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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 가정 폭력 기사에 네티즌 반응이 황당한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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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 가정 폭력 기사에 네티즌 반응이 황당한 이유

빛무리~ 2014. 10.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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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구선수 우지원이 가정 폭력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0시 25분경, 술에 취한 상태였던 우지원은 자택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선풍기를 집어던졌고 위협을 느낀 아내가 경찰서에 신고하여 체포되었다고 한다. 우지원의 아내는 "남편이 선풍기를 바닥에 던지고 배로 밀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내의 몸에 폭행 흔적이 없고, 우지원이 만취 상태라서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으며, 구속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일단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선풍기를 집어던진 것 외 자세한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정 폭력으로 체포되었다 해서 아내를 때린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것은 아닌 듯해서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구타가 있었다면 아내가 진술하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 191cm의 거구에 운동선수 출신의 남편이 선풍기를 집어던지고 배로 밀치는 등 물리적 힘을 사용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가정 폭력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직접적 구타가 없었더라도 아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협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며, 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더 큰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그러니 자세한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이 왈가왈부할 계제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해당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너무 황당해서 기가 막혔다. 가정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이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수천 개의 댓글 중 수천 개의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들은 하나같이 남편을 경찰에 신고한 우지원의 아내를 성토하고 있었다. 때린 것도 아니고 선풍기를 바닥에 던졌을 뿐인데 경찰에 신고까지 하다니 아내가 무개념이라는 둥, 부부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냐는 둥, 심지어는 우지원이 여자를 잘못 골랐으니 결국의 그의 책임이라는 둥 각종 막말까지 난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중의 반응이 과연 옳은 것일까? 



자신을 40대 주부라고 밝힌 네티즌도 우지원을 동정하며 그 아내를 비난했다. 그 전메 폭력이 있었던 경험 때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유명인인 남편을 경찰에 신고한 것은 아내의 잘못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그 전에 폭력이 있었던 경험 때문이라면 모를까' 라는 발언의 근저에는 '유사 행위가 반복되지 않는 한 1~2회 정도의 가정 폭력은 마땅히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던 과거 사회에서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던 '피학의 미덕'에 지나지 않는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듯, 한 번의 폭력이 살인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남편이 유명인이니까 참아야 했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유명인이든 아니든 폭력이 발생했거나 또는 폭력 발생의 징조가 농후한 상황이라면, 육체적 약자로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일 것이다. 큰 사고가 발생하면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 모두 떠들어대면서, 일신의 위협을 느껴 신고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욕하는 심리는 대체 무엇인가? 확실히 두들겨 맞아서 몇 군데 부러진 후에 신고해야만 욕을 안 먹을 수 있는 것인가? 폭력은 반복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일회적인 경우에도 준엄한 경고와 문책이 필요한 사안이다. 법적 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나는 시청하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과거 우지원 부부가 출연했던 TV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우지원 아내의 인상과 언행이 안 좋게 보였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녀의 잘못일 거라며 단정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부당하거니와 남의 집안 속사정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기사가 뜨고 논란이 일자 우지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요약하면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아내가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참지 못하고 선풍기를 바닥에 던졌다. 그 후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아내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었다. 둘 다 약간 취한 상태여서 판단력이 흐려졌었지만 이제는 모두 잘 해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지금은 둘 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선풍기를 던진 일은 분명 저의 잘못이다.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으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우지원은 전했다. 선풍기를 던진 후 곧바로 방에 들어가 잠들었다는 우지원의 발언이 100% 사실이라면, 경찰에 신고한 아내의 행동은 확실히 경솔하고 과한 부분이 있었다. 잠든 사람을 상대로 지속적인 공포와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을테니, 술김에 혹은 홧김에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도 간접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직접 폭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기에, 나는 아내의 신고가 명백한 잘못이나 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지원의 아내가 남편에게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했다면, 언어 폭력 또한 사람의 정신에 극심한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니 아내 쪽에서도 이번 사건에 분명 큰 책임이 있다. 그리고 술에 취했다면 자제력이 많이 무너진 상태였을테니 우지원의 실수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언어 폭력과 신체 폭력은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분노가 치민다 해도 신체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더욱이 육체적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휘두르는 폭력은 그 '가능성'부터 말끔히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선풍기를 집어던진 일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부터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혹자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 우지원과 그 아내의 관계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는 추측성 발언들도 쏟아내고 있다. 계속 남편과 함께 살 생각이 있다면 이 정도 일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가정 내부의 일인데 타인들의 어설픈 추측과 설레발이 무슨 의미 있겠는가? 함께 살고 말고는 전적으로 그들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나, 다만 가정 폭력 문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무심할 수 없는 것뿐이다. 예전에는 가정 폭력마저도 남의 집안 일로 치부하며 방관하는 사회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결코 이 글을 쓴 목적이 우지원 아내의 행동을 두둔하기 위함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그녀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한 사람의 경솔함이나 실수보다도 훨씬 충격적인 것은, 가정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이렇게나 느슨하고 관대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가정 폭력을 지나치게 엄격히 단속할 경우에도 갖가지 부작용은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10대 자녀가 부모에게 종아리 한 대를 맞고서도 경찰에 신고하다든가 하는 일 등)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해도 다소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과연 어느 쪽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일까? 


신고를 당했어도 경찰 조사 결과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큼 폭행하지 않았다면 우지원처럼 그냥 풀려날 것이다. 따라서 감당해야 할 피해는 '잠깐 망신을 당하는 것' 뿐이다. 물론 신고당하지 않은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억울한 사정을 알 사람은 다 알고 금세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처럼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행위 자체를 죄악시하며 비난하고 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그래서 폭행을 당하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꾹꾹 눌러참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많아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이다. 과연 '한 순간 망신'이라는 부작용이 '폭력의 심각성'을 축소시켜야 할만큼 중대한 것일까? 씁쓸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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