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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덕만과 유신의 내맘대로 캐릭터 분석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덕만과 유신의 내맘대로 캐릭터 분석

빛무리~ 2009. 11. 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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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이 미실(고현정)의 죽음을 전환점으로 하여 제3부로 접어들었습니다. 제1부는 덕만(이요원)의 탄생과 어린시절 및 자아찾기에 골몰하던 낭도 시절까지였다면, 제2부는 공주의 신분을 회복한 덕만이 미실과 본격적으로 대결을 벌이는 시기였습니다. 이제 최대 강적이었던 미실이 사라지고 덕만은 목표였던 '왕'의 꿈을 일단 이루었습니다. 제3부는 왕위에 오르면서 새로이 시작된 덕만의 삶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의 흐름을 보면 분명히 주인공인 덕만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고 있기는 합니다.


며칠 전, 한 독자분께서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서브 캐릭터였던 미실이 너무 크게 부각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므로, 이제 미실이 사라지고 나서는 차츰 시청자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 우려되니, 빛무리님의 글에서 덕만 측 인물들을 부각시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을 일으켜 주시면 시청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부족한 글의 영향력을 그토록 크게 평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민망하였습니다. 또한 그 독자분의 말씀에 충분한 일리가 있었기에, 저도 될수록 덕만 측 사람들에게 집중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그 동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저절로 미실 측 사람들에게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런데 노력의 효과는 아주 미미하였습니다. 묘하게도 주인공인 덕만 주변에는 무척 사람이 없더군요. 김유신(엄태웅)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은 너무 비중이 적어서 생각할 거리조차 별로 없었습니다. 김춘추(유승호)는 자신만의 또 다른 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여 덕만 측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이라 역시 별 이야깃거리가 없습니다. 아쉽게도 그 멋진 알천랑(이승효)마저 병풍 캐릭터로 전락해버렸으니 그나마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덕만 자신과 김유신, 이렇게 둘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인공 덕만에게 좀처럼 집중이 안 되고 있습니다. 덕만은 끊임없이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으나, 그 꿈을 갖게 된 원인이 너무 미약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을 귀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남을 돕는 성품을 지니기는 했으나, 그것이 바로 왕이 되어야 할 이유는 아니었지요. 오히려 덕만으로 하여금 왕이 될 것을 결심하게 한 계기는 천명공주(박예진)의 죽음이었으니, 그 꿈은 복수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원수인 미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미실과 대항하고 있을 때에는 그래도 목표가 뚜렷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복수의 대상이 사라지고 나니, 왠지 덕만의 꿈은 모두 다 이루어진 것처럼 김이 새어 버렸습니다. 문제는 "왜 반드시 그녀가 왕이 되어야 하느냐?" 는 물음에 이제껏 충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해서입니다. 분명히 덕만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지녔고, 선조의 뜻을 받들어 삼한일통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에도 불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없으니 참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어려서부터 왕이 되기 위한 소양 교육을 받아 온 것도 아니고, 원래는 복수심에서 시작되었던 왕위 쟁탈전이건만... 그냥 그러다보니 저절로 왕의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 것일까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믿고 의지하던 그녀였건만, 왕이라는 외로운 자리에 오르고 나니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덕만이 갖고있던 하나의 좋은 특성이 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반대자들을 냉혹하게 처단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이렇게 되면 미실과 별다를 바가 없어요. 그러잖아도 미실이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단한 매력을 보여주어서 덕만의 정당성을 크게 약화시켰는데, 기껏 미실에 대한 복수를 성공하고 나서는 점점 더 미실을 닮아가는 덕만의 모습에 공감을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돌이켜 보면 덕만의 변화는 거의 생뚱맞게 이루어졌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줄곧 멍때리다가, 언니 천명의 죽음으로 반짝하며 일어나 왕위를 향해 돌진하고, 미실과의 대화에서는 누구보다 백성을 위하는 따뜻한 성군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왕위에 오르고 나서는 복야회의 활동을 경계하느라 자기의 오른팔인 김유신마저 무섭게 다그치는 냉혹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점점 차가워지는 느낌이예요.

널뛰듯 하는 덕만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더군요. 그녀의 깊은 마음속... 정말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요. 유신과의 러브라인도 왕의 꿈을 위해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잖아요. 이제와서 또 다시 러브라인이 등장한다면 그것도 오직 생뚱맞을 뿐이구요.

