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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오직 나계화(차화연)만 꿰뚫어 본 진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 오직 나계화(차화연)만 꿰뚫어 본 진실

빛무리~ 2012. 11. 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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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자 '다섯 손가락' 포스팅에서 저는 유지호(주지훈)가 사실은 유만세(조민기)의 아들이 아니라, 채영랑(채시라)과 그녀의 첫사랑 김정욱(전노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일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무렵 방송되기 시작했는데, 저는 2회까지 보고 나서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순전히 개인적 상상력에 의거하여 풀어낸 내용이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역동적인 발상이다 싶었기에, 추후 드라마의 전개가 저의 예측과 다르게 흘러간다 해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본능적 느낌일 뿐, 어떤 확신을 갖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 후로 무려 3개월 동안 긴 여정을 달려 온 드라마가 종방을 향해 치닫는 이 때, 저의 초반 예측은 더할 수 없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말았네요. (관련 포스팅 링크)

 

김순옥 작가는 주인공 유지호의 출생의 비밀을 작품 전체의 키포인트로 삼고, 그것을 이용해서 가장 처절한 비극을 완성시키려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거의 막판까지 꽁꽁 숨기고 있다가 최적의 시기에 강한 포텐으로 터뜨리려 했던 것 같은데... 만약 작가가 8월 21일자 저의 포스팅을 읽었다면, 빨라도 너무 빨리 터져버린 샴페인 때문에 무척이나 김새고 짜증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ㅎㅎ 그렇죠. 생각하기에 따라서 유지호의 출생의 비밀은 그 무엇보다도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설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유회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무서운 사람이었어!" 채영랑의 계모 나계화(차화연)는 세상 최고의 가치는 돈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웬만해서는 감정 따위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인물인데도, 유지호 출생의 비밀을 처음 알게 된 순간에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었죠. 그녀는 오래 전에 죽은 유만세(조민기)를 생각하며 부르르 치를 떨었습니다. "유만세, 이 나쁜 놈!"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졌지만,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나계화도 이렇게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유만세가 응답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복수심... 오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아내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어린 유지호(강이석)를 데려왔던 거라고 말이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유만세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놈 미친 놈일 것입니다.

 

자기가 낳은 친아들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남편의 외도로 태어난 자식인 줄만 알고 채영랑은 오랫동안 유지호를 미워해 왔습니다. 결국 유지호도 채영랑의 다정한 미소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달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날로 악화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지경에 이르고 말았지요. 채영랑은 유지호에게 살인 누명을 덮어씌우기 위해 실제로 살인을 교사하는 끔찍한 범죄까지 저질렀고, 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유지호는 사무치는 복수심으로 부성기업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웁니다. 

 

 

아버지 유만세가 생전에 심혈을 기울여 설립했고, 현재 의붓어머니 채영랑과 의붓동생 유인하(지창욱)의 목숨줄이 되어 있는 부성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곧 자기 존재의 근본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나중엔 그 칼끝이 자기에게로 돌아올 것임을 똑똑한 유지호가 모를 리 없건만, 끝내 상대와 함께 파멸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네요.

 

그런데 저의 머릿속에는 드라마 초반 제3회의 대사 중에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몇 마디가 계속 맴돌고 있었습니다. 유만세 회장이 아직 살아있을 때, 어린 아들 지호와 단 둘이 마주앉아 다정하게 건네는 말들이었지요. "너를 낳아 준 엄마가 궁금하지 않니? ... 네 친엄마는 피아노를 아주 잘 쳤었지.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되었단다. 아무래도 너는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구나... 미안해 할 것도 없고 기죽을 것도 없다. 이제부터는 여기가 네 집이다. 내가 끝까지 너를 지켜주겠다... 그런데 한 가지만 약속해 주겠니? 어떤 경우에도 인하를 슬프게 하지 마라. 나 때문에 상처가 많은 녀석인데, 너까지 그 애를 울린다면 내가 죽어서도 용서치 않을 거다!"

