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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 어색한 해명, 차라리 솔직한 사과가 낫지 않았을까? 본문

스타와 이슈

강레오 어색한 해명, 차라리 솔직한 사과가 낫지 않았을까?

빛무리~ 2015. 6. 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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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강레오(39)가 셰프 최현석(43)을 디스했다는 오해를 풀고 싶다며 스스로 한 신문사에 인터뷰를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인터뷰는 매우 길고도 장황한 내용으로 기사화되었다. (기사 원문 링크) 솔직한 자기 신념을 밝혔을 뿐인데 예상외로 거센 대중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니 당황했던 것일까? 최현석 셰프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어떻게든 힘껏 해명해 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황스런 심정과 안타까운 노력만이 전달되었을 뿐, 최현석 셰프를 디스하지 않았다는 논점 자체에는 타당한 설득력이 확보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명은 실패였다. 



해당 기사를 수차례에 걸쳐 꼼꼼히 읽어 본 결과, 강레오 셰프의 기나긴 인터뷰 내용은 내 머릿속에서 짤막한 두 문장으로 압축되었다. "최현석 셰프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개인적 소신에 비추어 말한다면, 나는 요즘 최현석 셰프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을 결코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최현석 셰프에게 악감정이라든가 싸움을 걸 생각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어쨌든 최현석 셰프가 현재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는 명백히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그런데 악감정은 없었더라도, 상대방의 공적인 행동을 노골적으로 콕 집어서 예로 들며 안 좋게 표현했는데 그걸 디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논란이 된 강레오 셰프의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요리사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방송에 출연하면, 요리사는 다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하면 자신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튄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소금 뿌리기와 분자 요리는 가히 최현석 셰프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만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특징들이다. 척 보기만 해도 발언의 강도가 무척이나 노골적이고 센 편이다. 과연 디스할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저 만큼의 센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강레오 셰프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웃음의 도구로 소비되는 셰프 이미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면서 "셰프들의 출연 예능 방향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강레오 셰프가 줄곧 강조한 것은 "미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지금 요리를 배우는 후배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셰프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서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게 되자, 요리 자체를 정석적으로 배워가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든 재미있는 캐릭터를 잡아서 쉽고 빠르게 '스타 셰프'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름길을 찾다보니 기본보다는 유행을 좇는 친구들이 많아요. 방송은 일단 재밌어야 되니까 재미요소를 찾고, 의도치 않게 비친 (셰프들의)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저렇게 하면 나도 스타 셰프가 될 수 있겠지'라고 착각을 하죠... 대학 등에 특강을 나가면 학생들은 제게 어떻게 하면 스타 셰프가 되는지 물어요. '(옆 친구를 가리키며) 얘도 소금 이렇게 뿌린대요' 라든가 '저는 제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죠. 그럼 저는 "지금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스타 셰프라는 직업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거다. 하지만 훌륭한 요리사가 되면 누군가 너희를 찾아줄 거야' 라고 말해 줍니다." (강레오 인터뷰 중) 


셰프들의 예능 캐릭터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콕 집어 '소금 뿌리기'를 예로 든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강레오 셰프는 "요즘 가장 유명하니까"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절대로 누구를 저격하려는 의도는 없어요. 요리사가 방송에 그만 나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거예요." 최현석을 겨냥한 게 아니라 단지 예로 들었을 뿐이라는 얘기인데, 그 '예로 드는' 행위 자체가 저격일 수 있음은 깨끗이 부인하는 것일까? 선배가 TV에 나와서 그렇게 허세스런 행동으로 인기를 얻는 바람에 후배들이 바람만 잔뜩 들었다며, 탓하고 있는 게 정말 아니란 말인가? 


이어지는 분자 요리 언급에 있어서는 더욱 빼도 박도 못하는 요령부득의 해명이 이어졌다. 1990년대에 유럽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분자 요리 기법은 최근 최현석 셰프가 방송에서 소개하며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강레오 셰프는 분자 요리를 '틀에 갇힌 요리' 이며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는 요리' 이며 '정석이 아닌 지름길'이라고 표현했다. 말하자면 요리라고 할 것도 없다는 식으로 매우 낮게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분자 요리 자체에 대한 평가뿐이었다면 굳이 최현석 디스설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하면 자신이 커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꾸만 옆으로 튄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라는 이 발언이 핵심적 문제였다.



