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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슌지(박기웅)의 허무한 변절, 이런 놈이었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각시탈

'각시탈' 슌지(박기웅)의 허무한 변절, 이런 놈이었나?

빛무리~ 2012. 6. 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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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이 죽은 후, 본격적으로 제2대 각시탈 이강토(주원)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낮에 각시탈을 쓰고 종로경찰서를 습격해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살해한 것은 단순한 복수심에서 벌인 충동적 행위였기 때문에 아직 각시탈이 되기로 결심한 상태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제 본인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 이강토는 형이 못 다 이룬 과업을 보았습니다. "미안하다. 너한테 짐 주지 않고 ...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자기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형은 이렇게 말했었지요. 부탁하지 않아도, 다짐하지 않아도, 아우가 그 사명을 이어받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상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사실은 어머니와 형을 위해 살아왔던 이강토인데, 이제는 그 어머니와 형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을 응징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상대는 일본 제국주의 신봉자들, 그 중에서도 살아남아 있는 키쇼카이 일당이겠죠. 그들을 없애는 것은 가족의 원수를 갚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기가 실수로 죽인 형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숙제이기도 하니까요. 형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명을 이어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조선인으로서의 자각보다 개인적인 이유가 더 큰 듯하지만, 시장바닥에서 수많은 동포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며 지난 날의 자기 악행을 떠올릴 때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뉘우치기도 했겠지요.  

 

그런데 이강토의 인생이 (어머니와) 형의 죽음을 계기로 180도 바뀐 것처럼,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인생 또한 형의 죽음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군요. 그런데 이강토의 변화에는 수긍이 가는 반면, 슌지의 갑작스런 변화는 상당히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물론 친형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았으니, 각시탈을 원수로 여기고 그를 잡아 죽이려는 거야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조선인 전체를 증오하게 된다는 설정은 좀 무리한 게 아닐까 싶거든요. 그럼 지금까지 조선인보다도 더 조선을 사랑하는 일본인으로서, 출세길을 마다하고 소학교 선생이 되어 조선 아이들을 가르치며, 수많은 조선인들을 절친으로 삼고 살아왔던 기무라 슌지의 모습은... 위선적인 천사의 가면이었던 건가요?

 

 

누구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데, 일본인이면서 그렇게까지 조선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슌지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보기드문 인물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일본은 침략자이며 가해자이고 조선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가해자의 일원이 되어버린 입장에서 그 죄책감을 씻기 위해 조선인들을 사랑해 왔던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동안 슌지의 행동은, 그저 강자로서의 여유와 가식에 불과했던 모양입니다.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이 없을 때는 착한 척 하면서 상대의 편을 들고 위로하지만, 막상 자기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게 되면 그 때부터는 본능적으로 눈울 뒤집고 상대를 짓밟으려 하는 거죠. 역시 객관적인 현실 인식 따위는 없었던 모양이에요.

 

물론 혈연의 정이 있으니 형을 죽인 자를 원수로 여기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일 때문에 조선을 미워하게 되고, 인생 노선을 바꾸어 일본 제국주의의 열혈신봉자가 된다는 설정까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형 켄지가 지금껏 조선인들에게 얼마나 못할 짓을 했는지 그도 눈이 있다면 보아서 알텐데, 어쩌면 켄지가 조선인에게 살해당한 것은 당연한 인과응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입니다. 마치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라도 당한 것처럼 펄펄 뛰며 한 순간에 사람이 확 변해 버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소롭더군요.

 

 

여주인공 목단(진세연)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민폐 캐릭터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목단의 존재는 여전히 각시탈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인데, 그녀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죠. 이강토는 창에서 방패로, 슌지는 방패에서 창으로... 8회 예고편에서 경찰서장 기무라 타로(천호진)는 각시탈의 행방을 쫓기 위해 목단을 잡아 족치라는 명을 내렸고, 그에 응답하는 기무라 슌지의 결연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형이 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뼛속까지 일본인이란 사실을! ... 대 일본제국의 제복을 입겠습니다. 그 계집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도려내겠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여자까지도 이제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스러워졌는지, 대놓고 '그 계집'이라 부르는군요.

 

일전에 제가 올렸던 '각시탈' 리뷰에 한 독자분이 이러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각시탈 말고 허영만 화백의 또 다른 작품 '쇠퉁소'를 보면, 비록 일본인이지만 약하고 온순하고 착한 청년이 등장하는데, 그는 쇠퉁소를 잡고 비밀 항일 투쟁을 하다가 죽는 캐릭터였습니다. 제복 소매에 쇠퉁소를 숨기고 "나도 쇠퉁소가 될 수 있다!" 며 비장하게 말하던 장면이 눈에 선한데, 기무라 슌지는 그 캐릭터의 연장선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됩니다.." 말하자면 슌지의 캐릭터가 선과 악의 경계선에 놓인 것이 아니라 선역 쪽일 거라고 예측하신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저는 이런 답글을 드렸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슌지는 중간에 악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네요. 목단을 사랑하다가 이강토에게 빼앗기면 완전 꼭지가 돌아서, 집안의 배경을 업고 최대의 강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슌지는 악역으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아버지인 경찰서장 기무라 타로의 배경을 업고 죽자사자 각시탈을 쫓기 시작했으니, 이강토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의 숙적이 되어 버렸네요. 저의 예측이 거의 맞긴 했는데, 변절한 원인이 목단이 아니라 형 켄지였다는 점은 뜻밖입니다.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겨서 눈이 뒤집혔다면 차라리 좀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형제간의 우애가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더구만!

