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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신현준의 이중생활, 주원보다 강했던 미친 존재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각시탈

'각시탈' 신현준의 이중생활, 주원보다 강했던 미친 존재감

빛무리~ 2012. 5. 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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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전부터 이런저런 문제로 꽤나 시끄러웠던 드라마 '각시탈'의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보조출연자의 석연찮은 죽음과 그 배상문제를 둘러싼 잡음들, 그리고 지나치게 애국심을 내세우는 듯한 자극적인 홍보 마케팅 등으로 인해, 마음 속에는 얼마간의 꺼림칙함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저는 새로 시작된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결국 이 작품을 선택하고 말았네요. 물론 저의 성향상, 앞으로의 진행과정이 실망스러울 경우는 중간에 '유령'이나 '아이두아이두' 쪽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만, 일단은 '각시탈'의 분위기가 가장 끌리고 마음에 들더군요.

 

이 글의 초점에서는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각시탈' 1회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초반에 제가 그토록 애정하던 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후반에는 버릴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점에 대한 해답입니다. 이미 최종회가 방송되고 결론이 나온 이 시점에서 차분히 되돌아 보면 '적도의 남자'는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드라마였던 것도 같거든요. 원수들이 모두 죽거나 파멸하거나 깊이 뉘우쳤으니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복수에 성공했다 하겠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승리감이나 행복이 아니라 쓰라린 상처뿐이었습니다. 이쯤되면 복수극을 통해서 줄 수 있는 교훈과 메시지를 충분히 표현한 셈이지요. 일부러 트집을 잡지 않는 이상 결정적 오류는 없었던 작품인데, 저는 끝내 최종회의 리뷰조차 쓰지 않고 '적도의 남자' 카테고리를 냉정하게 '종영드라마'의 하위분류로 옮겨 버렸습니다. 뭔가가 계속 불만스럽고 맘에 안 들었던... 말하자면 제가 원하는 드라마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각시탈' 1회는 저의 이러한 답답함과 불만을 삽시간에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각시탈을 쓴 의문의 사나이가 마치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화려한 액션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데, 히야~ 그렇게 통쾌하고 속시원할 수가 없더군요. 저는 평소 액션 장면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각시탈의 종횡무진 맹활약은 어찌나 흥겨웠던지 저절로 가슴이 떨리고 어깨춤이 일어날 지경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각시탈의 손에 살해당한 일본인 판사의 피투성이 시체가 느닷없이 2층 창문을 박살내며 그 아래로 떨어져 내렸을 때, 그 잔인한 장면을 보면서도 거부감이 들기는 커녕 제 기분은 산뜻하기만 했습니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유유히 도망친 독립군 의병장 담사리(전노민)를 쫓던 일본 경찰들이 모두 창문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서 달려오더니, 그 존귀한 판사가 무참히 살해당한 모습에 한 번 더 혼비백산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신나고 통쾌했거든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 제 마음은 이런 드라마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원색적이고 속시원한 권선징악... 골치아프게 갈등하거나 고민할 필요없이, 마치 그 옛날의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정의로운 영웅의 손으로 간악한 적들을 무찌르는, 이런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적도의 남자'는 인간의 심리탐구를 위주로 하여 계속 어둡고 잔잔한 진행을 보여주었으니, 저의 열망을 채우기는 커녕 답답해서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었던 겁니다. 저는 김선우(엄태웅)가 최종적으로는 지나친 복수를 자책하며 뉘우치더라도, 그 진행과정 중에는 정말 속시원한 몇 방으로 원수들의 뒤통수를 갈기거나 짜릿한 어퍼컷을 날려주기 바랬는데, 김선우는 시종일관 야금야금 상대방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미치게 만들어갔지요. 그런 스타일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만족스런 작품이었겠지만, 저는 어찌나 답답하고 속이 터졌던지 당분간은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드라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각시탈'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비록 현대적인 감각에는 좀 뒤떨어지더라도, 1회에서처럼 단순하고 원색적인 권선징악의 호쾌한 액션들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박기웅이 연기하는 일본인 청년 '기무라 슌지'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기는 합니다. 현재의 저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이죠. 일본 사무라이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조선의 입장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원수의 핏줄이련만, 지극히 따뜻한 마음으로 누구보다 조선을 사랑하는 이 남자...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스스로 검을 버리고 조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으며, 나중엔 조선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할 비운의 이 남자... 아주 위험한 캐릭터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선에 자리잡은 이 인물은, 주인공이 단순한 시점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할 수 없게 만들거든요. 물론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캐릭터이며, 드라마를 다채롭게 만드는 중요 역할이지만... 저는 아무쪼록 그의 비중이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각시탈'이라고 하면 곧바로 '주원'의 이름이 떠올랐던 만큼, 주인공 이강토 역할을 맡은 주원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무엇보다 나날이 수려해져가는 그 외모가 정말 빛나더군요. '제빵왕 김탁구'에서 처음 볼 때만 해도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는데, 오히려 그 때는 윤시윤의 여리여리한 외모와 비교되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좀 우락부락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었는데, '오작교 형제들'에서부터 점점 눈을 뗄 수 없는 미모를 발산하기 시작하더니, '각시탈'에서는 그 어떤 톱스타와 비교해도 1%의 모자람이 없을 최강 비주얼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감정 연기도 괜찮았고 액션도 괜찮았고, 연기자는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 괜찮은데 캐릭터가 좀... 솔직히 1회에서는 이강토의 캐릭터가 너무 평범하고 전형적인 느낌만 들 뿐 별 매력이 없더군요.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연급이라 할 수 있는 이강산, 기무라 슌지, 담사리 등의 캐릭터에 비해 존재감마저 밀리고 있었어요.

