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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홍세나를 용서해야 할 이유 - 해피엔딩의 복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옥탑방 왕세자

'옥탑방 왕세자' 홍세나를 용서해야 할 이유 - 해피엔딩의 복선?

빛무리~ 2012. 5. 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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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빈 화용(정유미)인지, 그 여동생 부용(한지민)인지, 아니면 또 다른 궁녀인지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300년 전의 조선 왕궁에서 연못에 빠져 죽었습니다. 비록 한창 젊은 나이의 서글픈 죽음이었지만, 그래도 연못에 떠다니던 연꽃들과 평화롭게 노닐던 물고기들은 자기들만의 노래와 언어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해 주었겠지요.

 

하지만 300년 후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가냘픈 몸뚱아리를 사정없이 자동차에 받힌 후 내동댕이쳐진 박하... 그녀가 풍덩 빠져버린 저수지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그 이름도 살벌한 공룡저수지에는 향그러운 연꽃 한 송이 떠다니지 않고, 각박한 서울 생활에 지쳐버린 물고기들은 밤낚시꾼들의 속임수를 피해 꽁꽁 숨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박하의 곁에 다가와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녀의 이름(荷)이 연꽃을 뜻한다더니, 차가운 물 위에 떠 있는 박하의 모습만 그대로 처연한 연꽃이 되어 버린 걸까요.

 

 

중상을 입은 채 저수지에 빠져 꼼짝도 못하고 둥둥 떠 있는 박하를 향해 이각(박유천)은 절규하며 달려갑니다.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빛에는 경악과 공포와 슬픔이 가득합니다. 300년 전 궁중의 연못에 둥둥 떠 있는 여인의 시체를 보며 넋 나간 표정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던 왕세자 이각의 모습과, 현재 용태용의 차림새를 한 이각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지며 "아, 결국 연못의 그녀는 세자빈이 아니라 부용이었구나. 설마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박하가 그대로 허무하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어쨌든 연못에 빠진 그녀와 저수지에 빠진 그녀는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그 장면으로써 증명된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녀들은 모두 사랑하는 이각을 지키려다가 대신 위험에 빠지거나 죽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이어지는 전개를 보며 저는 참으로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주인공 박하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간 이유가 고작 홍세나를 용서하기 위한 구실이었다니,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음을 느꼈던 것은 저뿐일까요? 있는 힘을 다해 이각을 밀쳐내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며 죽음의 공포에 젖었던 박하... 18회 엔딩 장면의 그 비극적인 임팩트는 가히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19회 초반의 액션에서도 자동차와 박하의 몸이 부딪히던 그 강도로 봐서는 여기저기 팔다리도 부러지고 갈비뼈에도 금이 가고 심각한 뇌손상도 입었을 듯한 대형사고였는데... 그런데 정작 다친 곳은 묘하게도 복부 안쪽의 장기인 간 하나뿐이라니, 이건 뭐랄까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졌다는 식의 우스갯소리처럼 생뚱맞게 느껴졌어요.

 

 

의학에는 문외한인 저이지만, 간 이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쉽지 않은 치료 과정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해도 이식에 적합할 만큼 유사한 간을 지닌 경우는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물론 생판 남보다야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요. 게다가 천신만고 끝에 적합한 간을 찾아서 이식한 후에도 환자의 몸에 새로운 간이 적응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더군요. 그런데 홍세나와 박하는 단지 어머니만 같은 자매일 뿐인데, 간이 맞을지 안 맞을지 어떻게 알고 무조건 홍세나만 붙잡으면 박하를 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 이각의 모습에는 좀처럼 공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조선에서 왔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간 이식 어쩌고 하기까지는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들었을텐데 말이죠.

 

그토록 미워하며 괴롭혔던 박하가 친동생인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줄곧 뚜렷한 뉘우침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홍세나가, 이각의 몇 마디 설득에 곧바로 넘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악녀에서 선녀로 돌변하는 과정도 참 민망했습니다. 도덕교과서라든가 공익광고협의회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었지요. 홍세나가 용태무(이태성)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이각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린 덕분에, 이각은 그들이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에 붙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결국 끝까지 악마의 손을 놓지 못한 용태무만이 홀로 경찰에 체포되어 응징의 철퇴를 맞았고, 동생 박하에게 간을 이식해 준 홍세나에게는 용서와 구원의 밝은 빛이 비춰졌습니다.

