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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설설희, 이별 후에도 나를 울리는 이 남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설설희, 이별 후에도 나를 울리는 이 남자

빛무리~ 2013. 9. 2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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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안돼 보이진 않아요?" 설설희(서하준)의 입에서 이 한 마디가 나오는 순간, 나의 눈시울이 세번째로 젖어들었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절실했는지, 이제껏 오로라(전소민)을 향해 왔던 설설희의 마음은 그 한 마디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토록 모질게,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없이, 끝내 그의 이해와 배려만을 요구하며 이별을 통보한 그녀였다. 그도 사람인데 어찌 분노가 치밀지 않았으랴! 오로라는 무례한 이별 통보를 끝낸 후 잽싸게 먼저 차에 올라탔고, 설설희가 칼에 찔린 가슴을 채 봉합도 못한 상태로 운전석에 들어오자 "불편하면 따로 갈게요" 라고 말했다. 남자의 인내심을 테스트라도 하는 것처럼, 더 이상 뻔뻔할래야 그럴 수 없는 정도였다. 아무리 몰락했어도 '공주'는 이래서 '공주'인 것일까? 이제껏 수없이 신세를 지고 받아먹을 것은 다 받아먹었으면서, 타고난 신분이 공주니까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습게도 고개 숙여야 할 오로라는 끝까지 떳떳했고, 티끌 한 점 없이 떳떳한 설설희는 끝까지 고개를 숙였다. "내 단점 많이 깨달았어요. 이번에." 단점이라니, 유일한 잘못이라면 여친 있다고 거짓말했던 것뿐인데 그조차도 로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였거늘, 도대체 자신의 무슨 단점을 깨달았다는 것일까? 너무 김칫국을 마신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상처받은 건 상대가 아니라 자신뿐인 걸... 설설희는 헤어지는 순간에도 자신보다 그녀의 입장을 헤아렸고, 앞으로 살아갈 그녀의 인생이 맘 편하고 행복하길 바랐다. "황작가님이랑 로라씨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말하기 편치 않았을 것 같아요... 내가 황 작가님이라도 누나들 말 무조건 거부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핏줄이잖아요... 로라씨 잘못 아니에요.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한 거고, 내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우리, 좋은 인연이었죠?" ... 아, 정말 생각지도 않았는데, 억제할 틈도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대책없이 착한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자잘하게 받아먹은 거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CF 모델료까지 받아 챙기는 건 아무래도 양심에 찔렸던 모양이다. 황마마(오창석)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오로라는 설설희네 집 대문 앞을 서성거리다 그의 아버지 설국(임혁)과 딱 마주친다. 자식을 그토록 반듯하게 키워낸 부모는 역시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설국와 안나(김영란)는 한 마디 질책도 없이 오로라를 집안에 들였고, 염치없는 방식으로 자기 아들 가슴에 못 박고 떠난 계집애한테 온갖 덕담으로 행복을 빌어 주었다. "생각해 보니까 죄송할 거 없어. 우리 설희가 혼자 헛물 켠 거고, 나라도 그런 상황이면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신경쓰지 마!" 설국 회장이 말했다. "결혼은 정말 인연이라야 하나 봐. 우리 설희 인연도 어디 있을 거야... 아무쪼록 잘 살아. 행복하게... 우리도 한 번은 보고 싶었어. 어려운 발걸음 해 줘서 고마워!" 로라를 며느리 삼아 딸처럼 아끼며 살고 싶어했던 안나가 말했다.

