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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유승호는 이미 춘추가 되어 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유승호는 이미 춘추가 되어 있다

빛무리~ 2009. 10. 2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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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43회에서 보여준 유승호의 연기력은 그의 인기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논란을 충분히 잠재울만 했습니다. 물론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국민남동생' 이며 '누나들의 로망' 이 될수야 없겠지만, 그의 폭발적인 인기가 다만 귀엽고도 훤칠한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은 여실히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연기자로서 유승호가 가진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어딘가 비극적 분위기를 풍긴다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슬픈 연기를 잘하는 아역들은 많습니다만 보통은 단지 슬픈 장면을 연기할 때만 눈물을 자아낼 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심지어는 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역은 별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특성은 슬픔보다는 밝음과 해맑음, 쾌활함의 에너지이니까요. 그러나 독특하게도 유승호는 담담한 표정, 시니컬한 표정, 웃는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 안에서 스며나오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아역 연기자였습니다.


그 동안 '선덕여왕'을 시청하면서 저는 여러 차례 김춘추의 눈물을 본 듯한 환상에 빠져들었습니다. 철천지 원수인 대남보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더 이상 자기를 기다려 줄 어머니가 없는 서라벌로 돌아오던 그 때... 춘추는 세상 만사에 무심한 듯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제 눈에는 그 아이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춘추가 책을 찢어서 공을 접은 것을 보고 알천랑이 "천명공주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데, 아무리 어리시다 하나 춘추공이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하고 단호히 나무라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소맷자락에서 또 다른 종이공을 꺼내 던지고 놀며 "이것 좀 보아라. 흡사 주렴구 같지 않으냐?" 하면서 히죽이 웃어 보일 때에도 제 눈에는 춘추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아이의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이 보였습니다.


사실 춘추의 눈물은 42회에서도 아주 얼핏 볼 수가 있었습니다. 미생공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에서였지요.

"어머니 천명공주께서 대남보의 손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대남보를 살려두는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하면 미생공은 저에게 어찌 보은을 하실 생각입니까?" 라고 묻는 장면에서였습니다. 3문장으로 이루어진 저 대사를 하면서 그 짧은 동안에 차츰 눈에 띄게 변해가는 춘추의 안색과 눈빛을 보며 저는 살짝 전율을 느꼈습니다.
삽시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찌나 실감이 나던지 저는 마치 스스로 미생공이 되어 바로 눈앞에서 그런 춘추를 본 것처럼 황망한 충격을 금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43회에서 춘추는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미실은 예전에 어린 천명공주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드럽고도 섬뜩한 손길로 춘추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귓가에 속삭입니다. "춘추공의 조부이신 진지제, 부친이신 용수공, 어머니이신 천명공주님... 모두 제가 죽였습니다."

정말 무섭고도 잔인한 여인입니다. 춘추도 이미 짐작하여 알고는 있었을 테지만 갑작스레 면전에서 폭탄을 터뜨리듯 발설해 버리니 어찌 충격받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미실의 앞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춘추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실이 미워졌습니다. 그렇게 미실은 자기의 무서움을 춘추에게 남김없이 보여주며, 자기에게 대항하려면 목숨을 거는 수밖에 없음을 경고합니다.


이렇게 지독한 아픔 속에서 춘추는, 아직은 자기가 지닌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이모인 덕만공주의 손을 잡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덕만공주를 찾아가 말합니다. "저를 품는다는 것은 제가 가진 모든 것, 저의 독까지 모두 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춘추의 저 말을 듣는데 가슴이 몹시 아팠습니다. 어린 것이 얼마나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살아왔기에 그 속에 벌써 독이 쌓였더란 말이냐... 덕만공주는 이미 어느 정도 지도자의 품격을 갖춘 윗사람답게 자기의 넉넉한 그릇을 보여주며 춘추를 안심시켜 주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춘추의 대사... "미실... 이기실 수 있습니까?" 여기서부터 이미 춘추의 눈시울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합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순간 춘추는 엄마 잃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삽시간에 그 슬픈 눈에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제가 운 것 만큼... 공주님께서도 우셨습니까..." 조용히 굵은 눈물 방울이 소년의 야윈 뺨을 타고 흐릅니다. 과연 그 아이는 혼자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 걸까요?

그렇게 속내를 감추고만 있던 춘추가 드디어 겉으로 눈물을 보이니, 애처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 누구도 믿지 못했기에 혼자 속으로만 깊숙이 눈물을 삭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 덕만공주는 그런 춘추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더불어 좋은 친구이며 인생의 스승이 되어 줄 것입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면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덕만공주는 춘추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믿음을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렵더라도 믿어야만 무엇이든 할 수가 있습니다. 믿음은 모든 일의 기본입니다. 믿음 없이는 사랑도 꿈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춘추도 이젠 알게 되었지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을 믿고 서로 손을 잡고 그 온기를 느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머니 천명공주의 간절한 소원대로 춘추가 반드시 꿈을 이루고 행복해지기를 빌어 봅니다.

유승호의 연기력은 역시 본격적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데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모습에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고 현재 너무 버거운 인기를 감당해야 하는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혹시라도 마음에 남모를 상처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요. 혹은 비극적인 연기를 자주 하면서 맑은 영혼에 그늘이라도 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것도 염려가 됩니다.


연예계가 살벌한 세상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부디 승호의 곁에 있는 어른들이 그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아직 소년에 불과한 그의 마음을 보듬어서 다치지 않게 해주시기를 또 빌어 봅니다. 유승호는 어린아이에서 소년으로 고맙게도 잘 자라 주었으니, 앞으로 청년이 되고 노년이 될 때까지 계속 무럭무럭 성장해서 안성기씨 같은 국민배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재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군요..^^

*관련글 : 춘추의 편지 - 어머님 전상서 
             천명공주의 편지 - 내 아들 춘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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