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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초능력에 가까운 주지훈의 절대음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 초능력에 가까운 주지훈의 절대음감

빛무리~ 2012. 9.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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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의 향연, 게다가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는 제법 흥미진진한 시청을 가능하게 하지만, 드라마 '다섯 손가락'의 완성도는 별로 높지 않아 보이네요. 개연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설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서 일부러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그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시청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가 한 두 명쯤 존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조금만 더 확보했다면,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막장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인기를 얻었을텐데 말이죠. 피아노라는 중심 소재가 꽤나 신선하고 매혹적이어서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7회까지 시청한 현재의 느낌은 솔직히 실망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유지호(주지훈)의 경우, 어렸을 때의 캐릭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고아였다가 하루아침에 부잣집 아들이 되었지만 '굴러온 돌'인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기에 늘상 조금은 기죽어 보이던 착한 소년이었죠. 그런데 성장한 후의 캐릭터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20대의 어른이 된 유지호는 선량한 척 하지만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척 하면서 가르치려 듭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녔다 해도, 항상 잔뜩 폼 잡고 잘난체하는 모습에는 거부감이 일더군요. 가뜩이나 캐릭터 자체도 변했는데, 아역 배우의 외형적 이미지가 주지훈과 너무 달랐던 탓에 괴리감은 더욱 크기만 합니다. (주지훈은 길쭉길쭉한데 그 아이는 동글동글했었죠..;;)

 

 

외국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귀국한 이복동생 유인하(지창욱)의 진로 문제를 놓고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냐?" 는 둥 이래라 저래라 언성 높여 충고하는 장면이라든가,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서 지휘자에게 대놓고 "선배는 내 음악을 이해 못하고 있다!" 면서 막말에 가까운 모욕과 무안을 퍼붓다가 지휘자가 못 참고 (유지호가 작곡한) 악보를 바닥에 던지자 "어디다 악보를 던져요? 당장 주워요!" 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재수없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더군요.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저 잘난 줄만 아는 철딱서니 없는 젊은이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설령 그의 말이 다 맞는다 하더라도 그 오만방자한 태도는 갈 데 없는 비호감이었어요.

 

어쩌면 유지호의 성격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만세(조민기) 회장이 공인된 유서에서 큰아들 유지호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죽었기 때문에, 유지호는 그 어린 나이에 부성기업의 주인으로서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었죠. 단 것에는 벌레가 꼬이게 마련이니 그의 주위에는 돈을 노리고 달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은 모두 유지호를 떠받들며 그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을 것입니다.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속셈을 지닌 의붓어머니 채영랑(채시라)마저도 적당한 기회를 엿보느라 완벽한 연기를 하며 유지호에게 잘 대해 주었죠. 심지어 친아들 유인하보다 그를 더 챙긴다고 모든 사람이 오해할 정도로 말입니다.

 

 

게다가 불행히도 유지호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음악적 재능마저 있었습니다. 겨우 20대 초중반의 나이로 온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서 주목받는 현재의 모습을 볼 때, '돈'의 힘과 결부된 그의 천재적 재능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현되어 왔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가난한 고아 처지로 남아 있었더라면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했을 것이고, 행여 좋은 스승을 만났다 해도 학비를 충당할 수 없었겠죠.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돈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사춘기와 20대 초반의 성장기를 이런 환경에서 보내 온 젊은이가 오만방자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여주인공 홍다미(진세연)도 겉보기엔 그럴싸한 캔디형 캐릭터지만, 자세히 보면 이해되지 않는 비호감 요소가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유지호와 충돌하게 된 과정은 어느 쪽의 일방적 실수라고 할 수 없는 쌍방과실이었는데, 이 두 남녀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앞다투어 사과하기는 커녕, 넘어졌다 일어나자마자 서로 목청을 돋우며 "너만 잘못했다, 사과해라!" 하고 소리지르더군요. 유지호는 대기업의 젊은 총수로서 오만방자한 왕자님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힘든 아르바이트로 엄마와 오빠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선량한 캔디형 여주인공에게는 도무지 안 어울리는 행동이었죠. 성장한 후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둘이 똑같이 성질만 바락바락 부려대는 비호감스런 모습을 보였으니 그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었습니다.

 

 

자전거가 바뀌어서 유지호의 악보를 손에 넣게 되었으면 얼른 주인을 찾아 돌려줄 생각이나 할 것이지,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의 악보를 버젓이 레스토랑에서 연주하는 무개념 행동은 또 뭐란 말입니까? 남녀 주인공이 이렇게 매력없을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상하리만치 독하고 집착적입니다. 채영랑은 화재가 났던 날 고의로 남편을 살해하고 그 누명을 죽은 홍수표(오대규)에게 뒤집어 씌웠는데, 나중에는 그 진실이 밝혀질까봐 요양원에 있던 시어머니 민반월 여사(나문희)까지 살해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는, 초반에 피해자처럼 보였던 채영랑이 사실은 가장 무서운 악역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채영랑은 악역이어서 그렇다지만, 선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송남주(전미선)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남편 홍수표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고 싶은 마음이야 백 번 이해하겠지만, 다른 병도 아니고 치매에 걸린 노인을 무려 5년 동안이나 스토킹하며 그 입에서 나오는 증언을 들으려 했다는 설정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요. 갑자기 되살아난 기억을 감당하지 못해 멍해져 있는 민반월 여사를 마구 잡아 흔들며 "할머니, 말씀하세요. 저한테 말씀하셔야 돼요!" 하고 외쳐대던 모습은 완전히 실성한 여자 같았어요.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도 죽은 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방법적인 면에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역시 스토리의 개연성과 캐릭터의 매력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군요.

