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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식상한 클리셰의 집합, 무엇을 기대할까? 본문

드라마를 보다

'엄마의 정원' 식상한 클리셰의 집합, 무엇을 기대할까?

빛무리~ 2014. 3. 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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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고 괜찮았던 작품 '제왕의 딸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하루빨리 방송하고 싶어했던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오산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주인공 서윤주 역을 맡은 탤런트 정유미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 때문에도 제발 괜찮은 작품이기를 바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한 조각 희망을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식상한 설정들, 이제껏 각종 한국 드라마 속에서 마르고 닳도록 수없이 보아왔던 이야기... 1~2회만으로 평가할 때 '엄마의 정원'은 한 마디로 클리셰의 집합소라 할만하다.  

 

 

주연 배우들의 이미지는 상큼하고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되어 나갈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훤히 다 보이는 듯한 이 느낌은 아예 초반부터 의욕을 잃게 한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사람은 안 지겨울지 몰라도, 수십 번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고 또 들어야 하는 쪽에서는 상대방이 입만 벌려도 "아, 또 그 얘기 하려는구나" 싶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게 마련이다. 어느 작은 설정 하나라도, 어느 작은 캐릭터 하나라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보겠는데, 눈을 씻고 찾아도 그런 구석이 없다. 오직 정유미와 최태준의 상큼한 얼굴 보는 재미 뿐이랄까? 고세원의 귀족적인 풍모도 곁들여 감상할만 하다.

 

수의사 중에서도 마의(馬醫)로 일하고 있는 서윤주(정유미)는 항상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며 온 몸에 말 냄새를 묻히고 다니지만, 수수하고 털털한 이미지와 달리 사실은 대성기업 서병진(길용우) 사장의 천금같은 딸이다. 올해 스물 일곱의 꽃다운 나이로 운명적인 사랑과 연애 결혼을 꿈꾸는데, 그녀의 어머니 유지선(나영희) 여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맞선과 결혼을 강요한다. 윤주는 마지못해 나간 선자리에서 TS그룹 차동수(박근형) 회장의 맏아들 차성준(고세원)을 만나는데, 처음에 뜨악하던 성준은 조금씩 윤주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서윤주의 운명적 상대는 따로 있었으니, 하필 차성준의 하나뿐인 동생 차기준(최태준)이다. 기준이 유학에서 돌아오던 날,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우연처럼 사소한 부딪힘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지선 여사는 서윤주의 친엄마가 아니었다. 서병기 사장은 청년 시절 가난한 국밥집 딸 정순정(고두심)과 사랑에 빠졌으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고, 얼마 후 출산을 하게 된 정순정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갓 돌이 지난 서윤주를 아빠에게로 보냈던 것이다. 행복한 신혼 생활 중에 생각지도 않은 핏덩이를 안아들면서 유지선의 인생은 금 간 유리처럼 망가져 버렸다. 유지선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만큼 예민한 신경증 환자가 되었고, 평생 윤주에게 한 번도 따뜻한 엄마였던 적이 없었다. 시집 보낼 때까지만 꾹 참고 봐준다는 생각으로 27년을 견뎌왔으니, 이제는 아무데라도 시집을 빨리 못 보내 안달인 것이다. 무려 27년만에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서윤주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특유의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내색하지 않고 혼자 슬픔을 삼킨다.

 

 

한편 정순정은 서병기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수진과 수아를 낳았으나 또 버림받고 혼자 두 딸을 키웠다. 그러므로 정순정의 첫째 딸 김수진(엄현경)과 둘째 딸 김수아(김보라)는 서윤주와 동복 자매인 셈이다. 그런데 김수진에게는 오래된 연인이 있으니, 바로 얼마 전에 서윤주와 맞선 자리에서 만났던 차성준이 그 사람이다. 냉정한 성격의 차성준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걸맞는 집안의 딸과 결혼할 생각으로, 처음부터 김수진에게는 결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났다. 하지만 야망이 큰 수진은 성준과의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 욕구로 가득차 있는데... 추측컨대 이 식상한 4각관계에서 초반에는 윤주를 사이에 두고 성준 기준 형제가 대립하겠지만, 후반에는 성준이 수진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대충 겹사돈 쌍쌍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예상컨대 머지 않아 서병기 회장은 죽고 대성기업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평생 부잣집 마나님이던 유지선 여사는 초라한 신세가 되어 윤주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어질 것이고, 그 와중에 피가 섞이지 않은 모녀관계는 냉랭함에서 따스함으로 변해갈 것이다. 홈페이지의 정순정 캐릭터 소개를 보면 '뒤늦게 찾은 또 한 명의 딸과 그 딸의 계모까지 등장하면서 기이한 동거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 동거의 장소는 현재 정순정이 운영하고 있는 하숙집이 될 듯 싶다. 한편 차기준은 회사에 들어가 형을 도우라는 부친의 명을 거역하고 요리사의 길을 선택하는 바람에 빈손으로 집에서 쫓겨나 일찌감치 정순정의 하숙집으로 흘러들었다. 따라서 4각관계의 인물들 중 차성준을 제외한 3명은 이제 곧 비좁은 하숙집에서 복닥거리게 될 예정이다.

 

 

제목이 '엄마의 정원'이니까 서윤주와 정순정과 유지선의 삼각관계(?) 역시 젊은이들의 멜로 못지 않게 강조될 것이다. 서윤주는 낳아 준 엄마와 길러 준 엄마에게 모두 애틋함과 연민을 느끼며 효도를 다할 것이고, 핏덩이 자식을 떼어 보냈던 생모와 키우면서도 정을 주지 않았던 계모, 이 반쪽 엄마들은 착한 딸의 심성에 감동하여 눈물을 펑펑 쏟을 것이다. 그 와중에 형제와 자매는 뒤엉킨 사랑의 실타래에 휘감겨 허우적대다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이런 류의 드라마에 해피엔딩 말고 다른 식의 엔딩이란 있을 수 없다. "이리하여 그들은 모두 화해하고 사랑을 이루며 다 같이 행복해졌답니다~ 끝." 이제 겨우 2회까지 봤는데, 드라마 전체를 다 본 것 같다.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가 시청 거부 운동까지 일어날 만큼 욕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황당한 내용과 막장 캐릭터에 경악하면서도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필 막장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좋은 드라마들도 모두 그런 장점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식상함은 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신선함과 창의성은 있어야 볼 맛이 나고, 조금이라도 궁금해야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훤히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야 어찌 마음을 붙일까? 한동안 '제왕의 딸 수백향'을 보느라고 그 시간대를 비워 놓았었는데, 앞으로 이걸 보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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