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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곰돌이 허각의 귀여운 세상만사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 곰돌이 허각의 귀여운 세상만사

빛무리~ 2011. 10.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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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후의 명곡2'가 나날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때로는 '나가수'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불명2'는 처음부터 짝퉁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컨셉으로 시작했고, 초반에 보여주었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실력이 '나는 가수다'와 너무도 확연히 비교될 만큼 떨어지는 수준이었기에, 솔직한 심정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설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불명2'가 보컬리스트 특집을 거쳐 지금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정비하면서, 방송을 시청하는 재미는 '나가수'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나가수'는 선곡에 있어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저 주목해서 보고 들을 거라고는 가수들 개개인의 노래와 퍼포먼스뿐이죠. 그런데 사실 임재범,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이 함께 하던 황금기를 지나온 후에는 예전 만큼의 강력한 포스가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가수들도 모두 음악적으로는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꾸려가기에는 어딘가 좀 심심하고 밍밍한 느낌이랄까요? 저의 개인적 판단으로, 지금 '나가수'에서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가수는 오직 김경호 한 사람 뿐입니다.

원래 '불후의 명곡2'에는 '나가수'에 없는 장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매회마다 전설적 가수들이 초청되고, 정말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우리는 단순히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즐거움 외에도 과거의 회상과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저의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 아릿한 추억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故 김광석 편이었습니다.

김광석 편에 이어서 지난 주에는 전영록 편이, 이번 주에는 송골매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연이은 대박이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과연 그 시절에 이토록 좋은 노래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떠올리며, 왠지 모를 그리움에 젖어들어 감상하는 음악은 가수들의 실력마저도 훨씬 더 출중한 것으로 들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투입된 가수들의 실력은 '나가수'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싶을 만큼 실제로 훌륭하기도 했습니다.

좀 안타까운 것은 지난 주에 전영록의 '하얀 밤에'로 우승을 차지한 홍경민이, 어찌된 셈인지 더 이상의 노래 대결을 포기하고 김구라, 문희준과 더불어 토크 패널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저는 매번 가장 기대하는 순서가 홍경민의 무대였거든요. 해야... 작은 연인들... 첫인상...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하얀 밤에... 그 연속된 감동을 이제 더 이상은 느낄 수가 없는 건가요? 홍경민... 개그도 좋지만 가수의 본분으로 돌아와 줘요!

어쨌든 송골매의 명곡들로 꾸며진 이번 주의 무대에서는 하나의 기록이 또 세워졌습니다. 그 어떤 가수도 2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맨 처음 등장한 임정희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수가 단지 1승의 기록만을 세웠습니다. 다음 차례에 등장한 가수가 바로 앞 차례의 가수를 누르고 1승을 차지하는 현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 것입니다. 제가 보컬리스트 특집 이후로는 거의 빼놓지 않고 시청을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만큼 실력들이 비슷비슷하고 매번의 무대가 감동적이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시청하는 내내 송골매의 노래들이 이렇게까지 좋은 곡들이었나,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또한 무려 27년만에 '송골매'라는 이름하에 구창모와 배철수가 함께 자리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적지 않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원망도 했겠지만, 이제는 그저 오래된 친구며 동지로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나니,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한창 잘나가던 때 송골매를 탈퇴하고 솔로 선언을 했던 구창모는, 이제 다시 앨범을 낸다면 배철수가 불렀던 노래를 자신이 리메이크 해보고 싶다고까지 말하더군요.

무대의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임정희의 '모여라', 신용재의 '아가에게', 이홍기의 '모두 다 사랑하리', 남우현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강민경의 '처음 본 순간', 알리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허각의 '세상만사' 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 훌륭한 무대를 꾸며 주었습니다. 구창모와 배철수도 가슴에서 우러나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저 또한 저절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알리는 한국적인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의 철학적 가사를 노래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친구, 역시 물건이에요.

하지만 이번 주의 우승은 신나는 춤과 퍼포먼스를 겸하면서도 가창력을 잃지 않은 '세상만사'의 허각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차례여서 유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1승을 거두었을 뿐이니까요. 그래도 허각에게는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허각이 한 때는 비보이 댄스에 심취하기도 했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춤과는 도통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체격이라 좀처럼 믿겨지질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과연 춤 실력이 범상치 않았어요. 이제는 정말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지난 번에 박재범과의 대결(?)에서 충격적인 헤드스핀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그저 어리둥절했을 뿐이었죠.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나온 '세상만사' 무대에서는 웬만한 비보이들에 못지 않은 출중한 솜씨를 자랑하더군요.

그런데 역시 외모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비보이 댄스를 감상할 때는 '와, 멋있다!' 하면서 보게 되는데, 허각의 댄스는 '아, 귀엽다..ㅎㅎ' 하면서 보게 되는 거였습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라고 흐르는 가사에서는 꽤나 철학적이고 세상만사를 달관한 듯한 노인의 경지가 느껴지는데, 춤추면서 노래부르는 허각의 모습은 애교부리는 곰돌이처럼 너무너무 귀엽기만 하니 그 언밸런스한 것 또한 나름대로 무대의 매력을 더해 주었습니다.

이제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지 11주차가 되는 허각은 우승에 무척이나 목이 말라 있었는데, 첫 우승을 차지하고는 벅찬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케이블 방송을 통해 가요계에 데뷔하면서 공중파 출연 자체가 쉽지 않았던 만큼, 최근 들어 겹쳐지는 영광스런 일들이 더욱 감개무량하겠지요. 지난 세월의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허각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덩달아 벅차고 기뻤습니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부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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