 

다만 그 독자분의 댓글 중 "제복 소매에 쇠퉁소를 숨기고" 라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 미심쩍기는 합니다. 예고편에서 슌지가 "대 일본제국의 제복을 입겠습니다!" 라고 말했거든요. 어쩌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이강토의 숨은 조력자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좀 들기도 하는 거죠. 하지만 현재까지의 스토리 진행을 보았을 때, 슌지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친형이 각시탈에게 살해당한 후, 그 이전보다 더 열렬히 조선을 사랑하게 되고, 오히려 원수 각시탈의 수호자가 되었다는 설정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아무리 착하고 현명하다 해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인데 말이죠.

 

 

예전에는 어머니와 형을 위한답시고 지나친 악행을 저지르는 이강토의 캐릭터가 어처구니 없었는데, 이제는 형이 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관을 바꾸고 사람이 달라져 버린 슌지의 캐릭터가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는군요. 유난히 저만 이런 것인지... 좀처럼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가 순전히 원작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드라마로 각색하는 과정 중에 잘못 표현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여러모로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채홍주(우에노 리에, 한채아)의 캐릭터만은 흥미로운 변수가 되어줄 듯해서 약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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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 물안개 2012.06.22 05:10 디테일하고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내용을 되짚어볼수있는 심도있는 리뷰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2.06.22 07:13 신고 긍정적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회의 내용을 보니 제가 예고편만으로 너무 오버한 경향이 있었더군요. 슌지가 일본경찰의 제복을 입은 것은 목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당분간은 그의 임무도 형의 원수인 각시탈을 쫓는데에 집중될 테니까... 어쩌면 조선인 전체를 미워하게 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슌지의 급격한 변화가 이제까지의 온순한 캐릭터와는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네요..^^
  • 개털 2012.06.22 09:38 강산이가 많이 그립습니다.
    전형적인 히어로물을 원하는 시청자라면 신현준씨가 없어도 재밌게 시청하겠죠..
    하지만 이건 우리민족에겐 상처가 깊은 아픈 시대입니다..이걸 미국식 영웅조로 해결하려고만 하니
    진지함은 없고, 새털처럼 가벼움만 남네요..
    그래서 신현준씨의 연기와 이강산 캐릭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섬세함, 신사적이었던 1대 각시탈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 BlogIcon 정일기 2012.06.22 18:59 칼자루를 쥔 사람과 그 칼의 날을 쥔 사람은 아무리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해도 결국 그 칼을 놓지 않는 한 한쪽은 상처를 받고 다른 한쪽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식민시절 일본의 문화통치기간에 이러한 인물들이 등장하지요. 식민지 조선을 지극히 연민하는 정서의 지식인들 말입니다. 슌지도 그러한 인물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양심있는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식민지 조선의 비참함에 연민을 갖고 그것을 고발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는 아주 괜찮은 인물임에 틀림 없죠. 그러나 그들의 의식 속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하나 있지요. 바로 식민지 조선과 그 조선을 지배하는 제국주의 일본이라는 현실입니다. 기무라 슌지는 그 현실을 인정하고 생각하려고 하는 인물입니다. 조선은 일본에 합병되었으나 당연히 하나의 나라다 그러니 그 질서 안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슌지와 그 당시 양심있는 일본의 지식인들의 대부분 생각이었죠. 훗날 변절한 상당수의 조선 지식인들이 이러한 논리에 넘어간 것이죠. 저도 슌지의 성격변화가 안타깝지만 슌지로 대표되는 일본의 양심있는 지식인들의 당시 인식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냥 덤덤했어요. 기무라슌지가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망상. 그들은 일본인이나 조선인이나 한 테두리 안에서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좋다고 생각할 뿐이지,그 질서를 깨트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라잃은 조선인들에게는 그것이 더 가식이고 위선이었겠지요. 그거 아시나요 이들이 결국은 불령선인에게는 오히려 더 잔인했다는 사실. 기무라슌지가 그동안 시대극에서 그려지던 일본인 캐릭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준 캐릭터인 것은 분명하지만, 제가 너무 꼬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그의 변절을 안타깝게 보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제가 보기에 기무라의 말처럼 그는 결국 뼛속까지 일본인이니까요.
  • 조하진 2012.09.04 20:10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박순식 2013.01.05 18:24 각시탈 예고편 보면 낚는게 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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