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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잠든 용태용(박유천)의 마음속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옥탑방 왕세자

'옥탑방 왕세자' 잠든 용태용(박유천)의 마음속 이야기

빛무리~ 2012. 5. 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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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른 이유는 오직 하나뿐...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솜털보다 가벼운 영혼이 되어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본 것은 연못에 빠져 죽은 그녀를 보며 눈물 흘리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느닷없이 조선의 왕세자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육신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끝없이 순환하는 인생의 고리와 그 안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이어지는 인연들을, 나는 배우지 않았는데도 한 순간에 깨달았던 거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나 놀라움 따위가 아니라 깊은 슬픔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부용을 사랑했으면서도... 끝내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그녀가 처제만 아니었다면, 존귀한 나의 신분으로 꺾지 못할 꽃이 있었으랴! 나는 밤낮으로 하늘을 원망했다. 이 세상 수많은 여인들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왜 하필 그녀였을까?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꽃이라 해도 나는 좋았다. 하얀 너울 위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 있고, 호수에 떨어지는 이슬처럼 청랑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사람이 그녀뿐이었던 것처럼, 나의 눈빛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오직 그녀뿐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거다. 영혼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진실이었다.

 

왕세자 이각으로 살아가는 동안, 육신에 갇혀있던 나는 알지 못했다. 내 가슴이 미칠듯이 그녀를 원할 때마다, 내 머리는 준엄한 죄책감으로 본능적 사랑을 억누르곤 했기 때문이다. 부용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나는 일부러 점점 더 세자빈 화용(정유미)에게 따뜻이 대해 주었다. 나는 끝없이 반복해서 책임과 의무를 되뇌이며 스스로 세자빈을 사랑한다고 다짐했다. 그런 자기최면 때문에, 이각은 끝내 자기 감정의 실체를 명료히 깨닫지 못했던 거다. 진실보다 껍데기를 소중히 여겼던 시절, 나는 그토록 허무하게 사랑을 잃고 말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이쪽 세상을 바라보니, 나는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 초라한 모습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친형처럼 믿고 의지했던 사촌 용태무(이태성)가 나를 배신하고 그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결국 내 삶은 언제 어디에서나 슬픔일 수밖에 없는 걸까? 그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맥없는 생각을 하는 순간, 울고 있는 박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부용이었다!

 

그녀와의 인연이 이 세상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은 나는 더 이상 무력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슬픈 운명이 오직 나의 것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그녀가 또 다시 불행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쪽 세상에서는 화용의 손에 인두질 당한 얼굴을 평생 너울 속에 감추고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더니, 이쪽 세상에서는 홍세나에 의해 어린 나이에 버려져 척박한 삶을 살아왔다. 게다가 평생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찾아 급히 달려갔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만을 접했을 뿐, 끝내 만나지 못했다. 어찌 이처럼 얄궂은 운명이 있을까? 그녀의 불행은 이미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눈물을 닦고 일어선 박하의 눈부신 미소가 나를 흔들었다. 영혼 상태인 내 눈에는 그녀에게 닥쳐오는 또 다른 불행의 어두운 그림자가 훤히 보이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씩씩하게 웃고만 있었던 거다. 홍세나와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또 다시 그녀의 발목을 칭칭 감아 두 사람을 자매로 만들었고, 그 곁에는 용태무가 더러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 이제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

 

그녀가 타고난 것이 지독히 슬픈 운명이라면, 나는 시간을 거슬러서라도 그녀의 앞날을 바꾸리라고 결심했다. 감히 거대한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하늘이 내리신 운명을 거역하다니, 이 발칙함의 대가로 주어질 형벌이 결코 작지는 않겠지만, 그거야 내가 다음 세상에 기꺼이 감수하면 될 일이다. 나는 영혼의 주체로서 발휘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육신에 갇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저쪽 세상의 이각을 이쪽 세상으로 불러들였다. 이 엄청난 일을 가능케 한 힘은, 결코 그녀를 또 다시 잃을 수 없다는 나의 굳건한 의지였다.

 

 

이제 박하가 용태무의 계략에 걸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는데 나 용태용의 육신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만약 미리 대비하여 이각을 불러놓지 않았다면, 가여운 그녀의 짧은 생은 여기서 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300년 전의 부용이처럼 꽃 같은 나이에 피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끝내 붙잡을 수 없던 서글픈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긴 여행을 다시 떠나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각은 박하를 구해낼 것이고, 그녀의 이번 생은 사랑의 기쁨과 더불어 오래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녀와 나의 간절한 소망은 이 잔인한 삶의 굴레 속에서 꼭 한 번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천수를 누려 보는 거였다. 아무리 매정하신 하늘이라도 한 번쯤은 허락하지 않을까? 그녀의 눈부신 미소를 은발이 된 후에도 볼 수만 있다면, 설령 이 다음 생에 소나 말이 되어 그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다.


 

*** 독백 형식의 이 리뷰는 연못에 빠져 죽은 여인이 세자빈이 아니라 부용이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향후의 드라마 전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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