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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왕여옥-박지영 모녀의 뻔뻔 내숭 퍼레이드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왕여옥-박지영 모녀의 뻔뻔 내숭 퍼레이드

빛무리~ 2013. 10. 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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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전소민)과 황마마(오창석)의 결혼이 확정되자, 이른바 '욕하면서 보던' 막장 러브라인이 일단은 종결된 셈이라 급격히 흥미가 떨어진 느낌이다. 원래대로 120회에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면 더 이상의 변수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무려 30회나 연장하는 바람에 앞으로도 50회를 넘기는 분량이 남아 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아무리 드라마 속 일이라도 행복한 결혼식을 보면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웃을수록 못마땅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동안 이 신혼부부의 염치없는 행위들을 바라보며 꼬여버린 심정은 저절로 또 다른 태풍을 기대하게 된다. 

 

메인 스토리가 제1막을 내리며 한숨 돌리는 요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한창 물이 올랐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노다지(백옥담)를 중심으로 좌충우돌하는 사람들의 생쇼다. 왕여옥(임예진)의 속물 근성에 비추어 볼 때, 빈털터리 천애고아인 줄 알면서도 예비 며느리 노다지를 진심으로 예뻐하던 모습은 좀 뜻밖이었다. 물론 자기 아들 박사공(김정도)이 양성애자라서 맞선 시장에 내놓거나 조건 좋은 혼처를 바라기 어려우니 어쨌든 남자 아닌 여자를 데려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수 있겠지만, 끝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그쯤에서 만족할 줄 알았다는 것은 꽤나 인간적이었다. 하지만 노다지가 솜털도 안 가신 뽀얀 얼굴로 미혼모였던 과거를 숨기고 있었음을 알게 되자, 분노한 왕여옥의 포악한 일면이 드러났다.

 

 

속인 거야 괘씸하지만 그래도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온 몸과 얼굴에 멍이 들도록 때린 것은 속물 근성의 일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든든한 부모와 가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차마 그렇게는 못 했을 테니까. 하지만 전능한 작가는 하필 노다지가 집 앞까지 끌려나와 오뉴월 개처럼 매타작을 당하는 찰나에 딱 맞춰서 그 아이의 생모 황미몽(박해미)이 찾아오게 만들었다. 인테리어 때문에 왕여옥과 "언제 한 번 만나죠" 식으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곤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공교로운 순간이었다. 제 자식이 그렇게 폭행당하는 현장을 보고 눈 뒤집히지 않을 어미가 어디 있으랴! 황미몽은 미친 듯 달려들어 왕여옥을 떼어 놓고 다지를 끌어안으며 오열하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 왕여옥의 살쾡이 같던 기세도 한 풀 꺾이고 만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면서 노다지를 달갑잖게 여기던 황시몽(김보연)과 황자몽(김혜은)도 막상 그 아이가 둘째 미몽의 핏줄이라고 하니 펑펑 눈물을 쏟으며 애달프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중년에 이르도록 미혼인 세 자매에게 노다지의 존재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운 축복이며 선물이었다. 극성맞은 이모들은 제 조카가 당한 봉변을 전해듣고 노발대발하며 당장 왕여옥네로 달려가 "너도 한 번 당해 봐라"는 식으로 박사공의 뺨을 후려치는데, 여기서 참 웃기는 것은 왕여옥과 박지영(정주연) 모녀의 달라진 태도였다. 가난한 고아인 줄 알았을 때와 달리, 만만찮은 재력과 세력을 지닌 집안의 후손임을 알게 되자 미혼모였대도 상관없다는 듯 매달리는 자세로 바뀐 것이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이 우물물 안 먹는다고 쉬하고 갔다가 또 먹게 된다잖아요. 저도 너무 속상해요. 다정도 병이라고 그렇게 마음 줬다가 기막힌 심정에..." 이로써 두 집안 인연은 끝이라며 기세등등한 세 자매에게 거의 애원하다시피 하는 왕여옥이었다. 하지만 다지 엄마와 이모들은 대답도 없이 쌩하니 나가 버리고, 그 동안 다지를 무시하며 못 밟아서 난리치던 박지영은 실쭉하며 제 엄마를 탓한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오빠한테는 정말 다지가 딱인데 이제 어쩔 거야?" 왕여옥이 제 딸을 흘기며 "그렇게 싫어하더니?" 하고 묻자 박지영은 "그야 집도 절도 없는 고아인 줄 알고 그랬지!" 라고 대답한다. 겨울 스물 다섯 나이에 제 엄마보다 더 많이 때가 묻었다.

 

이쯤에서 임작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을 준비하는데, 그 시작은 처녀 시절 여배우를 꿈꾸던 두 중년 여인의 재회에서 비롯된다. 왕여옥은 아들 박사공을 만나러 청낭한의원에 들렀다가, 척 봐도 부잣집 마나님 티가 철철 흐르는 이안나(김영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언니!" 하며 다가서는데, 두 사람은 대략 30년 전에 영화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대기실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던 사이다. 따지고 보면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 여옥은 마치 죽마고우라도 만난 듯 반기며 귀한 공진단을 선물한다. 일단 부자와 친해 두어서 나쁠 거야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한강저축은행 집 사모님이고 27세 미혼의 아들까지 있다니 금상첨화다. 여옥은 쾌재를 부른다. 속셈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이 아줌마의 속물 근성은 이제 좀 귀여울 지경이다.

