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괜찮아 사랑이야' 7회 명장면 베스트3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 7회 명장면 베스트3

빛무리~ 2014. 8. 14. 18:25
반응형

 

'괜찮아 사랑이야' 7회가 방송된 후 다수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서로 사랑하면서도 평생 끝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이상한 형제, 장재열(조인성)과 장재범(양익준)의 처절한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 형제의 모습에 서늘한 두려움을 느꼈을 뿐, 공감이나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장재범이 주사한 액체는 수액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재열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고 육체적으로도 충분히 형을 제압할 힘이 있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형의 가혹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폭행 장면을 실제로 목격할 때보다 영상을 통해 접할 때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데, 가족간의 일방적 폭행과 무력한 피해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난장판이 된 폭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웅성대며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장재열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단숨에 형을 제압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죄송합니다. 모두 변상할테니까 신고하지 마세요. 형제끼리 다툼을 좀 심하게 한 것뿐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장재범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아우를 끌어안는다. "신고하지 마세요. 돈 드릴게요. 내 동생이 아주 돈 많아요!" 증오하면서도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불쌍한 미친 놈 장재범...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서도 형을 감싸며 이해하는 장재열... 형제의 모습은 너무도 처참했다. 장재열은 자기 어린 시절을 투영시킨 가상의 존재 한강우(디오)를 실존 인물로 여기는 착란증과 더불어, 일종의 피학증까지 앓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성(性)과는 무관한 부분이지만.

 

장재범과 장재열 형제를 평생 옳아매고 있는 의붓아버지의 죽음, 그 날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재범과 재열 형제가 둘 다 피해자일 뿐 가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둘 중 하나가 무의식중에 또는 우발적으로 계부를 찔렀다 해도, 그것은 어머니와 형제와 자신을 보호하려는 정당방위였을 뿐이다. 부디 가련한 형제의 앞날에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기를 빌며, 내가 개인적으로 선정한 명장면 베스트3를 나열해 보고자 한다.

 

1. 난 너희들한테 당당해!

 

 

해수 엄마(김미경)의 폭탄 선언은 꽤나 신선한 반전이었다. 병약한 남편을 두고 불륜에 흠뻑 취해, 어린 자식한테 들키는 줄도 모르고 외간남자와 잠자리를 거듭했던 엄마였다. 다 큰 딸자식들이 그 일을 알고 있다는데, 하물며 작은딸은 그 충격으로 일종의 불안증까지 앓고 있다는데, 엄마라면 당연히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엄마는 당당했다. "내가 김사장 만난 게 그렇게 상처였니, 너희들한테? 내가 그 때 그 사람 안 만났으면 너희 아버지 병수발은 커녕 벌써 죽였어. 너희 둘 다 대학도 못 보냈고! 내가 뻔뻔하다고 생각하냐? 아니, 난 너희들한테 당당해. 남편 자식새끼 건사하려면 뭔들 못할까!"

 

해수 엄마의 불륜은 뜻밖에도 '생계형 불륜'이었다. 수년 전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이대근은 자신이 '에로배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뽕'이나 '변강쇠'는 결코 에로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변강쇠'는 세상의 권력자들에게 핍박받으면서도 가진 것이 없어서 저항 한 번 해볼 수 없었던 민초들에게 속시원한 해방감을 전해준 영화였고, '뽕'은 남편 없이 자식들을 키워내야 했던 가난한 여인들이 오직 단 하나 갖고 있는 것을 팔아서라도 자식을 부양하려 했던 절절한 모성애의 영화라고 했다. 그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도록 했었는데, 이제 노희경의 드라마에서 현대판 '생계형 불륜'이 등장했다.

