈 히로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일생을 돌아보니, 언제나 뼈에 사무치게 외로웠고, 여인으로서 한 번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더군요. 그녀의 타고난 심성이 차가워서 사람을 멀리하였다면 고통이 약간이라도 덜했을 것이나, 그녀의 성정은 뜨겁기 이를 데 없고 원래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녀가 아니었겠습니까?

사막에서 소화와 단둘이 의지하고 살던 어린시절, 로마 상인들과 어울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일하던 그 시절이, 그녀의 삶에 있어서는 유일하고도 짧은 행복이었습니다.


사막까지 쫓아온 칠숙에게 쫓겨 소화를 잃고, 혼자 서라벌로 돌아오면서부터 그녀의 앞길에는 가시덤불 뿐이었습니다. 쌍둥이 언니 천명공주를 만났으나, 혈육의 정을 나누기도 전에 자기를 대신하여 언니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언제나 외로운 그녀의 곁을 든든한 아비처럼 오라비처럼 지켜주던 김유신(엄태웅),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치려고도 해 보았으나 모진 운명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왕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더욱 외로워졌습니다. 왕이란 본래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자리이기에, 온 몸에 힘이 빠져도 기댈 사람 하나 없이 그렇게 홀로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원한 삶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하소연을 들어줄 친구 한 명 없었습니다. 김유신에게는 그녀 말고도 지켜야 할 것이 많았기에, 그의 집안과 가야 유민들을 위해서라도 그의 손은 놓아주어야 했습니다. 군신간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했으나, 왕으로서 신하에게 기댈 수는 없었습니다.


병들고 쇠잔한 몸이 되어서야, 유일하게 그녀만을 바라보던 비담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지친 몸을 그의 어깨에 잠시라도 누이려 하였으나, 운명은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잔인하게도 그녀를 흔들어 댔습니다. 그녀가 언니의 분신처럼 여기고 늘 사랑하며 아끼던 조카 김춘추(유승호)의 도발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비담을 믿었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으나, 외롭게 혼자 비담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염종(엄효섭)의 속임수에 넘어간 비담은 난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여전히 그의 진심을 믿고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그녀만은 믿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내전이 일어난 이상, 그를 살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의 최후를 바라봅니다. 그녀만을 사랑해주던 남자의 최후를, 그녀를 알게 된 후,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며, 그녀만을 위해 온갖 고초를 겪어왔던 그의 최후를, 이제 그녀로 인해, 그녀의 눈앞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그 남자의 최후를, 그녀는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선 채, 조용히 바라봅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쓰러진 그의 시신을 앞에 두고 강건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난은 끝났습니다. 이제 신국에 남은 것은 하나의 마음과, 하나의 뜻과, 하나의 힘으로 망라사방의 기치를 올려, 그 길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왕으로서의 임무를 다한 그녀는, 비로소 편안히 땅에 누워, 그 남자의 마지막 얼굴을 바라봅니다. 손조차 잡지 못하고, 그렇게 차가운 땅에 누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녀,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이제 곧 새털처럼 날아가버릴 자기의 숨결을 느낍니다. 늘 곁에서 지켜주었던 고마운 유신에게 "우리 예전에 도망치려 하였었지요? 지금이라도 갈까요?" 그토록 가벼운 농담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는, 홀로 먼 길을 떠납니다. 아무도 그녀와 함께 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그렇게 홀로 떠납니다. 그녀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는 사람은 오직, 천방지축 철없는 소녀였던,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 뿐이었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이렇게까지 철저한 외로움 속에 놓여 있었던 여주인공을 보았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선덕여왕 덕만, 그녀는 그렇게 외로운 여인이었습니다.

*******

이들 외에... 비록 실패한 반란군의 주모자가 되어 초라한 말년을 맞이해야 했으나, 미실의 아우답게 호쾌한 모습으로 떠나갔던 미생(정웅인)도... 여왕 선덕의 마지막 유언을 받들어 어지러운 시기에 기꺼이 상대등의 자리를 맡았으며, 수십년 후에도 그녀의 무덤 앞을 지켜주던 듬직한 모습의 알천(이승효)도... 그리고... 비록 남녀의 인연으로 맺어지지는 못하였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한 동반자로서 그녀에게 충성했으며, 백발이 되어서도 그녀가 남긴 뜻을 받들어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루어나가는 '선덕여왕'의 히어로, 김유신도... 모두, 떠나보내기엔 너무도 아쉬운,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담

이 사람의 이야기는... 따로이 마련되었습니다.
선덕여왕 편지 시리즈, 최후의 편지 한 장이 도착하였으니
'비담의 마지막 편지'  ← 손수 펼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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