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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사람 미치게 하는 백허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사람 미치게 하는 백허그

빛무리~ 2013. 7. 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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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속 멜로에 이토록 설레어 본 적이, 작품 속 캐릭터에 이렇게나 푹 빠져 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강렬하게, 깊이 몰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이러지 않는데, 벌써 3주째나 리뷰 타이틀에 박수하(이종석)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군요. 오늘까지 제가 발행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리뷰는 총 6편인데, 그 중 무려 4편의 주인공이 박수하라니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원래부터 이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차관우(윤상현)의 포지션은 상당히 어정쩡해지고 말았네요.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과 나이도 엇비슷하고 차관우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라서 처음에는 그 쪽이 남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한참 어린 박수하에게 이렇게나 처참히 밀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차관우는 그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12회에서는 질투에 사로잡혀 치사한 말들로 박수하를 압박하는 모습까지 드러내면서 순식간에 찌질남으로 등극할 기세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윤상현은 출연 승낙을 안 했을지도? ㅎㅎ)

 

모든 기억을 잃고 타인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까지 동시에 잃으면서, 강인한 남자였던 박수하는 길 잃은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신세가 되었습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비범한 능력으로 위기에 처한 장혜성을 지켜주던 박수하가, 이제 오히려 그녀의 보살핌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고 자기 자신조차 지킬 수 없는 약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기억상실증이라는 클리셰가 못마땅했었는데, 두 사람의 멜로를 위해서는 최고의 한 수였군요. 무려 10년의 나이차를 지닌 연상연하 커플이니 멜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성애 자극'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효과적인데, 예전에는 박수하가 너무 강한 이미지여서 그런 면이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기억과 능력을 잃고 순한 양이 되어 버리니, 장혜성은 마치 어린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엄마처럼 모성애를 팍팍 느낄 수밖에 없었죠. 강한 남자와 순한 어린양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박수하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캐릭터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 끝없이 고개를 저으면서도 장혜성은 이런 박수하에게 빠져들고 있군요. 사실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봤자 어찌 안 빠져들 수 있겠어요? 내가 싫어도 제발 곁에 있어 달라고, 세상과 연결된 끈이 다 끊어진 느낌이라고, 엄마 손 부여잡는 아이처럼 애원하는 수하를 짐짓 뿌리치며 돌아설 때, 혜성의 가슴은 벌써 무너져 내렸습니다. 마침 도움을 자청해 온 관우의 팔짱을 끼고 영화를 보러 간다면서 모질게 커피숍을 나섰지만, 혜성의 시선은 가지 말라고 소리치며 쫓아오는 수하에게 꽂혀 있었죠. 집에 와서도 수하 걱정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혜성은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하자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헤어졌던 장소로 돌아가, 아직도 거기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납니다. "진짜 미치겠다. 너를 어떡하면 좋니?"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제 마음에 울상이 되어버린 혜성과 달리, 그녀가 눈앞에 다시 나타나서 마냥 기쁜 수하는 비에 젖은 얼굴로 활짝 웃기만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두 눈이 어쩌면 그토록 반짝일 수 있을까요? 박수하라는 캐릭터를 만남으로써 배우 이종석도 훌쩍 업그레이드 되며 한창 연기에 물이 올랐습니다.

 

 

검사 서도연(이다희)은 박수하의 무죄 선고에 불복하여 항소를 준비하고, 장혜성은 연주시 법원 소속의 국선전담 변호사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릴 2차 공판에 참여할 수 없으니, 고심 끝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차관우에게 부탁을 합니다. 차관우는 여전히 장혜성을 좋아하고 있는데 장혜성은 엉겁결에 그 앞에서 박수하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해 버렸으니, 이건 대놓고 연적의 변호를 부탁한 셈이잖아요. 하지만 차관우는 턱없이 어린 남자에게 흔들리고 있는 장혜성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그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그녀를 미안하게 만들고 부담을 줘서라도 자기에게 돌아오도록 하려는 것이죠. 그런데 역시 차관우를 경계하고 있는 박수하는, 자기가 아버지의 유산을 털어서라도 수임료를 낼 테니 장혜성에게는 어떤 부담도 주지 말라고 대뜸 선전포고(?)를 하는군요. 그 당돌한 태도에 자극받은 차관우는 "지금 짱변은 네 처지가 불쌍해서 잠시 돌봐주고 있는 것뿐이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데요. 나름 이해는 하지만, 어린 연적 앞에서 그토록 치사해지는 차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초라해 보였답니다.