 

 

박하는 그 처참한 사고를 당하고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으면서도, 발목을 접질린 환자보다 더 급속도로 팔팔해졌습니다. 정말 미안했다고,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남긴 채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홍세나를 보며 "언니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언니가 죗값을 치르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그 후에는 우리 사이좋은 자매로 살아가자...)" 라고 말하는 그 환하고 선량한 미소는 너무나 박하다워서 차라리 전형적이었다나 뭐라나..;;

 

그리고 친엄마 장회장(나영희)과 양엄마 공만옥(송옥숙)도 홍세나의 양 손을 각각 한 쪽씩 붙잡고 애틋한 눈물을 보입니다. "세나야, 네가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우리는 엄마니까 항상 네 편이야!... 네가 박하를 살렸으니까 벌써 죗값은 다 치른 거나 마찬가지야!" 피해 당사자인 여동생이 기꺼이 용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엄마가 이토록 든든하게 편들어 주니, 젠장... 악녀 홍세나의 최후는 비참해지긴 커녕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되고 말았군요. 너무 얄미워서 제대로 혼나는 꼴 좀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난리를 피우면서까지 꼭 홍세나를 용서해 주어야만 했을까요? 용태무를 잡아넣기 위해서는 굳이 박하에게 중상을 입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박하 살인미수까지 더할 필요 없이, 기업 운영에서 저지른 각종 비리와 사기 밎 용태용 살인미수만으로도 죄는 충분했으니까요. 비록 과실치사이긴 했지만 피흘리는 여회장(반효정)을 방치하고 달아나서 죽게 만든 홍세나까지 같이 잡아넣어 버리면 아주 깔끔했을텐데, 제작진은 굳이 '공룡저수지 쇼' 를 벌여, 모든 시청자가 누이동생처럼 사랑하는 박하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으면서까지 홍세나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엉터리 구성이 아니라면, 홍세나는 반드시 '용서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거겠죠. 그 이유는 아마도 조선시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화용은 현대의 홍세나보다 몇 배는 더한 악녀인지라 도통 이해가 쉽지 않군요. 아무리 철없던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시뻘겋게 달구어진 인두를 일부러 여동생의 뺨에 갖다대었던 그 소름끼치는 악행을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부용을 대신하여 세자빈이 된 이후에도, 화용은 끝없이 동생을 경계하며 질시했고 수시로 이용해 먹었습니다. 단지 부군인 세자 이각 앞에서만 참하고 조신한 척 했을 뿐, 두 얼굴을 지닌 세자빈의 못된 성품은 궁녀와 내관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니, 굳이 용서해야 할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건 제 생각이지만 화용이 부용에게 저지른 죄는 너무도 크기 때문에,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필연코 '죽음'이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어떤 계기로든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 화용이 위기에 처한 이각과 부용을 살리기 위해서 대신 죽은 거라면, 마땅히 용서해 주어야겠지요. 300년 전에는 꽃다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죗값을 치렀으니, 이번에는 너그러이 용서하고 천수를 누리며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연못에 빠져 죽은 여인은... 부용이 아니라 화용이어야만 스토리의 앞뒤가 맞아 떨어집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홍세나를 용서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세자빈 화용이 죄를 뉘우치고 자기 목숨을 던져 이각과 부용을 살린 거라면, 이제껏 죽은 줄만 알았던 (개인적으로 저는 그랬거든요. 연못의 여인은 틀림없이 부용일 거라고 생각해 왔죠..;;) 부용은 아직 살아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저의 예상으로 '옥탑방 왕세자'는 현대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조선에서는 새드엔딩일 것만 같았는데... 박하를 용태용과 더불어 이 세상에 남겨둔 채, 부용이 없는 그 외로운 세상으로 돌아간 이각은 홀로 그녀를 한없이 그리워하다가 단명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각의 모델이 경종이라니까 더욱 그럴 것 같았던..;;)

 

 

그런데 부용이 살아있다면 이각은 얼마든지 그녀와 함께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설마... 화용이 이미 죽었는데도, 과거에 형부와 처제였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결합이 불가능할까요? 조선을 지배하던 유학사상에 따르면 용납되지 않을 것도 같은데, 확실한 건 모르겠네요..;; 하지만 설령 부부의 연은 맺을 수 없다 해도, 가끔씩 얼굴을 마주하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거나 아름다운 시(詩)를 주고받으며 평생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는 행복한 삶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저의 예상이 맞았으면 좋겠네요. 부자연스런 쇼를 벌이면서까지 악녀 홍세나를 용서해 준 것이 지금으로서는 못마땅하지만, 용태용과 박하뿐만 아니라 이각과 부용도 행복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요? 홍세나든 화용이든 열 번이라도 더 용서할 수 있으니, 부디 현대에서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사랑스런 '각사탕 커플'의 앞날에 희망이 깃들기를 소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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