 

 

조민기의 탁월한 연기력에 힘입어서겠죠. 그 순간 유만세의 캐릭터는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났습니다. 눈빛과 표정과 말투 등, 모든 표현 수단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진심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예전에 유지호를 데려오면서 "내가 네 아버지다" 라고 말할 때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지만, 이 때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사실 위의 대사 중에 거짓말이라고는 단 한 마디도 포함되어 있지 않거든요. 결혼 전의 채영랑은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였고, 유만세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유지호의 친엄마에 대해서 유만세가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진짜였어요.

 

저 대사가 모두 유만세의 진심이라고 인정한다면, 그의 가슴 속에 아내에 대한 복수심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대사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아내 채영랑과 아들 유인하에 대한 깊은 사랑만이 느껴질 뿐입니다. 채영랑을 처음 만나던 순간을 회상하는 유만세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달콤한 설렘이 가득했고, 평소 그렇게 구박하던 아들 유인하에게도 사실은 깊은 애정과 연민을 지니고 있었음이 드러났죠.

 

 

심지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 낳은 아들 지호에게도 유만세는 나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았습니다. 채영랑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나머지, 그녀의 재능을 물려받고 태어난 아들 지호까지도 진심으로 아껴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과연 "이제부터는 여기가 네 집이다. 내가 끝까지 너를 지켜주겠다" 라고 했던 약속을 유만세는 분명히 지켰습니다. '끝'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찾아오긴 했지만, 미리 유언장을 고쳐 둔 유만세가 지호를 부성기업의 후계자로 지목했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나고 없는 동안에도 어린 유지호를 둘러싼 보호막은 견고하게 지속되었습니다.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죠. 엄연히 자기 친아들인 유인하를 제쳐 놓고, 유만세는 자기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아내의 혼외자 유지호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엔 역시 채영랑을 향한 사랑 때문 아니었을까 싶군요. 유인하는 노력형이긴 하지만 천재 피아니스트 채영랑의 아들답지 않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해서 언제나 부모의 기대를 실망시키곤 했죠. 그런데 유지호는 채영랑의 재능을 온전히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훨씬 뛰어나기까지 하니, 말하자면 두 아들 중에 채영랑을 더욱 많이 닮은 쪽은 인하가 아니라 지호였습니다. 채영랑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녀의 존재는 유만세의 전부가 되고 말았다는... 이렇게 해서 사랑에 눈 멀고 미친 유만세는 그녀와 더 많이 닮은 유지호를 후계자로 삼았다는... 그냥 뭐 제 생각에 그런 것 같다는 얘기죠. ㅎㅎ

 

 

그러면서도 유만세는 자기 친아들 유인하를 잊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하를 슬프게 하지 마라. 그 애를 울린다면 내가 죽어서도 용서치 않을 거다!" 핏줄에 대한 연민이 가득 담긴 이 한 마디는, 그릇이 작고 못난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마련해 둔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따라서 유지호는 절대 그 당부를 잊어서는 안 되는 거였죠. 그런데 현재의 드라마 전개 과정을 보면, 유지호는 그 때 들었던 말을 모조리 잊은 것 같습니다. 인하를 슬프게 하면 죽어서도 용서치 않겠노라고, 아버지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당부했던 말을 유지호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증오심만 불태우며, 채영랑과 유인하를 한꺼번에 파멸시켜 버리겠다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 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유지호는 유만세 회장에게 더할 수 없이 커다란 은혜를 입었습니다. 유만세가 비서를 시켜 빼돌리지 않았다면, 신생아 유지호는 나계화의 계략대로 어딘가의 보육원에 맡겨져 고아의 척박한 삶을 견디어내야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유만세의 배려로 열 살 때까지는 다정한 할머니의 손자로서 자라날 수 있었고,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는 무려 부성기업의 장자가 되어 온갖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유만세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지호에게 평생의 땀과 눈물로 일구어낸 부성기업을 몽땅 물려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쯤 되면 유지호는 백골이 진토되고 넋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지경인데, 이 배은망덕한 녀석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유만세의 무덤에 달려와서 바락바락 성질을 부려대는군요. "나를 왜 이 집에 데려왔어? 당신 자식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나를 데려다 키운 거야, 왜?" 아... 이렇게 유치하고 얄팍하다니, 정말 주인공 치고는 너무나 매력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도대체 홍다미(진세연)가 유지호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제가 보기에는 찌질한 악역 유인하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 한심스런 캐릭터거든요. 별로 착하지도 않고, 자기 중심적이고, 잘난 척 대마왕에다가 성격도 안 좋은데... 아, 그래도 한 가지 기특한 점은 있군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정직하다는 거.