 

저 말은 누가 봐도 '국내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한 요리사'들을 폄하하는 발언이다. 좀 더 과격히 표현한다면, 노골적으로 얕보고 무시하는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다시 읽어 봐도, 혹시 내 안의 무의식적인 편견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 싶어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다시 또 읽어 봐도, 결론은 똑같았다. 최현석은 '한국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한' 국내파 셰프이며, 최근 분자 요리를 방송에서 소개하여 널리 알린 사람인데, 과연 강레오 셰프의 저 발언이 조금도 최현석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한계에 부딪힌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는 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거랑 똑같으니까요... 한국에서 외국 음식 배워도 돼요. 배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안 했다는 거죠.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다른 얘기예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본인이 원하는 걸 이뤘으면 된 거예요. 어디서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으면 하면 되는 거죠."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한국에서 외국 요리를 배우면 한계에 부딪힌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놓고, 곧이어 '어디서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으면 하면 된다'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강레오 셰프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한국에서 배워도 되지만 '나는 그렇게 안 했다' 하니, 유학파임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본인이 원하는 걸 이뤘으면 됐다'는 표현은 좀 나쁘게 해석하면, 최현석을 비롯한 국내파 셰프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해외파인 내가 보기에는 그저 한계에 부딪힌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일 뿐이지만, 어쨌든 '당신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뭐 그런 식의... 절대로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다른 얘기라고 강례오 셰프는 말했지만, 나는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허세프'라는 별명을 얻으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최현석 셰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강레오 셰프는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는 답변을 했다. 단지 예능은 취향에 맞지 않아서 안 하는 것뿐이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자신에겐 더 맞는 것 같아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있노라 말했다. 물론 개인적 취향은 다큐 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능이든 다큐든 방송 출연을 통해서 폭발적 인기를 누릴 수 있다면, 그 달콤한 열매를 부러워하고 탐내지 않는 사람 누가 있을까? 솔직히 강레오 셰프가 방송 출연을 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최현석 셰프보다 훨씬 먼저 방송을 시작했고 또 수많은 방송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사람으로서, 후발 주자인 최현석이 단숨에 훨씬 더 큰 인기를 얻으며 스타가 되어버린 현실이 별로 기분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뭐 본인이 열등감 없다니까 믿어야겠지만. 


인터뷰를 마치며 강레오 셰프는 "셰프들의 모습이 방송에 왜곡되어서 나가지 말았으면 한다. 너무 재미있는 부분만 보여주지 말고 전문성도 함께 보여줬으면 좋겠다. 방송을 위해 요리하는 후배들이 많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요리사라는 직업 본연의 매력에 이끌려 오는 후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결론만 놓고 보면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 발언과 주장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싶었던 거라면, 공적인 발언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했던 게 아닐까? 최현석 셰프와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는데, 객관적으로 제3자가 볼 때조차도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부적절한 뉘앙스의 표현을 한 것은 아무래도 큰 무례와 실수였던 것 같다. 



앞뒤 맞지 않고 어색한 해명보다는 차라리 솔직한 인정과 사과가 낫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만 특히 셰프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개성과 자존심과 소신을 목숨처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런 부분들이 서로 맞지 않는다 해서 굳이 다투거나 사이가 나빠질 필요는 없다. 다만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특성과 영역을 존중하며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한 쪽에서 그것을 무너뜨렸을 경우에는 살벌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솔직히 강레오가 한국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한 요리사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최현석 셰프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문제는 그런 생각을 사적인 대화도 아닌 공적인 인터뷰에서 노골적인 어조로 발설했다는 것인데, 솔직히 사과를 한다면 오히려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문제가 구차한 해명 때문에 몹시 민망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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