 

과연 해수 엄마의 불륜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가진 것은 없고, 병든 남편과 어린 자식들은 오직 그녀에게 매달려 있는데, 먹이고 입히고 학교에도 보내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이 모든 일을 그녀 혼자 감당해야만 했는데, 그녀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족을 버리고 떠나지 않는 이상 무슨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그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남편, 그녀 덕분에 잘 먹고 잘 입고 대학까지 졸업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딸들이 그녀를 단죄할 수 있을까? 어떤 인생이든 한쪽의 각도에서만 바라본다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다.

 

2. 난 아직도 네가 절실하다면 어쩔래?

 

 

이혼 13년차의 정신과 의사 커플(?), 조동민(성동일)과 이영진(진경)은 매우 독특한 관계였다. 두 사람은 더할 수 없이 친해 보였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고, 특히 여자 쪽에서는 아직도 애정이 남은 듯한 태도를 자주 내비쳤다. 남자 쪽에서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혼을 했을까? "부부는 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야!" 오래 전 어느 선배에게서 들었던 이 말의 놀라운 의미를 결혼 후 생생히 체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누구보다 가장 친한 친구'로 보이는 데다가 서로에게 이성적 끌림까지 남아있는 동민 영진 커플이 왜 따로 살아가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두 사람의 사연이 7회에서 드디어 밝혀졌다. 조동민, 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의사, 위험하고 피곤해서 남들 모두 기피하는 재소자 수감자들의 정신 치료를 자발적으로 도맡아 하는 살신성인의 마음,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그의 인생은 '정신과의 슈바이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자기 가족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그런 인생관을 지닌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천주교의 신부, 수녀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도 넓게 보면 같은 맥락에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와 같은 사람들도 대부분 결혼을 하고, 필연적으로 가족들은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 조동민을 사랑해서 그와 결혼한 이영진도 운명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군의관으로 일하던 조동민은 무슨 사정에서였는지 아내의 전폭적 내조가 필요해지자, 아내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영진에게 무조건 "레지던트 1년만 쉬고 나를 도와라"는 요구를 한다. 하지만 이영진은 가난한 친정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었고, 식구들은 모두 그녀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만 목 빼고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루가 급해서 매일 속이 타는데 1년을 쉬라니, 아무리 사랑해도 영진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들은 이혼했다.

 

주사기를 훔쳐 도망간 장재범 때문에 한창 정신없을 때 이영진이 다가와 말을 걸자, 조동민은 마치 개를 쫓아내는 것처럼 "가, 가, 가, 가, 나중에 얘기해!" 하면서 일말의 배려심조차 없이 모욕적 손짓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었을 일인데, 그런다고 장재범을 빨리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조동민의 태도를 보면 한 가지 일을 우선순위로 정했을 때 다른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일들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무심히 저질렀던 잘못의 뒷감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뒤늦게 사과를 해도 상처받은 그녀의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자신의 싸늘한 태도에 참을성 없이 돌아서는 조동민을 보며 이영진은 결국 울화통을 터뜨린다. "넌 늘 이딴 식이야. 언제나 네가 먼저 잘못해 놓고 네 멋대로 네 식대로 사과해서 내가 안 받아주면 이렇게 가버리면 그뿐이지, 이혼할 때처럼?" 그녀의 마음을 알 턱 없는 조동민은 어째서 13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느냐며 제발 그만하자고 짜증내지만 이영진은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저만 최고지. 언제나 제 일만, 제 기분만 우선인 이기적인 놈! 야, 네가 아무리 네 인생을 재소자 수감자들한테 헌신적으로 바치고, 네가 아무리 통찰력 있는 시대의 정신과 의사라고 해도, 넌 늘 나한텐 하질이야!"

 

마구 퍼붓던 영진이 이혼의 계기가 되었던 의사 휴직 문제를 거론하자 조동민은 말한다. "야, 임마, 난 그 때 정말 네가 절실히 필요했어!" 여전히 그녀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우선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남들한테 유난히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가족한테는 이기적으로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자 이영진은 13년 동안이나 숨겨왔던 속마음을 드러낸다. "난 아직도 네가 절실하다면 어쩔래?" 잠시 침묵하던 조동민은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감추며 그녀를 밀어낸다. "너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마!" 이 장면이 가슴에 와닿았던 이유는 이영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조동민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만에 하나 재결합을 할 수 있다 해도 그 옆에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그녀의 마음.