 

왕여옥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딸 박지영에게 당부한다. "너 지금부터 말투 표정 싹 바꿔. 고급스런 분위기 배어나오게... " 갑작스런 엄마의 성화에 왜 그러냐던 박지영은, 엄마가 저축은행 재벌 집 사모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 집 아들이 혼처를 찾고 있다는 말에 바짝 구미가 당기는 표정을 짓는다. "넌 집에서 깍쟁이 짓하는 막내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것 가지고는 어필 못 해. DNA 자체를 바꿔. 박지영이 아니라 유럽이나 아랍 공주처럼, 우아하면서 선하고 지적인 이미지 나오게..!" 하핫, 웃겨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생뚱맞게 유럽이나 아랍 공주는 또 무엇이며, 그 곳 공주들이 우아하고 선하고 지적이라는 생각은 또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설령 그렇다 한들, 초 무개념 싸가지녀 박지영이 그런 코스프레를?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박지영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 남자의 정체가 설설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앗 뜨거라 하겠구나... 그 동안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몇 개월이나 함께 일하며 온갖 싸가지 못된 꼴은 다 보였는데, 유럽이나 아랍 공주인 척 우아함을 떨어 본들 무슨 소용일까?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박지영이 헛된 꿈을 당연히 접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무개념녀의 강철 멘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제 엄마를 따라서 저축은행장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 참석한 박지영은 설국(임혁) 회장과 안나 부부에게 일단 호감을 얻게 되는데, 그녀가 '알타이르'의 설리임을 알아본 안나는 제 아들의 정체를 먼저 밝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 우리 아들 알겠네? 나모 매니저.."

 

"어머, 설 매니저요?" 깜짝 놀라긴 하는데, 큰일났다든가 찔린다는 표정은 아니다. 오히려 아는 사람이라 더 잘됐다는 듯 신난 표정이다. 왕여옥도 옆에서 덩달아 신이 났다. "설 매니저가 완전 A급이라면서 이 애가 그렇게 나모를 부러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스카웃 하려고 따로 만났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어요. 월급 더블로 준대도 소용없고... 어쩐지..." 기억을 떠올려 보니 왕여옥이 설설희에게 눈독을 들인지는 벌써 오래 되었다. 화랑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부터 생면부지의 그 총각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하며 "저런 남자가 정말 여자한테 잘 하는데..."라고 중얼거리지 않았던가! 얼굴에 흐르는 귀티와 매니저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의아해 했었는데... "어쩜 인연이..." 단박에 인연이라는 말을 갖다 붙인다.

 

 

설국 회장 부부 앞에서 왕여옥과 박지영 모녀는 본격적으로 내숭을 떨기 시작한다. 일생 일대의 로또를 거머쥐기 위한 초특급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골프를 치시느냐는 설국의 질문에 왕여옥이 대답한다. "살림 제대로 하려면 그런 거 할 새 없어요. 아무리 일하는 사람이 있어도, 가정주부가 할 일은 따로 있거든요!" 제 엄마가 살림에 젬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지영은 옆에서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는다. 한의원 집 딸이니 웰빙 음식만 먹어서 그렇게 날씬하냐고 설국이 묻자 박지영이 대답한다. "살찔 틈이 없어요. 그냥 바쁘게 살아요. 제 방 청소는 직접 하고요. 스트레칭도 하고 책 읽을 것도 많고 연기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하고요." 제 딸이 얼마나 게으른지를 알고 있는 왕여옥이 슬그머니 돌아본다.

 

하지만 속으로는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손발이 척척 맞는 내숭 모녀다. "또 엄마가 저한테 한 번씩 음식하는 거 어깨 너머로 보라고 하세요." 딸의 거짓말을 왕여옥은 미소로 인정하고, 안나는 감탄한다. "딸을 아주 완벽하게 키우네!" 그렇게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온 모녀는 집에서 마주앉아 다시 계획을 다짐한다. "너 꼭 그 집 들어가! 재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남자가 정말 여자한테 잘 한다니까!" 왕여옥은 설레발을 치고, 박지영은 벌써부터 게임 끝난 것처럼 꿈에 부풀었다. "세상에, 로라 매니저가 한강저축은행 집 아들이라니... 인연 같아!" 박지영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남의 눈에 티끌만 보이고 제 눈에 들보는 못 보는 게 사람이라지만, 이제껏 로라한테 포악을 떨다가 설희와 부딪힌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동갑내기였던 자기 매니저랑 수없이 싸우면서 그 바닥에 성격 안 좋다고 소문 다 났을텐데, 어쩌면 저렇게도 자신만만하고 태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왠지 분위기가 심상찮다. 오로라의 배신과 초스피드 결혼으로 깊이 상처받은 설설희는 현재 '케 세라 세라' 분위기다. 제정신이라면 결코 박지영 같은 여자와 결혼할 리 없겠지만, 지금 같은 상태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 설국 회장이 "부모가 소개해 주는 여자와도 결혼할 생각이 있는 거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도?" 라고 물었을 때, 설설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덤덤한 얼굴로 "감정은 살면서 키워가도 되는 거니까요!" 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설국은 "그래, 그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설국과 안나 부부가 박지영을 적극 추천한다면, 어차피 로라 아닌 누구에게도 마음 줄 수 없다고 여기는 설희는 부모님이라도 기쁘게 해드리자는 생각에서 그냥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아, 너무 싫은데... 왠지 느낌이 그렇다. 왕여옥이 화랑에서 설설희를 보고 탐낼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도 같고... 그렇게 한 장면 한 순간에 놓칠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 어느 산사에서 스쳐 지났던 황마마와 나타샤(송원근)도 범상찮은 인연임을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박진감... 황당하면서도 궁금해서 계속 보게 만드는 중독성... 임성한의 능력 하나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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