 

민준국(정웅인) 사건을 계속 조사하던 서도연은 박수하를 신고한 아주머니 문성남에게서 수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문성남은 박수하를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데, 그저 누군가 신고를 해서 보상금이나 타 먹으라고 권하는 바람에 그랬다고 진술했죠. 그렇게 권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며 민준국의 사진을 들이밀자 문성남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 손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멀쩡했다"고 답하면서 꼬리를 잡히고 말았군요. 보통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손의 모양이나 피부색 등을 말하는데 "멀쩡했다"는 대답은 매우 특이한 것이라, 오히려 그 사람의 손이 멀쩡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니까요. 왼손을 스스로 잘라낸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검찰측에서도 인지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에 서도연은 문성남에게 참고인 소환장을 보내는데, 자기 정체가 들통날까 우려한 민준국은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문성남까지 살해하고 말았네요. 친절한 과일가게 아주머니, 몸이 성치않은 민준국을 가엾이 여기고 만날 때마다 과일 몇 개씩이라도 집어주던 문성남은 혜성이 엄마 어춘심(김해숙)처럼 그토록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한편 박수하의 기억 속에 떠오른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차관우는 지난 1년 동안 수하를 돌봐주고 있던 할아버지가 그 교통사고의 가해자였음을 쉽게 밝혀냅니다. 그 할아버지도 원래는 자수를 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기억도 잃은 녀석이니 그냥 묻으라"고 말렸다는군요. 민준국을 감싸주려 했던 문성남과 달리 그 할아버지는 곧이곧대로 "왼손이 없는 남자"였다고 진술했던 모양입니다. 이에 민준국의 생존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고, 자연히 검찰측의 항소는 취하되었습니다. 이로써 박수하는 더 이상 재판을 받을 필요도 없이 무죄가 확정된 셈이죠.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은 장혜성의 신변에 커다란 위협이 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장혜성은 오직 박수하의 무죄 확정에만 뛸듯이 기뻐하며 좋은 소식을 얼른 알려주겠다고 수하에게 전화를 거는데... 

 

 

빗줄기에 흠뻑 젖었던 우산 속 만남 이후, 잠시 혜성의 집에 머물고 있던 수하는 낯익은 풍경과 물건들에 둘러싸여 차츰 모든 기억을 되찾아 갑니다. 그런데 낚시터에서 민준국과 마주했을 때 나누었던 대화의 기억은 몹시도 괴로운 것이었군요. 민준국은 "너희 아버지가 가증스런 세 치 혀로 내 아내를 죽였다"면서,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자기가 아니라 수하의 아버지였다고 주장했거든요. 거짓말 하지 말라고 외치며 민준국을 죽이려던 박수하는 문득 병실에서 장혜성의 귓가에 다짐했던 약속을 떠올립니다.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로 안 할 거야..." 과연 박수하는 그 약속 하나 때문에 살인자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네요. 그러나 자기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의 깨질듯한 두통과 더불어 박수하의 심신을 괴롭혔습니다.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박수하는 본능적으로 장혜성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던 중이었어요.

 

기억이 완벽히 되살아남과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도 회복되었습니다. 갑자기 시끄러워진 세상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문득 저편 건물에서 밝은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장혜성이 보이는군요.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내 아버지였다면 그녀는 나를 원망하겠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 또 얼마나 두려워할까..." 박수하는 안타까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녀의 눈빛 속에서 거짓없는 진심을 발견하고는 미칠 듯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수하가 죽인 게 아니었어. 역시 그 아이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거였어!" 곧이어 전화벨이 울리고,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한껏 들뜬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민준국이 살아 있어. 너는 이제 완전히 무죄야. 2심까지 안 가도 돼!" 박수하는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를 향해 걸어가며 조용히 반문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 있으면 당신이 위험하다는 소리잖아?"

 

 

 

기억을 잃었을 때는 꼬박꼬박 극존칭을 쓰며 공손히 존대를 하더니만, 어느 새 반말입니다. 초반에는 박수하가 열 살이나 위인 장혜성한테 틱틱 반말을 한다고 여기저기서 욕 꽤나 먹었었지요. 저도 그런 설정이 썩 탐탁했던 것은 아닌데, 지금은 이 버릇없는 자식의 반말에 설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미쳤나봐요..;;) 순한 양은 사라지고, 강한 남자 박수하가 돌아왔습니다. 글썽한 눈으로 그녀의 치마폭에 매달리던 어린아이는 사라지고, 그녀의 어깨를 든든히 감싸안을 수 있는 수호천사가 돌아왔습니다. 이제 그 천사가 순도 100%의 사랑과 감사함으로, 용감한 그녀 장혜성에게 백허그를 하는군요. 뒤에서 허리를 감싸안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천사는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 목숨이 다시 위태로워졌는데, 어떻게 내 무죄가 먼저야? 어떻게 그래?" 하지만 혜성은 빙그레 웃으며 수하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네요.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천사와 사랑을 나누면서, 어느 사이엔가 장혜성도 천사가 되어 갑니다. 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해지다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일이라도 자기 목숨보다 귀하게 여길 수 있다는 건 평범한 마음가짐이 아니죠. 수하는 혜성을 위해 걱정하고, 혜성은 수하를 위해 기뻐하며, 그렇게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은 몸을 맞대고 서 있었습니다. 혹시 당장이라도 누가 그녀를 해치러 올까,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그대로 멈춰버린 박수하의 백허그는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아름답더군요. 그 소중한 사랑을 방해할까봐 시간조차 멈춰버린 듯, 시끄러운 세상 속에 단 둘만의 고요한 평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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