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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트루스, 불편한 진실은 마음속에 있다 본문

책과 영화와 연극

어글리트루스, 불편한 진실은 마음속에 있다

빛무리~ 2009. 9. 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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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ly는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극장판의 자막에서 표현한 대로 '불편한'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즉 The ugly truth, 어글리트루스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가 되겠다. (이후, 약간의 영화 내용이 들어 있지만, 후반부의 중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시사회 리뷰는 처음 써보는데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개방적인 사회 미국에서, 노처녀가 될 때까지 살아온 전문직 여성 애비가, 더구나 지금까지 연애를 못해 본 것도 아닌 듯한데 아직도 남자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 등, 그렇게까지 순진한 허당 캐릭터로 그려진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하여튼 방송국 PD인 애비는 처참한 시청률로 인해 목조임을 당하다가 급기야 무척이나 맘에 안 드는 진행자 마이크를 맞이하여 함께 일하게 된다.

마이크는 입만 열면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사는 마초적 인물이다. 사실 그런 정도의 대사들이 만약 한국영화에서 나왔더라면 나는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국말로 바꿔 놓으면 역겨울 만큼 저속한 대사들인데, 영화의 분위기는 빗방울이 통통 튀듯이 경쾌하기만 하니,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영화는 빠른 템포로 휙휙 지나간다. 확실히 미국과 한국 사이에는 만만치 않은 문화적 갭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가 주장하는 불편한 진실이란, 남자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여자의 몸을 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뭐 대충 그런 것이다. 애비가 맡은 TV쇼에서 마이크는, 언어로는 물론이고 스스로 음란한 장면까지 연출하면서 거침없는 진행을 해나가는데, 그간의 진지함과 식상함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은 마이크의 방송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열광한다.

그러다가 애비가 자기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 콜린을 만나 서툴기 짝이 없는 연애를 시작하자, 마이크는 기꺼이 그녀의 능숙한 러브코치가 되어 주면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는데...

물론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유들유들한 남자 주인공 마이크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제라드 버틀러의 표정이나 눈빛 연기는 정말 괜찮았다.

마이크는 입으로는 그렇게 매우 '듣기 불편한' 소리들을 내뱉었지만, 그가 이끌어내는 것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였다. 뉴스 쇼의 앵커 부부가 원만하지 못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꿰뚫어보고 직설적으로 정곡을 찌르며 화끈하게 그들을 화해시켜 주었고, 언제나 애비를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로 놀려대면서도 정작 그녀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자 만사를 제쳐두고 나서서 도와주곤 한다.

그런 괜찮은 모습들 때문에 마이크의 주장에는 신빙성이 더해졌고, 즉 남자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뭐 그렇고 그런 것일 뿐이라는 마이크의 주장이 혹시 영화의 주제는 아닐까 하고 중간에 생각했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생각, 그러므로 더욱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과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과연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초반부에 마이크가 주장하던 그런 진실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해 오던 마이크가, 그 동안은 오히려 솔직하지 못하게 자기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우리는 깨닫게 된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 남자는 어쩌면 진짜 '불편한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너무도 불편해서 들여다보기를 꺼려했을 뿐이다.

내가 이 영화의 묘미로 한 가지 색다르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수돗물' 이라는 단어의 쓰임새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수돗물'이라는 단어가 총 세 차례 나온다. 처음엔 여자의 입에서, 두번째는 여자의 직장동료 입에서.. 마지막으로 남자의 입에서.. 별 것 아닌 듯한 단어 하나가 이토록 훌륭한 소재가 되어 주다니.. 나는 저렇게 평범한 단어 하나를 통해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진실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한 이유는 "진실은 추악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나할것 없이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고 살아간다. 그 상처들은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어서 자기 마음을 볼 수 없게 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싯귀였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덧붙이기 : 관람하기 전에는 야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직 '말로만' 야한 영화 되시겠다. 전체적으로는 강렬한 코믹이 영화를 덮어쓰고 있다. 나는 굉장히 고지식하고 진지한 사람인데 마이크의 직설화법에 적응이 안돼서 당황하는 중에도, 군데군데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은 일이 십여차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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