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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조기종영은 김명민 때문이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개과천선

'개과천선' 조기종영은 김명민 때문이 아니다

빛무리~ 2014. 6.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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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진짜 흥미진진하게 보는 드라마는 '개과천선' 하나뿐이다. 워낙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지만, 요즘은 몰입해서 볼만한 작품이 거의 없다. 블로거로서 리뷰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좀 느끼기 때문에 멀티식으로 다른 일 하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과천선'은 다르다. 경제와 법률 분야의 생소한 전문용어들이 다수 등장함으로써 매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어렵고도 재미있으니까 보고 또 보게 된다. 본방송을 나 혼자 보고 나서, 밤 늦게까지 일하다 귀가한 남편이 '개과천선'을 보겠다고 TV 앞에 앉으면 그 옆에서 또 본다. 본방송을 볼 때도 초집중했었지만, 금방 다시 보는데도 또 집중이 된다.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이해 못 했던 어려운 용어들이, 두번째 볼 때는 비교적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쫄깃쫄깃한 꿀재미를 주고 있는 유일한 드라마가 조기종영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원래는 18회로 종영할 예정이었는데 2회를 축소하여 16회로 끝마친다는 것이다. 아, 정말 짜증난다. 방송사 측에서는 절대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시청률 때문인 것 같다.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 시청률은 지금 고만고만해서 별 차이가 없지만 어쨌든 그 와중에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 '개과천선'이니까, 이제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게다가 후속작인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방송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 어차피 '개과천선'을 통해 짭짤한 맛을 보기는 힘들어졌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새 작품에 기대를 걸어보자는 것 아닐까?


MBC 측에서 조기종영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두 차례의 결방이었다. 월드컵 출정식 중계와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이 모두 수요일에 걸리면서 '개과천선'은 두 차례나 제 시간에 방송되지 못했고, 그 결과 한창 스토리에 탄력 받으며 치고 올라가려던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는 악재를 겪게 되었다. 그런데 결방이 어째서 조기종영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 방송사 측에서는 주연배우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이라고 한다. 김명민이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해서 추가 촬영이 어렵다는 게 절대적으로 내세운 이유였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 듯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결방은 어디까지나 방송이 전파를 타고 안방극장에 전달되었느냐의 문제일 뿐, 촬영상의 문제는 아니다. 애초 18회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다면, 결방이 있든 없든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마땅하다. 주연배우 김명민의 스케줄이 6월 26일까지로 타이트하게 맞춰져 있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어째서 결방 때문에 김명민의 추가 촬영이 필요하단 말인가? 미리 찍어놓은 분량을 다음 주 7월 3일까지 내보내면 될 게 아닌가? 설마 제작진이 "아싸, 결방이구나. 시간도 많은데 촬영 까짓거 슬금슬금 쉬어가면서 하자!" 이런 생각으로 게으름을 피웠던 것일까?

 

둘째, 월드컵 출정식과 선거 개표 방송은 갑자기 발생한 사태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확정되어 있던 사안이다. 만약 세월호 침몰처럼 갑자기 발생한 사태로 인해 결방된 거라면, 방송사 측의 해명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 출정식 날짜와 선거 날짜는 오래 전에 정해진 것이었고, 그 날짜에 드라마가 결방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아니, 이것은 예상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미리 짜 놓은 시간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약 월드컵 출정식 중계를 원래는 타방송사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뒤늦게 MBC에서 가져온 거라면 그 하루는 용납 가능하다. 그러나 6.4 선거 개표 방송은 그 어떤 이유로도 예측 못했다는 변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월드컵 출정식 기간과 선거 기간에 맞물려서 수목드라마로 편성되었다면, 마땅히 두 차례의 결방도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을 조기종영의 이유로 갖다붙이다니 기막히지 않은가? 게다가 배우에게 일말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처럼,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다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당최 MBC는 왜 가장 좋은 작품만 쏙쏙 골라서 조기종영을 시키는 걸까? 얼마 전 '제왕의 딸 수백향'도 황당하게 끊어 버리더니 이번에는 '개과천선'까지, 이제는 정말 넌더리가 난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목'은 좀 가지고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개과천선'은 결코 시청률 따위를 이유로 조기종영시켜서는 안 되는 작품인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 드라마에서 주로 다루는 법정 에피소드가 은행 및 대기업의 비리에 관한 것이라 외부의 압력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곧 힘인데, 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세상에 까발리는 드라마를 가만 놔둘 리가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힘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우리의 현실이 새삼 서글퍼진다. 좋은 드라마조차 맘대로 못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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