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본문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ladyskin/32989
요즘 드라마는 어째서 한결같이 폭망이고
개봉한 영화 중에 끌리는 것도 없고
예능도 별로 재미가 없다.
매일 글을 쓰고 싶은데 당최 할 얘기가 없다.
심심해서 볼거리를 찾다가
2년 전에 방송했던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를
단 이틀만에 13회나 정주행했다.
16회까지 다 보고 나면 할 얘기가 좀 있을 것도 같다.
'연애의 발견' 때문에 정현정 작가와 배우 정유미에게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된 것인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사실 '연애의 발견'도 초반의 동물(토끼) 학대 사건만 아니었으면
거부감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잔뜩 기대했던 '비밀의 문'도 턱없이 부족한 짜임새로 큰 실망만 주고 있는데...
아무튼 그래서, 글은 쓰고 싶은데 마땅히 할 얘기가 없어서
시나 한 편 감상하는 것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대신하려 한다.
지난 6월 이후로 이런 포스팅은 오랜만이다.
♡ ♡ ♡ ♡ ♡ ♡ ♡
故정채봉 시인의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아동문학가셨기 때문인지 그분의 시는 매우 쉽고 간결하다.
별다른 해석이나 복잡한 감상의 여지도 없이
그 자체 그대로 완벽한 언어들.
문득 시 속의 '너'는 누구였을지 궁금해진다.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정채봉 시인은 누구를 평생 그토록 사랑했던 것일까?
노년까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랑을 간직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참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지는 또 하나
과연 나는 인생 최후의 순간에 한 사람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늘 함께 있어도 늘 그립고
함께 있음이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찬 사랑이
수십 년을 하루처럼 지속될 수 있을까?
정채봉 시인의 따뜻한 시는
나도 그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알 수 없는 미래를 비춰보게 한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먼 훗날 그의 손을 잡고 끝없이 되뇌일 말이
부디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이길
때로는 '사랑해'보다 더욱 가슴 뜨거워지는 그 말
고맙다는 그 말을 행복하게 되뇌일 수 있는 그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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