 

3. 딱 좋아! 딱 내 스타일이야!

 

 

나는 달콤한 멜로보다는 슬픈 멜로에 훨씬 몰입을 잘 하는 편이라, 남녀 주인공이 달달 모드일 때는 시큰둥하게 바라보다가 시련이 닥쳐오면 그제야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짠내나는 사랑에 깊이 빠져들곤 한다. 사랑이 본질적으로 유치한 거라선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달콤한 사랑 이야기는 손발 오그라드는 유치함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데, 나는 오글거림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일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장재열(조인성)과 지해수(공효진)는 그야말로 꿈결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달콤할래야 달콤할 수 없는 최고의 시간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함에 얼굴을 찌푸리긴 커녕,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탄성까지 지르면서 그 달콤함에 녹아들고 있는 것일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자는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나야 / 알아 / 뭐해 / 운전 / 핸즈프리? / 응 / 밥은? / 먹었어 / 누구랑? / 너 모르는 사람. 넌 어디? / 집에 가는 버스 / 밥은? / 먹었고, 무슨 반찬 먹었냐까지 꼬치꼬치 묻는 스타일은 피곤하니까 묻지 마 / 후훗, 너 하고 싶은 얘기는? / 없어 / 전화 끊어 / 그래, 집에서 봐 / 별로 대화랄 것도 없는 썰렁한 대화를 마치고 쿨하게 전화를 끊은 후, 두 사람은 똑같이 손가락을 부딪히며 쾌재를 부른다. "딱 좋아! 깔끔해! 딱 내 스타일이야!"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나는 오글거리는 것도 안 좋아하지만 너무 썰렁한 단답형도 별로라서 저게 뭔가 싶었는데,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신이 나서 자기 스타일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지해수가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장재열이 양 손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다. (끼야호~!) "여기서 뭐해?" / "애인 기다려!" 그가 내미는 아이스크림을 받아 한 입 가득 머금는 지해수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무진장 땡긴다. 아니, 먹지 않아도 벌써 달콤함이 입 안에 감돈다. 각자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서로 맞잡아 깍지를 낀 채 두 사람은 길을 걷기 시작한다.

 

"민망하다, 앞에 봐!" 계속 싱글벙글하며 해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재열은 그녀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돌린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설렘 가득한 미소가 떠나질 않고, 어느 새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머물고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커플이 얼마만이던가? 개인적으로는 '너목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재열은 해수에게 함께 여행 가자는 제안을 하고, 관계기피증이 있는 지해수는 여행을 가서도 자기를 지켜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오케이하는 재열... 하지만 해수가 자리를 뜨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동민과 박수광(이광수)은 혀를 찬다. "야, 아무리 상황이 다급해도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해? 서른도 넘은 애를 뭘 지켜주겠다고 그 먼 데까지 여행을 가? 그냥 여기서 간단하게 지키지!"

 

 

그러자 재열은 태연히 말한다. "왜 반응들이 그래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불의의 사건사고나 다른 남자들로부터 지키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냐?" 뜻밖의 대답에 놀란 조동민이 버벅거리며 외친다. "야, 가장 위험한 게 넌데, 너는 왜 빼?" 그러자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는 장재열 "나도 포함이에요? 에이, 설마..." 자칫 능글거릴 수도 있는 설정인데, 어찌 된 셈인지 장재열의 표정과 멘트는 레몬 탄산수처럼 상큼하다. 조동민과 박수광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나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타인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커플이 또 있을까? 부디 망가지지 않기를, 잘못되지 않기를, 두 사람의 사랑이 꼭 지금처럼만 영원히 지켜지기를 소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