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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비밀' 초등학생마저 상품화? 한숨뿐인 추석 특집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미녀의 비밀' 초등학생마저 상품화? 한숨뿐인 추석 특집

빛무리~ 2011. 9. 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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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의 저녁이라 하면,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TV를 보고 있을법한 시간이지요. 바로 그 시간에 하필 이런 것을 특집으로 구성한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른바 '미녀의 비밀'이라는 것으로서 '대한민국 1%의 사연을 가진 진정한 미인을 찾는 추석특집 프로그램'이라는군요. 그런데 당최 뭐가 진정한 미인이라는 건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무려 1억 5000만원을 들여서 전신 성형을 했다는 민지나의 사연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수의 꿈을 꾸었지만 예쁘지 않은 외모는 번번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2인조 걸그룹 '고고걸스'로 데뷔를 했으나, 사람들의 외모 비하와 조롱은 악성 댓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던 그녀는 어떤 성형외과 의사의 협찬 제의를 받아들여 전신 성형을 감행했습니다. 수술은 무려 2개월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중에는 극심한 고통과 위험이 따른다는 양악수술도 2차례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말이 아니라 진짜로 '뼈를 깎는' 고통을 두 달 동안이나 견뎌낸 셈이었지요.

그 모진 고통을 겪었지만, 지금도 그녀의 외모가 썩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보기에는 좀 강렬한 인상이긴 했어도 예전의 자연스런 얼굴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지나 자신은 꽤나 만족하는 듯 보이더군요. 수술 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MC 신동엽이 묻자, 그녀는 '일단 자신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음속에 병이 있었는데 이제는 당당해졌으며,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한테 예쁘다는 말도 들어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당당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당당해졌다는 그 말의 의미는 참으로 서글픈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여자로 태어나 예쁜 외모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무슨 죽을 죄이길래 예전에는 당당할 수가 없었던 걸까요? 수술 전의 사진을 보니 그녀의 외모는 그저 평범할 뿐 특별히 못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얼굴과 온 몸에 칼을 대고 뼈를 깎아서라도 이 시대의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좀 더 가까워진 모습이 되어야만 당당할 수 있는 건가요?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시간에, '진정한 미인'을 찾는다는 주제를 내걸고, 이와 같은 민지나의 사연이 방송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을 향해 "수억 원의 돈을 들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라도 성형수술을 하려무나, 성형수술을 하면 예뻐지고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되찾고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있단다. 어서어서 부모님 허리띠를 졸라 수술비를 받아내려무나..."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민지나의 사연도 황당했지만,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은 초등학생을 출연시켜 놓고는 그 아이의 몸매가 S라인이라는 둥 하면서 섹시댄스를 추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12세 소녀 이지연양은 초등학생이면서도 벌써 174cm나 되는 큰 키와 늘씬한 체격을 지니고 있더군요. 도무지 나이와 걸맞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 어린 아이에게 짙은 화장을 시키고 온 몸에 쫙 달라붙는 의상을 입혀서 내보냈더군요. 무슨 의도였을까요?

밀착된 의상 때문에 지연이의 성숙한 몸매는 모든 굴곡이 여지없이 드러났고, 특히 노출이 심했던 상체 쪽에서는 어깨와 겨드랑이와 가슴 위쪽의 하얀 살결이 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걸그룹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지연이는 그런 차림을 하고서는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어른들은 12세 소녀의 섹시댄스를 보면서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이것은 어린 소녀로 하여금 자신의 몸매를 훑어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저절로 즐기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특별한 상대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해 성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며 부추기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로리타 컴플렉스를 짜릿하게 자극하고 싶었던 걸까요? 자라나는 아이들을 향해 "잘 들어 두어라. 미녀의 조건이라면, 무조건 나이는 어릴수록 좋고 (초등학생이든 뭐든) 몸매는 풍만하고 늘씬한 글래머라야 하고, 게다가 노출을 많이 해 주면 더욱 좋고 섹시한 춤도 잘 추면 더욱 좋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미인'이란다" 이렇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걸까요? 부모들을 향해서는 지금부터 어린 딸을 그렇게 키워야 미녀로 대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었던 걸까요?

우리는 이토록 기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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