 

 

7회에서는 국내 음악계의 권위자 하윤모 교수(전국환)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암투가 벌어졌습니다. 이미 유지호를 후계자로 지목한 하교수는 공식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 특권을 자기 친아들 유인하에게 넘겨주고 싶었던 채영랑은 무서운 계략을 꾸몄죠. 사람을 고용해서 하교수의 미완성 신곡 악보를 훔쳐낸 뒤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그 누명을 유지호에게 덮어씌우는 것이었습니다. (채영랑은 남에게 누명 씌우는 데 일가견이 있군요..;;) 하교수의 연구실에서 악보를 정리하고 있던 유지호의 모습을 본 목격자는 그가 악보를 훔치고 있던 것으로 오해해서 잘못된 증언을 했고, 해당 날짜의 CCTV 테이프는 채영랑이 없애 버렸으므로 진범을 밝혀낼 증거가 없어, 꼼짝없이 도둑으로 몰린 유지호는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났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하교수에게 고발까까지 당할 사면초가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지호는 형사 콜롬보 뺨치는 추리와 수사 실력으로 이 사건의 진상을 혼자 파헤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연구실 입구에서 맞부딪힌 택배 직원이 수상하게도 악보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고, 그 남자가 저만치 걸어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 구형 휴대폰의 버튼음을 기억해 냈군요. "음색이 특이한데! ... 아직도 저런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중얼거렸던... 그런데 유지호의 신비한 뇌는 그 버튼음의 높낮이와 순서를 며칠 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와 똑같은 소리를 내는 구형 휴대폰을 매장에서 찾아낸 유지호는 기억을 되살려 천천히 숫자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음을 정확한 순서에 따라 맞춰 누르다 보니 하나의 전화번호가 완성되었네요! 왠지 그 번호가 낯익음을 느낀 유지호는 자기 스마트폰에 입력해 보는데, 해당 번호에 저장된 이름은 '오비서'입니다. 오비서(이승형)는 어머니 채영랑의 수족인데... 택배 직원으로 변장한 범인이 악보를 훔친 직후 오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지호의 가슴 속에는 풍랑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마침 오비서는 범인에게 건네줄 2억원의 현찰을 들고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데, 범인이 굳이 채영랑과의 직접 만남을 원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채영랑도 나와 있었지요. 오비서의 뒤를 밟은 유지호가 방문을 여는 순간 눈이 마주쳐버린 두 사람... 이제 사이좋던 모자간의 거짓된 관계는 산산조각이 나게 될까요? 

 

 

그런데 유지호의 절대음감과 기억력은 그 정도면 거의 초능력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휴대폰의 버튼음 뿐만 아니라, 디지털 도어락의 버튼음까지도 한 번 듣기만 하면 모두 파악해 버리더군요. 만약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섬뜩해집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강력 범죄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는 능력이니까요. 삐삐삐빅~ 이런 소리만 듣고 정확한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니, 뿐만 아니라 며칠 후까지도 생생히 기억하다니,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진짜 존재할 가능성도 완전 부인할 수야 없지만, 제 생각엔 이 또한 상당히 비현실적인 설정 같았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재미는 있었지만요.

 

그나저나 유지호의 생부와 생모가 누구일지는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지닌 걸 보면, 틀림없이 부모 중 한 사람은 천재적인 뮤지션이었을 듯한데요. 과거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때의 채영랑이 그 정도 레벨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녀의 옛 애인이었던 김정욱(전노민)은 현재 조폭 대부로 변신해 있지만 예전에는 촉망받는 천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지난 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의 예측은 여전히 유지호가 김정욱과 채영랑의 아들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지네요. 하지만 7회 나계화(차화연)의 대사에서, 오래 전 유만세 회장이 채영랑의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이 사실로 밝혀졌기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유만세가 채영랑을 자극하기 위해서 꾸며낸 말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런 여자가 있었다니, 만약 그녀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었다면, 유지호는 진짜 유만세의 아들일지도 모르죠.

 

 

그나저나 얼마 전 종영한 '각시탈'의 담사리(전노민)와 목단(진세연) 부녀를 곧바로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니, 이건 반갑다고 해야 할지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작의 캐릭터를 잊을만한 시간적 공백이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아직도 담사리와 목단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 잔영이 많이 남아 있어서 볼 때마다 살짝 헛갈리기도 하는데, 정작 연기자들은 괜찮은 걸까요? 모처럼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기도 어려웠을 배우들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단역도 아닌 주연급 배역에, 하필 전작과의 방영 기간이 살짝 겹치는 연기자들을 섭외한 제작진의 선택은 매우 얍삽해 보입니다. 어차피 많은 것을 기대하고 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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