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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주지훈은 정말 조민기의 아들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 주지훈은 정말 조민기의 아들일까?

빛무리~ 2012. 8.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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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된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저는 유만세(조민기) 회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극과 복잡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되었거든요. 그는 한 여자 채영랑(채시라)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얻지 못했고, 재벌회장으로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가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불만은 점차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집착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만세의 아들 유지호(주지훈, 아역 강이석)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몰라도 그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죠. 교육이라고는 받은 적도 없건만, 그가 타고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아무렇게나 섞어서 눌러대는 피아노 건반 소리를 듣고 정확한 계명을 빠짐없이 읊어대는 절대음감은 물론이거니와, 연주의 기술적 스킬과 상관없이 자신의 혼을 그 안에 담을 줄 아는 능력은 단지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이제 건반에 손을 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생초보이건만, 그의 어눌하고 서툰 연주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청중은 저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잊고 그의 연주에 사로잡힙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천재 유지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십여세가 되도록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할머니의 사망과 동시에 유지호는 유만세 회장의 혼외자임이 밝혀졌고, 가난한 고아였다가 삽시간에 부성기업 오너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설정상으로는 유만세가 채영랑과 결혼하기 전에 잠시 유지호의 엄마를 만났었는데 그 때 생겨난 아이라고 하더군요. 채영랑이 낳은 아들 유인하(지창욱, 아역 김지훈)와 동갑이지만, 생일이 더 빠르다는 이유로 유만세는 유지호에게 큰아들의 자리를 넘겨주었습니다.

 

당장 가정이 파탄나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지만, 유만세의 집안 공기는 여전히 조용하고 묵직했습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게 된 어린 아들 유인하만 현실에 불응하며 악써댈 뿐, 어른들은 '밖에서 낳아 온 자식' 유지호의 존재를 황당할 만큼 쉽게 받아들이고 말았던 거죠. 유만세의 어머니 민반월(나문희) 여사는 치매를 앓고 있어서 정신이 맑지 못할 뿐 아니라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그저 손자가 한 명 더 생겼다고 좋아하는 수준이며, 유만세의 아내 채영랑은 누구보다 극렬한 저항을 보여야 마땅할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해맑은 미소로 유지호를 맞아 주었습니다. 심지어 굴러온 돌 지호가 친아들 인하를 밀쳐내고 장자의 자리를 차지했는데도 불만을 품기는 커녕 오히려 앙앙불락하는 인하를 나무랄 뿐이었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그랬던 거지만요.

 

 

하지만 채영랑의 담담한 태도는 유만세를 자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질투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은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였으니까요.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를 보면 유만세는 채영랑을 사랑했지만 거부당했고, 깊은 상처를 받은 나머지 평생 그녀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채영랑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몰락하면서 계모 나계화(차화연)의 강요에 못 이겨 부성기업으로 팔려가듯 시집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유만세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채영랑을 집안에 가두고 현모양처의 삶을 강요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잃어버린 영랑은 아들 유인하를 낳게 되면서 인생의 모든 희망을 그에게 걸었죠.

 

비록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채영랑의 삶 자체는 크게 잘못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부성기업 오너의 아내로서 묵묵히 남편을 내조했으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 하나뿐인 아들 인하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며 교육하는,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남편 유만세의 집착과 욕심은 그걸로 충족될 수가 없었죠. 그가 원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남자 유만세를 여자로서 사랑하는 채영랑의 진심... 하지만 영랑은 끝내 마음을 주지 않았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유만세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이 남자는 뻔뻔한 얼굴로 '밖에서 낳아 온 아들'의 유지호의 존재를 아내의 눈앞에 들이밀었습니다. 설마 이쯤하면 너도 화를 내겠지, 한 번쯤은 불타는 질투심에 펄펄 뛰는 꼴을 볼 수 있겠지...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따스한 미소로 지호를 받아주는 채영랑의 모습은 유만세의 가슴에 절망을 차오르게 할 뿐이었죠. 결국 집착에 눈 먼 남자 유만세는 아내에게 상처를 주려고 제 자식을 제물로 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영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인하는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경향은 있지만 그냥 철없는 어린애일 뿐인데, 불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어린 자식의 가슴에 대못을 쾅쾅 박으면서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인간이었습니다.

 

