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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책임 추궁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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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책임 추궁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빛무리~ 2014. 10. 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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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오후,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광장에서 열린 야외공연 도중 관람객 27명이 4층 높이의 지하 주차장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상에서는 겨우 1.2m의 높이에 불과했으나 그 어두운 아래쪽에는 무려 20m의 깊은 공간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유명 걸그룹의 공연을 그토록 가까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 일이었으랴. 복잡한 인파 속에서 조금이라도 공연을 더 잘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환풍구 위에 올라섰고, 수십 명의 체중을 견디지 못한 환풍구 위 철제 덮개가 무너져 내리면서 축제 현장은 삽시간에 대형 참사 현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18일 오후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16명, 부상자는 11명이다. 



몹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건물 옆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풍구가 그토록 위험한 시설인 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된 것도 안타깝지만,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매우 차갑다는 것은 더욱 가슴아픈 일이다. 물론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서도록 만들어진 시설이 아닌데 그 위에 올라갔다는 자체가 실수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공연을 진행하던 사회자가 몇 번씩이나 위험하다며 내려오라는 멘트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해 당사자 책임론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 순간 실수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였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는 기사가 발표되자, 네티즌들은 왜 국민 세금을 그런 곳에 써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명백히 본인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이니 보상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떼같은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진 유족들에게 소정의 지원을 해주는 것이 부당한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족들을 위로하고, 다른 곳에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가장 황당한 것은 행사 주최측의 안전 대책이 미흡했다며 무리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였다. 환풍구 주변에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았고, 안전요원이 근처에 없었다는 것이 과연 사고의 원인일까? 


환풍구에서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측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거리의 흔한 환풍구 중 어디에서도 추락 위험 문구라든가 안전펜스 등을 본 기억은 없다. 안전 요원들은 대부분 공연장 가까이에서 감전 사고 등에 대비하고 있었을 뿐, 15미터나 떨어진 환풍구에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안전 관리가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굳이 바득바득 책임 추궁을 해야겠다면, 좀 미안하지만 대중의 차가운 시선 그대로 피해자 본인들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책임을 몰아줄 희생양이 꼭 필요했던 것일까? 급기야 사고 발생 13시간 후, 제2차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번 사고가 세월호 사건과 비슷한 인재라고 주장하며 안전 관리의 미흡합을 거듭 지적하는 기사들을 나는 읽지도 않았다. 지나친 억지라는 생각에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행사의 안전 대책을 담당했던 실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뒤늦게 접하고는 정말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경기과학진흥원 판교 테크노밸리 지원본부 운영기획팀의 37세 오모 과장은 행사 안전 대책의 기획 실무자였는데, 사고 발생 후 경찰에 불려가 새벽녘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인 아침 7시경, 오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판교공공지원센터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는 목숨을 끊기 직전 SNS에 짧은 유언을 남겼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사고로 죽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가장 죄송한 것은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우리 보물들 ○○이와 ○○, 아빠가 너무 사랑해, 너무 보고 싶고. ○○야, 정말 미안해. 아이들을 부탁해. 정말 많이 사랑해."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그는 살아계신 부모님의 아들이었고, 한 여인의 남편이었고, 두 아이의 아빠였다.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37세라는 한창 나이에 어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자신이 안전 대책을 담당한 행사에서 큰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니 어느 정도의 죄책감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명백히 그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었던 상황인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죄책감의 무게가 과중했던 것일까? 늙으신 부모님께 애끓는 슬픔을 안겨드리면서까지, 어린 두 자녀를 아빠 없는 아이들로 만들고 아내에게 한없는 미안함을 전하면서까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언론에서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안전 관리의 책임을 묻지 않았어도 과연 이처럼 비극적인 2차 인명피해가 발생했을까? 그가 죽음을 결심한 시점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라는 사실도 적잖이 꺼림칙하다. 참고인 조사였다지만, 그 현장은 과연 어떤 분위기였을까? 


피해 당사자들의 책임이 매우 크지만, 어쨌든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니 국가 차원에서도 일부의 책임을 지는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개인에게 과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몹시 부당한 처사이며 결코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그것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마녀사냥에 불과하다. 누군가 옴팍 덮어쓰고 희생양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편해지는 것인가? 아니, 억울한 희생양의 피는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속에 더욱 큰 상처로 새겨질 뿐이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도 안타깝지만, 가해자도 아니면서 가해자처럼 몰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떠나간 오씨의 최후는 더욱 원통하다. 제발 더 이상의 마녀사냥은 없기를 바라며, 모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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