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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성시경, 강호동의 인사를 대신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성시경, 강호동의 인사를 대신하다

빛무리~ 2011. 9. 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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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투어 제3탄'을 끝으로 강호동의 '1박2일'은 끝이 났습니다. 한 마디 작별 인사도 없이,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고, 정든 멤버들과의 다정한 포옹도 없이, 강호동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최소한 방송에 비춰진 모습은 그러했습니다.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들은 애써 모른척 했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1박2일!"을 힘차게 외치는 강호동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계곡에 뛰어드는 강호동의 입수 장면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부터 '1박2일'은 '그 사람만 빼고' 진행될 테니까요.

'1박2일'의 마지막 방송은 어쩌면 강호동에게 너무 잔인해 보일 만큼 냉정했습니다.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똘똘 뭉쳐 강호동을 왕따시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일부 시청자는 그러한 편집에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진심이 그랬던 게 아니라, 강호동을 위해서 일부러 그런 거라고 느꼈거든요. 좋은 일로 떠나가는 것도 아니고 훗날을 약속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탈세가 아니라 과소납부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아직까지 대다수 여론은 차갑기 그지없는 현실 속에서, 멤버들과 제작진이 강호동을 노골적으로 감싸며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적절치 못했을 것입니다. 담담한 듯 무심한 듯 그렇게 보내주는 편이, 차라리 강호동과 모두를 위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심상치 않아 보이는 장면이 몇 군데에 나타났습니다. 우선 40대 팀의 조장을 맡고 있던 이승기가 한 어머님과의 대화 중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한 두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온 얼굴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너무 많이 울어서, 보는 사람의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는 이승기의 얼굴 위로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로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낼 40대" 라는 자막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박2일' 멤버 중 유일한 40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강호동입니다.

지금은 이승기가 명실상부한 이 시대의 대세로 떠올랐지만, 데뷔 초 예능 입문 당시에 그의 손을 잡아 준 사람은 강호동이었고, 4년 전 그가 '1박2일'에 합류하게 된 데에도 강호동의 영향이 지대했을 것입니다. '강심장'도 물론 그렇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승기는 명백한 강라인의 일원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이승기에게는 그저 고마운 형이며 은인입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강호동을 비난한다 해도, 이승기는 그러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내색을 하지 않을 뿐, 착한 이승기는 요즘 강호동 때문에 아픈 가슴을 억누르느라 힘들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강호동의 몰락이 이승기에게 절호의 찬스가 될 거라 외치고 다니는데, 이승기의 생각도 그럴까요? 서럽게 울던 이승기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런데 강호동의 마지막 인사를 대신해 주는 듯 보이는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엉뚱하게도 객원 MC 성시경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말한 작별 인사는 1박2일간의 시청자투어를 함께 하며 정들었던 90대 어르신들을 향한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제 귀에는 지난 5년 동안 '1박2일'을 진행해 왔던 강호동이 우리 시청자를 향해 깊이 머리 숙이며 하는 인삿말처럼 들렸습니다. 성시경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 갈게요..." 첫번째 할머니는 환한 웃음으로 "만나서 반가웠어요" 하며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할머니, 저 가요..." 두번째 할머니는 그 인사의 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한 듯 멍하니 성시경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작은 소리로 "벌써?" 하고 물었습니다. "1박2일이 끝났잖아요..." 성시경은 대답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시는 듯 할머니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는데, 왠지 그게 더 서글펐습니다. 90년을 훌쩍 넘기는 동안 평생토록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겪으셨을까요? 이렇게 다가온 또 한 차례의 이별이, 그분들께는 새삼 서럽게 울 일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제 보지도 못하고 죽겠다" ..."아니에요" ..."다시 언제 보겠노" ...성시경은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먹먹해지는 그의 가슴을 토닥여 주고 싶으셨던 걸까요? 102세의 김정암 할아버지가 활짝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죽을 때가 돼서 구경 잘 했어, 이제 천당에 갈 거라고.. 좋은 구경 했으니.. 내가 먼저 가서 좋은 데로 불러 줄게!"

그분이 지나오신 100년의 세월은 죽음조차도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래서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행복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직 30대의 청춘인 성시경에게 있어, 훗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이란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아픔이었습니다. 어르신들 앞에서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뚝뚝 흘러내렸습니다.

"갔다 올게요" 가 아니라 "갈게요" 라는 인삿말... "다시 만납시다" 가 아니라 "다시 못 보겠군요" 라는 인삿말... 저도 아직은 살아온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인지, 저 말들이 왜 이토록 가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인사하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럽게 눈물을 훔치던 성시경의 모습... 그런데 그 모습이 강호동의 쓸쓸한 뒷모습과 겹쳐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1박2일'에 비춰진 강호동의 모습을 제가 참 많이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비록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정들었던 누군가와의 이별이란 분노보다는 슬픔으로 다가오는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일각의 의견으로는 강호동이 영구은퇴 아닌 잠정은퇴를 한 것뿐이므로, 한동안 쉬다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컴백할 거라고도 합니다. 종편에서 엄청난 돈방석 위에 그를 앉혀서 모셔갈 거라고도 합니다.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고,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훗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인 게 사실이고, 어쩌면 그의 선택에 따라 다시는 강호동의 커다란 얼굴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 갈게요..." 강호동은 성시경의 입을 빌어서 이렇게 인사하고 돌아섰습니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녕..." 아무 약속 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저도 조용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것이 작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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