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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팬카페 탈퇴, 상처입은 호랑이를 위한 변명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임재범 팬카페 탈퇴, 상처입은 호랑이를 위한 변명

빛무리~ 2011. 10.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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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야구 중계로 인해 '바람에 실려'가 결방되면서, 임재범의 '솔져 오브 포츈(soldier of fortune)'을 듣고 싶었던 간절한 기대는 다시 일주일 뒤로 미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기다리는 법'을 아주 조금은 터득한 상태이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야 좀 늦어진들 대수겠습니까? 오히려 '아껴두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일이 발생하여 제 마음을 어둡게 하는군요. 며칠 전 임재범은 디시인사이드에 개설된 자신의 갤러리를 처음으로 방문하여 간략한 인사글을 남겼는데, 해당 글에 예상치 못한 욕설과 악플들이 잔뜩 달린 것을 보고 몹시 충격을 받았으며, 그 충격의 여파로 오랫동안 활동해 오던 자신의 다음 팬카페에서 탈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악플의 원인은 글쓴이가 임재범 본인이 아니라 그를 사칭하는 다른 사람이라고 오해받은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디시갤이 어떤 곳인지를 몰랐던 임재범으로서는 그 상상초월할 험악한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어느 누구라고 그런 욕을 해도 괜찮은 겁니까? 저라고 욕을 할 줄 몰라서 안하겠습니까? 음악이 여러분에게 끼친 영향이 그거 밖에 안되는 겁니까?" 그가 팬카페를 탈퇴하기 전에 남겼다는 말이, 저는 이상할 만큼 쓰라리게 느껴집니다. 산전수전 온갖 일을 다 겪으며 이제 50대에 접어든 사람이, 너무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가슴이 아픕니다. 대충 눈에 띄는 인터넷 기사를 하나만 클릭해 보아도,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주루룩 훑어만 보아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화면 가득히 떠오르는 그런 세상인 줄을 어쩌면 아직도 몰랐을까요?

특히 디시갤은 그 이용자들의 연령층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고, 나이 많아봐야 20대 초반 정도... 온갖 인터넷 용어들과 여과되지 않은 욕설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난무하는, 대략 그러한 문화더군요. 삶의 가치관조차 아직 세워지지 않은 어린 사람들이 무턱대고 떠드는 말에, 순진한 호랑이는 진심으로 상처받고 피터지게 외쳤습니다. "음악이 여러분에게 끼친 영향이 그것밖에 안되는 겁니까?" 하지만 그 뜻을 알아듣고 가슴 깊이 새기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진즉부터 염려하던 일이 드디어 터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가수다' 출연 당시 임재범은 "지금껏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열창하고 가수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왜 노래하면서 울었느냐는 이소라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었죠.

너무 쉽게 타인들을 향해 마음을 열어버리는 임재범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깊은 염려를 하였습니다. 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중 앞에서 자신의 방어막을 스스로 걷어내다니, 그랬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아 또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나 않을까... 그래서 또 다시 오랫동안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담아서, 그 당시 한 편의 글을 포스팅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없다던 그 말의 의미
]

사람이 두려워서 오랫동안 방송 활동도 기피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칩거 생활을 했었다고, 임재범은 분명 인터뷰 중에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 험난한 세상에 다시 뛰어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어쩌면 그렇게도 자신을 오픈해 버릴 수가 있을까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살아가겠구나. 평생토록 자기 안의 상처와 힘겹게 싸우면서 지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에 비친 임재범은 천성이 너무나 솔직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은 필연적으로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가수'를 통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그를 둘러싸고 또 얼마나 말들이 많았습니까? 그의 음악에 반해서 순식간에 팬이 되어버린 사람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온갖 악성 루머와 모함들이 떠돌며 집요하게 임재범을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신경쓰지 않는 듯, 의연하게 버티는 듯 싶어서 정말 다행이다 여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최근 미국에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졌고... 몸이 약해지다 보면 마음도 따라서 약해지게 마련이고... 그래서 이제껏 쌓였던 힘겨움이 일시적으로 그를 무너뜨린 게 아닌가 싶어서 또 깊은 염려가 됩니다.

더구나 이역만리 먼 곳에서 지내다 보니 고국의 팬들이 그리워졌을 테고... 그래서 평소 자주 들르던 팬카페만이 아니라 처음으로 디시갤에까지 일부러 방문하여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일 텐데... 사람이 온정이 그리워 찾아갔던 그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차가운 욕설들만 잔뜩 뒤집어쓰고 말았으니, 이건 상처 위에 제대로 소금이 뿌려진 격이군요.

임재범의 노래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이런 작은 일 따위에 상처받지 말고 언제나 의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한결같지만, 그래도 저는 이해합니다.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심성이 매우 예민하고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니까요. 부디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라며, 어서 돌아와 영혼을 울리는 그 목소리로 다시 노래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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