*******

덕만에게 집중할 수 없다면 그녀의 최측근이며 가장 확실한 덕만의 편이라 할 수 있는 김유신은 어떨까요?


그의 경우는 삶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 이유도 분명합니다. 몰락한 가야의 후예이며 가야 유민들의 지도자로서 자기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핍박의 설움을 받아 온 자기 백성들(가야유민들)을 평온한 삶으로 이끄는 것이 김유신의 목표입니다. 월야(주상욱)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방향이 다릅니다. 월야는 '가야'라는 이름 자체를 중요시 여기고 자기들끼리의 결속을 추구하는 반면, 유신은 가야라는 이름을 없애고 완벽히 신라에 녹아드는 것을 지향합니다.

유신 쪽이 훨씬 더 현실적이기는 합니다만, 드라마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오히려 월야입니다. 월야는 신라의 수뇌부에서 가야인의 후예가 최고 권력을 잡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유신에게 여왕과의 혼인을 계속 권하지요. 궁극적으로 '신라를 가야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야망이 월야에게서는 보입니다. 몰락한 왕가의 비극적인 왕자님의 기품어린 얼굴과 더불어, 이렇게 무모한 그의 야망은 오히려 가슴속에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그에 비해 유신의 꿈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작은 나라와 부족들은 거의 큰 나라에 흡수되고 동화되며 흘러왔지요. 김유신은 목표도 분명하고,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확고한 캐릭터를 지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할 만큼 매력이 없습니다. 비담(김남길)과 춘추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홀로 변함없는 빛깔을 지닌 유신은 독야청청 빛이 날 법도 하건만, 타오르려다가 말고 꺼져버리는 불꽃처럼 그 빛은 힘이 없습니다.

유신의 캐릭터가 빛을 못 보는 이유는 '드라마적'이지 않고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묵하고 꾸준한 성격이 지나치게 부각되기는 했지만 현실 속에도 그런 성격을 가진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김유신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며, 때로는 고집을 부리지만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강구하죠. 우리 모두가 대부분 그렇게 살아갑니다.


러브라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하 낭도로서 아끼던 덕만을 갑자기 여자로서 연모하게 되는 과정이 매우 생뚱맞고 설득력 없기는 했지만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생사를 함께 할만큼 그토록 사랑하다가, 그녀가 돌연 마음을 바꾸어 자기를 남자로 받아들여 주지 않겠다고 말하자 김유신은 굉장히 빨리 자기 마음을 정리합니다. 물론 쉽지 않았을 거라는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아서는 감정 정리를 쉽게 하는 차가운 남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습 또한 너무 현실적입니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평생 동안 품고 가는 설원랑 같은 남자는 그야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인물일 뿐, 현실의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여인을 오래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저 잠시 아파할 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억 속에 묻어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지요. 꼭 김유신처럼 말입니다. 그리고는 곧 자기 일에만 열중합니다.


김유신은 상당히 고집세고 독특해 보이지만, 그의 인생경로를 살펴보면 의외로 매우 단선적이고 평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덕만과 마찬가지로, 언뜻 보기엔 뜨거워 보이지만 점점 차갑게 느껴지는 이미지입니다. 감정을 이입할 수는 있으나 너무 단순해서 할 말이 많지가 않습니다. 이미 '김유신의 편지'와 '덕만공주의 편지'가 한 편씩 발행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이야깃거리를 짜내기가 쉽지 않군요..^^;;

덕만의 앞날은 아직도 파란만장합니다.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고, 더구나 수족처럼 아끼는 부하 비담이 미실의 후계자가 되어 바로 코앞에서 천천히 그녀의 목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미실이 없는 지금, 단연 캐릭터가 돋보이고 드라마의 중심이 될 인물은 비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비담에게만 집중이 되면 드라마의 균형이 깨어지고 흥미도 줄어들 테니, 덕만 측의 각성과 매력 보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대결 구도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덕만과 유신의 내면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적 고뇌가 제대로 표현되면 거기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돌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만 보여주게 되면 공감을 얻는 데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덕만과 유신에게서 차가움이 아닌 뜨거움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환하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덕만공주, 즉 선덕여왕이니까요.


* 관련글 : 김유신의 편지 - 덕만공주에게 
            덕만공주의 편지 - 유신랑에게


* 이 블로그에 게시된 '선덕여왕' 관련 모든 편지들은 저의 창작물입니다. 복사는 무조건 절대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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