 

아직 눈치채지 못하신 분들께는 본의 아닌 스포일러 유출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포털 메인에 걸린 뉴스에서 밝히고 있는 부분이니 제가 언급해도 괜찮을 듯 싶군요. 극 초반 각시탈의 정체는 바로 이강토의 형 이강산(신현준)입니다. 경성제대 학생이었지만 독립운동을 하다가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바보가 되어버린 이강산... 그는 가족들의 아픈 손가락이었지요. 이강토가 스스로 일본 경찰이 되고 조선 동포들의 원수가 된 이유도, 돈을 많이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고 형을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아버지를 죽게 하고 형을 바보로 만든 그놈의 독립운동이 지긋지긋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픈 형이 나을 수만 있다면, 예전의 형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형제애 때문이었죠.

 

  

그런데 뜻밖에도 이강산은 쥐도새도 모르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정신이 돌아온 걸까요? 공부만 파고드는 샌님인 줄 알았건만 그 화려한 무술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익힌 걸까요? 거침없이 하늘을 날고 호쾌한 액션으로 악을 무찌르며, 독립군 동지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강한 팔을 내밀어 구원해 주는 영웅 각시탈이 바로 그였습니다. 하지만 각시탈의 가면을 벗으면 그는 다시 어린애 지능의 바보 이강산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강토야, 형아 때문에 또 화난 거야? 형아가 잘못했어, 강토야, 가지 마~ 가지 마~" 이강토가 운전하는 차 뒤를 쫓아가면서 열심히 불러대지만, 자욱한 먼지바람 속에 차는 멀리 사라져가고, 이강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 콧물 흘리면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일본인 판사를 살해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가면을 벗고 옷까지 바꿔입고 이강토의 앞에 촐랑촐랑 나타났을 때였습니다. "강토야, 형아랑 놀자~ 형아 심심하다~ 나는 강토랑 놀아야 재밌다!" 천진난만하게 헤벌쭉 웃는 형의 얼굴을 보고 이강토는 기막힌 듯 한숨을 내쉬며 "여긴 왜 또 왔어? 제발 집에 가만히 좀 있어!" 하고 말하지요. 설마 좀전에 담서리와 목단(진세연)을 구해내고 자기와 한판 승부를 벌인 후, 판사까지 살해하고 유유히 달아난 각시탈이 바로 눈앞에 있는 형일 거라고야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요?

 

 

'맨발의 기봉이' 이후 신현준의 바보 연기는 그야말로 정평이 나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이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더군요. 그 천진한 얼굴을 보면 저절로 가슴이 짠해지면서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납니다. 그런데 각시탈을 쓰고 있을 때는 또 얼마나 차갑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던지요!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은 가면 속에서도 그대로 쏘아져 나오고, 간악한데다가 사생활마저 추잡한 판사를 응징하던 목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저승사자의 그것처럼 음산했습니다. 액션은 글쎄, 신현준이 직접 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1회에서는 주인공 이강토보다 형 이강산의 매력과 존재감이 훨씬 더 크게 어필되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존재감을 이강토가 이어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일본 경찰로 활약하고 있어서 매력도 없고 이도 저도 아니지만, 머지않아 형의 각시탈은 이강토게 쓰게 될 것입니다. 만약 끝까지 신현준이 각시탈이고 주원이 일본 경찰이라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주원일 리가 없겠죠.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이강산은 죽음을 맞이해야겠군요. 이강산이 죽지도 않았는데 각시탈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또 이상하니까요. 형의 정체를 알게 되고, 지금껏 자신을 속여 왔음에 배신감을 느낄 틈도 없이, 이강토는 형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겠군요. 미워하고 구박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하던 형이 죽어가면서 그의 손에 남긴 마지막 유품은 손바닥만한 각시탈 하나... 어떻게 그 뜻을 이어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강토가 각시탈의 주인이 되어 펼쳐나갈 멋진 활약들도 기대되지만, 이강산의 죽음을 생각하면 저는 벌써부터 슬퍼집니다. 병든 자신을 치료해 주려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일본 경찰이 되었던 동생의 그 마음을 어찌 몰랐을까요? 다 알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심정은 얼마나 오죽했을까요? 죽은 아버지의 염원과 나라 잃은 동포들의 소망을 홀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살면서도,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항상 그의 마음을 괴롭혔을 것입니다.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고, 한 번도 진정한 행복을 누려볼 겨를 없이, 벅찬 의무감과 고통에만 시달리다 떠나야 할 이강산의 운명이 참으로 안타깝군요. 하지만 극 초반에 신현준의 명품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드라마 '각시탈'을 시청하는 우리에게 있어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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