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녀들' 사월이의 편지... 아씨, 울지 마세요! 본문

드라마를 보다

'하녀들' 사월이의 편지... 아씨, 울지 마세요!

빛무리~ 2015. 3. 22. 09:42
반응형


아씨, 울지 마세요. 내가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우리 아씨가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떠나려니 참 미안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아씨 곁에 무명 오라버니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내 생각엔, 무명 오라버니라면 믿어도 될 것 같아요. 아버님도 잃고, 은기 도련님도 잃고, 이제 나까지 잃어버리고 세상에 혼자 남게 된 불쌍한 우리 아씨... 무명 오라버니가 꼭 지켜줄 거라고 난 믿어요. 



아씨는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참 잘 대해 주었어요. 몸종이라기보다는 동생처럼 예뻐하며 살갑게 대해 주었죠. 그래서 난 하녀의 신분이면서도 기죽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만약 아씨가 병판 대감 댁의 마님이나 윤옥 아씨처럼 얼음장같은 태도로 하녀들을 부렸다면 어림도 없었을 일인데 말이죠. 나는 그냥 아씨랑 함께 있는 것이 참 편하고 좋았어요.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면서... 아씨가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처럼 저도 그랬어요. 아씨는 저한테 상전이라기보다는 언니였고 친구였어요. 



부원군 나리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아씨와 저는 뿔뿔이 흩어져 노비로 팔려가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매일 아씨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나라도 곁에 있어야지, 안 그러면 우리 아씨 도저히 못 견디고 목숨 포기할 것 같았거든요. 도망쳤다 잡혀와서 심하게 매를 맞고도 며칠 후면 다시 도망쳤어요. 난 정말 아씨를 죽게 놔둘 수가 없었어요. 결국은 호판 대감이 나를 데려다가 아씨와 만나게 해 주셨죠. 호판 대감이 좋은 뜻으로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은기 도련님이 아씨를 못 잊으니까, 호판 대감은 아씨를 하인들 중 아무한테나 시집보내려고 했지요. 하지만 아씨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게 뻔하니까, 나를 가두어 놓고서는 아씨한테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내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을 보고 아씨는 망설임 없이 혼인을 승낙하더군요. 부원군 대감의 외동따님이신 인엽 아씨가, 평생 금지옥엽으로 살아오셨던 아씨가, 나를 살리기 위해서 하인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하신 거예요. 



나한테 아씨는 그런 분이었어요. 아씨가 나를 위해 목숨같은 정절을 포기하려 하신 것처럼, 나도 아씨를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게 없었어요. 지금 이렇게 아씨를 대신해서 칼을 맞고 떠나가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 칼이 스치는 자리에 아씨가 아니라 내가 먼저 도착해서 참 다행이에요. 아씨,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 몰라서 생일 한 번 챙겨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씨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마음을 나한테 주셨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래도 좀 아쉽긴 하네요. 기왕에 태어난 인생인데, 아씨랑 좀 더 오래 같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씨는 무명 오라버니와 혼인을 하시고, 나도 떡쇠처럼 멀끔한 녀석 하나 붙잡아 시집을 가고, 올망졸망한 아이들도 낳아서 함께 키우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도 함께 지켜보고, 눈가에는 행복한 미소의 주름이 늘어가고, 그렇게 서로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간다면 참 행복했을 것 같은데... 그렇죠? 



참 세상 일이란 게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가봐요. 이제 그만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 겠네요. 아씨, 울지 마세요. 너무 오래 슬퍼하지도 마세요. 무명 오라버니와 행복하게 살면서 가끔씩... 그렇죠. 4월이 좋겠어요. 따뜻해진 햇살 아래 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면, 그 때가 바로 제가 태어난 4월이잖아요. 해마다 4월이 되면 나를 한 번씩만 기억해 주세요. 언제나 아씨 곁에 있었고, 아씨와 함께 있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사월이를, 그렇게 가끔씩만 기억해 주면 돼요. 아셨죠?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