 

 

어떡해... 어쩌면 좋아... 내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당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오로라 같은 여자와 결혼하지 않게 된 것은 설설희에게도, 그 부모에게도 좋은 일인데 말이다. 로라를 위해서도 아니고, 설희와 그 부모를 위해서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한없이 안타깝고 슬퍼졌다. 저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있을까? 그것도 남들을 눈 아래로 깔고 내려다 볼만한 부자들 중에서? 임성한 작가가 작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려내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홀딱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혜택이 남녀 주인공을 비켜가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으니 그게 당혹스러울 뿐이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오로라가 설설희의 광고 모델료를 돌려주자 설국과 안나는 한사코 마다하며 이야기했다. "축의금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해서 오로라는 전 애인에게 수천만원의 축의금을 받고 결혼하는 여자가 되었다. "맘 편히 결혼해. 좋은 마음으로 지켜볼 테니까... 행복하게 잘 살아. 좋은 소식만 들려오게!" 수천만원보다 더욱 갚진 덕담들을 선물하며, 설희의 부모는 그렇게 로라를 보내 주었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위스로 떠났던 설희가 돌아왔다. 너무 오래 방황하면 가슴 아파하며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해서였을까? 오로라와 황마마의 결혼식이 치러진 후였다면 좀 나았으련만, 설설희의 여행은 너무 짧았기에 결국은 같은 하늘 아래서 못 볼 꼴을 보아야만 했다. "로라, 이번 주 토요일에 결혼해..."

 

"잘됐네요..." 애써 감추려고 했지만, 눈빛에 담긴 서글픔은 어찌할 수 없었다. 좋은 캐릭터를 맡으면 배우의 연기력도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다. 서하준이라는 배우가 이토록 매력적인 눈빛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 알았다. "(광고비 돌려보내신 건) 잘 하셨어요. 안 좋은 말씀은 안 하셨죠?" 자기 부모의 인격을 믿지만, 한 점이라도 그녀에게 상처되는 부분이 있었을까 걱정하며 설희가 물었다. "솔직히 로라가 잘못한 거 있니? 우리가 장구치고 북치고 다 했지... 웬만하면 불편해서 얼굴 보이고 싶지 않을텐데 일부러 찾아왔어. 죄송하다고... 우리도 마무리 잘한 것 같아서 마음 편해!" 누구에게도 내색은 못 했지만, 스위스에 있는 동안 그녀의 소식이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부모님으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들으니 오히려 맘이 놓이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설희가 물었다. "얼굴... 안돼 보이진 않아요?"

 

 

혹시라도 자기한테 미안해서 가슴앓이 할까봐, 혹시라도 극성맞은 시누이들 등쌀에 시달릴까봐, 혹시라도 무책임한 황마마 때문에 속 터질까봐, 이별하고 나서도 설희는 온통 로라 걱정뿐이다. 아무 탈 없던 사람들도 결혼 준비랍시고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고 맘고생하게 마련인데, 혹시라도 힘들어서 얼굴 까칠해졌을까봐 설희는 노심초사한다. 그런데 설희가 애태우는 바로 그 시간, 로라는 최고급 마사지 샵에서 시누이들과 함께 얼굴을 호강시키고 있다. 그러잖아도 반들반들한 피부에 돈까지 처들여 관리를 받으니 이젠 모기가 미끄러질 지경이다. 설설희가 혼자 쓸쓸히 맘을 달래며 승마를 할 때, 오로라는 황마마와 어찌나 깨가 쏟아지는지 고소함과 달콤함에 구름을 타는 기분이다. 설설희의 존재는 그녀의 마음에 한 조각 그림자도 드리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상극인 장면들을 계속 교차시키며 보여주는 것이 심상치 않다. 필시 오로라의 앞날은 순탄하거나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막장 논란에 시달려도 남의 가슴에 못 박고 행복해지는 꼴은 안 만드는 것이 임성한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달갑지 않다. 로라가 불행해지면 애꿎은 설희가 또 맘고생을 할 것이고, 어떻게든 그녀를 돕고 싶어서 자기를 희생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평온하게 잘 살아서, 이 착한 남자가 더 이상 맘 쓰지 않고 잊을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말 좋은 여자 만나서 설희도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미혼모였던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고 시집가려던 노다지(백옥담)는 결국 자기를 애지중지하던 예비 시어머니 왕여옥(임예진)에게 앙큼한 과거를 들키고 말았다.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터져버린 노다지의 폭탄은 왠지 오로라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울리는 것은 로라나 다지의 불행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남자 설희의 고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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