유지호의 존재를 유인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갑자기 웬 낯선 아이를 집안에 데려와서는 생뚱맞게 '형'이라니, 이제부터 너는 '둘째'이고 '동생'이라니, 세상 어떤 아이가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겠습니까? 삽시간에 외아들의 자리를 잃고 밀려나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는 것도 분통 터질 노릇인데, 설상가상 그 아이는 자기가 갖지 못한 천재적 재능까지 갖고 있습니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 온 자기보다, 이제 막 건반에 손을 대기 시작한 유지호의 서툰 연주에 더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유인하는 눈앞에서 봐야 했죠. 어린애한테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의지하던 엄마도 인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고, 심지어 아빠는 부성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그 녀석'에게 내어줄 태세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꿈이요 모든 희망이었던 아들 인하가 이토록 궁지에 몰리면서, 오랫동안 잠잠히 가라앉아 있던 채영랑의 가슴에도 다시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따스하게 잘 대해주는 영랑에게 어린 지호는 금세 마음을 열고 말았네요. 이젠 내게도 엄마가 생겼다고 기뻐하며, 진심으로 영랑의 좋은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호를 품에 안은 영랑의 차가운 눈빛 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기운이 역력하니, 이렇게 되면 그녀를 흔들려던 유만세의 목적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저는 첫 회부터 의심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과연 유지호는 유만세의 아들일까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유지호 생모의 존재가 전혀 비춰지지 않고 있다는 거죠. 그녀는 채영랑의 친구였는데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유만세가 말했지만, 왠지 믿음이 안 갑니다. 그리고 유만세는 언제부터 지호가 자기 아들인 줄을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왜 그 동안 지켜보고만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죽자마자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는 "내가 니 애비다!" 하면서 집으로 데려온 거죠. 이건 너무 어색하지 않나요? 현재 유지호가 유만세의 자식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유지호는 유만세의 아들이 아닐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내 채영랑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적당한 아이를 물색하고 있던 유만세의 레이더에 우연히(?) 걸려들었을 뿐... 할머니 외에는 아무도 없는 사고무친의 꼬마 남자아이는 가장 적절한 이용도구였겠죠. 할머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어쩌면 지호 할머니를 죽게 한 뺑소니 사고의 배후 인물도 유만세일지 모릅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냉혹함을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 아무래도 당시의 사고가 매우 석연치 않았어요.

 

하지만 유만세-채영랑 부부와 혈연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보기에는 유지호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의심스럽습니다. 부성기업은 악기 제작 업체이고, 채영랑은 전직 피아니스트라... 이렇게 생각하면 유지호는 유만세보다 오히려 채영랑을 많이 닮았네요. 악기회사의 오너에게도 음악적 재능이 다소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건반을 학대하면서 치는 게 아니야. 피아노를 내 몸처럼 달래면서 쳐야 해. 피아노와 호흡을 같이 하란 말이야, 지호처럼!" 이렇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인하를 가르치던 채영랑의 모습이 지호와 더 많이 겹쳐집니다. 혹시 유지호는... 채영랑과 그 첫사랑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닐까요?

 

 

유인하와 동갑이라는 설정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저는 왠지 자꾸만 그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와 윤호처럼, 쌍둥이 아닌 친형제로서 같은 학년에 다니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요. 영랑의 계모인 나계화의 인물 소개를 보면 "아무도 모르는 중대한 키를 들고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영랑을 첫사랑에게서 떼어내 강제로 유만세에게 시집보낸 것도 바로 나계화였죠. '아무도 모르는 중대한 키'란 아마도 유지호의 존재가 아닐까 싶군요. 소설을 써 보자면, 당시 영랑의 부친은 사업 실패로 건강이 악화되어 있었고, 그런 아버지에게 충격을 줄 수 없었던 영랑은 몰래 숨어서 아이를 낳았지만 계모에게 들켰고, 사산되었다고 속이며 아이를 빼돌린 나계화는 그 비밀을 약점삼아 영랑을 몰아붙여 부성기업으로 시집을 보냈을 겁니다.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한 채영랑은 상심한 나머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유만세와 결혼했는데, 곧바로 임신해서 유인하를 낳게 되었던 거죠. 그러니 얼마 전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까지 합쳐져 유인하에 대한 사랑은 더욱 극진해졌을 테고... 거칠고 폭력적인 유인하의 성격은 부친 유만세를 꼭 빼닮았습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긍정적인 성품의 유지호는 아무리 봐도 유만세와 닮은 곳이 없군요. 마침 유만세는 지하실에서 채영랑의 오래된 피아노를 발견하고 분노하는데, 거기에는 그녀와 첫사랑 남자가 공유했던 기억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도 영랑의 첫사랑은 그녀와 같은 직업을 가진 피아니스트였나봐요. 그렇다면 부모의 피를 물려받은 유지호에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도 다 설명이 됩니다.

 

 

머지않아 일어날 화재 사고로 유만세는 목숨을 잃을 것이고, 불길 속에서 인하를 구하려다가 엉뚱하게도 지호를 대신 구하게 된 채영랑의 가슴에는 피멍이 맺히겠지요. 화마에 새끼손가락을 잃은 유인하는 연주자로서 치명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본의 아니게도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유지호는 부성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최고의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 승승장구하게 되었으니까요. 유만세가 죽는다면 비밀의 키를 쥔 사람은 오직 나계화뿐인데, 그 탐욕스런 여자가 쉽게 진실을 털어놓을 리도 없고... 자기 아들인 줄도 모르고 유지호를 파멸시키기 위해 인생을 쏟아붓게 될 채영랑... 이제 벌어질 비극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할 지경이네요. 물론 이것은 저의 상상일 뿐이니, 앞으로 드라마가 다르게 전개된다 해도 책임은 못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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