 

진실이 밝혀진 후, 채영랑은 치를 떨면서 죽은 유만세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불행이 그 인간의 복수에서 시작된 거예요. 김정욱의 아이를 낳은 나에게 죽어서까지 복수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소름끼칠 만큼 무서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유지호는 유만세가 뭔가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이용했다 여기며 원망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유만세의 뜻은 그게 아닌데... 가장 사랑했던 아내와 깊은 호의를 베풀었던 의붓아들이 모두 그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꼭 한 사람, 냉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 한 사람이 있어 약간의 위로가 되는군요. 놀랍게도 그 사람은 가장 속물적인 캐릭터로 보였던 나계화였습니다. 

 

 

"사랑도 지독하면 병이 되는 모양이야. 유회장이 죽은 건 불 때문이 아니고 그 병 때문이었어. 누굴 원망할 것도 없이, 그 망할 놈의 사랑 때문에 죽은 거라고... 어리석은 놈..." (나계화의 25회 대사 중에서)

 

"유회장은 정말 영랑이 너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지호를 이 집에 데려왔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정말 미웠으면 그냥 버리면 될텐데, 왜 남의 자식까지 거두어서 이 집에 데려왔을까? ... 매일매일 지호를 보는 게 자기 살 썩는 것만큼 괴로웠을 텐데... 그래도 네 자식을 네 옆에서 키우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나계화의 26회 대사 중에서)

 

이 작품을 기획한 작가의 의도가 가장 처참한 비극을 완성시키는 데서 끝난다면, 채영랑과 유지호의 오해는 끝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명백히 친모자간임이 밝혀졌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부인하며 증오심만 불태우고 있지요. 그들의 관계는 첫 만남부터 중대한 오해로 시작되었고, 그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오해와 배신이 중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피가 섞였음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단번에 마음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그들이 유만세의 사랑과 당부를 끝내 저버린다면, 그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은 없을 거예요.

 

 

반대로 작가의 의도가 궁극적인 화해와 행복에 있다면, 채영랑과 유지호는 결국 오해를 풀고 서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유만세가 애틋이 여겼던 아들 유인하도 구원받을 수 있을 테고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는 두 사람의 연인인 김정욱과 홍다미 때문입니다. 김정욱은 유지호의 친아버지이기도 하고, 채영랑은 아직도 예전처럼 김정욱을 사랑하고 있기에, 김정욱이 인내심을 갖고 설득한다면 채영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엘빈킴의 정체가 김정욱임을 알게 된 채영랑이 약간의 충격은 받겠지만, 별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그리고 유지호가 힘들 때마다 휴식처가 되어 준 그녀 홍다미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호에게 불어넣음으로써 천천히 상처를 낫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처만 치유된다면, 마음을 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사실 김정욱은 별로 본받을만한 인간이 아니죠. 그는 옛 애인 채영랑이 자기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죽이려까지 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건 오해였습니다. 대인배답게 툴툴 털어 버렸더라면, 그 후로 오랫동안 마음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원망과 증오는 허공에 날려 버리고 오직 사랑했던 기억만을 남겨둔 채, 못된 그녀의 행복을 빌며 제 갈 길을 갔더라면 참으로 멋있었을텐데... 이 꽁한 남자는 옛 애인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자기의 남은 인생 모두를 걸었습니다. 

 

 

물론 용서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뭐 절치부심하고 복수까지 할 것 있나요? 홍수표(오대규)네 가족들은 죽은 아빠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주겠다는 목표라도 있지만, 김정욱은 복수에 성공해 봤자 얻을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못난 놈'에 지나지 않는데요.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채영랑과 유지호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면, 김정욱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못난 놈은 못난 놈대로 다 쓰일 곳이 있나봐요..ㅎㅎ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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